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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배우다
전영애 지음, 황규백 그림 / 청림출판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을 배우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배움을 받는다. 인생공부역시 마찮가지인것 같다. 하지만 인생을 배운다는것이 맞는 말일까? 누구에게나 한번뿐인 인생... 그것을 누군가에게 배운다는게 참 아이러니하다. 그렇게 배워서 살아가는것이 자신의 인생일까? 이런 원론적인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면 많이 팍팍하겠지만 나도 그런 비슷한 생각을 가진사람중에 하나이다. 내 인생은 나의 것! 누군가에게 배우거나 계획되어선 안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영애 작가(시인이라고 하는게 더 어울리려나?)의 책을 읽으면서 또 한번 배움에는 끝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된다.
수많은 책들이 너도나도 인생을 이렇게 살아야해!라고 배움을 강요하려고 했다면 전영애 작가의 '인생을 배우다'는 그저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고 농담섞인 말을 던지면서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을 여러가지 감정들을 느끼게 해준다. 내가 이미 경험해봐서 공감되는 것들이나, 그럴수도 있겠구나 하며 새로운것을 알게되기도 하고 시인이기에 그런 생각이 가능한걸까? 하는 감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 책은 시집이 아니다. 매우 추상적이지도 어려운 단어나 문장을 늘어놓지도 않았다.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아내는 수필집같이 느껴지면서도 그 안에 시인의 기질이 곳곳에 숨겨져있다.
누군가의 일기를 엿보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또 이런 인생도 재미있을것 같다는 동경이 생기기도 했다.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작가나 시인의 삶에대해서 생각해보곤 한다. 글쓰기에 왕도가 있을까보냐 생각도 되지만 적어도 많은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그들에게서 배울점은 분명히 있는것 같다. 이 책을 보면서 독자가 인생을 배우길 바랬다기 보다는 작가 본인이 살아오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다루면서 나는 이렇게 인생을 배워왔다 라고 말하고 싶었던것 같다. 편안한 문장이라서 읽기도 수월했고, 머리아프게 고민할 필요가 없어서 부담이 없었다.
한국인 최초 괴테금메달 수상 이라고 한다. 사실 괴테금메달이 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괴테가 얼마나 유명하고 또 그의 일생이 영화처럼 파란만장했다는건 안다. 그의 책도 얼마전에 다시 읽기도 했다. 저명한 문학상 중 하나일까? 검색을해서 좀 더 찾아보고 싶지만 상에 가치보다 내가 느꼈던 느낌의 가치가 더 중요한것 같다.
P.202
음악공부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했는지는 딸에게 굳이 묻지 않았다. 차마 물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의 뜻을 헤아렸으니 마라톤도 했고, 어린 나이에 남다른 각오로 마라톤 하듯, 힘껏 자신의 길을 열어가며 달려오지 않았겠는가. 그렇지 않다면야 지금 여기 내 눈앞에 서 있을 리 없었다.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어서 나는 그저 딸의 손을 꽉 쥐었을 뿐이지만, "어머니께서 마라톤을 시키셨어요." 그 한 마디로 긴 세월에 대한 이야기를 다 들은 것 같았다.
P.231
어느 세 살배기의 세상
세 살배기 세인이의 논리:
"나쁜 사람은 도둑놈이라고 그래."
그래 놓고 한참을
(…………………)
골똘히 생각한 끝에
세 살배기 세인이가 내리는 결론:
"도둑놈은 껌을 씹다가
애패! 안 하고 막 삼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