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내
마리 다리외세크 지음, 최정수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가시내..

제목만 보고 처음에 한국작가의 책인줄 알았다. 

너무 익숙하고 토종적인 단어 아니던가.


원제는 '클레브(cleves)'라고 하는데 소설속 가상의 마을이름이다. 그리고 또 다른뜻으로 '클리토리스'와 '레브르'(입술,다르게 음순이라는 뜻으로도 쓰임)의 합성어라고 작가는 소설속 화자인 솔랑주를 빌어 설명한다. 제목부터 상당히 외설적이라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독자가 클레브의 뜻을 바로 알아차리기도 힘들테니 현지상황에 맞게 '가시내'라는 제목이 탄생한것 같다. 옮긴이의 센스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적어도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데는 성공한 제목같다.

 

작가 '마리 다리외세크'는 '암퇘지'에서 적나라한 성적묘사와 젊은 여성이 돼지로 변해 가는 모습을 다루어 호평을 받은바 있다. 그 이후로도 누구보다 특이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사람들을 당혹케했던 작가라고 한다. '가시내'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으로 발간된지 15년이 되었지만 암퇘지를 추천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가시내'는 정리되어 있지 않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설이다. 사실, 이게 소설인지 실제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청소년의 성'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데 있어, 이렇게까지 직설적이고 사실적으로 다룬 작품은 흔하지 않을것이다. 작품의 화자인 솔랑주라는 소녀는 사실 작가의 분신이나 다름없다. 책을 다 읽고나서 알게된 사실이지만 이 작품을 쓰는데 있어 작가가 어린시절 녹음해두고 휘갈겨 써둔 일기 등이 많은 참고가 되었다고 한다. 작품 속의 솔랑주는 '마리 다리외세크' 본인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현실감이 있다.

 

그래서인지 소설에 쓰여진 내용은 상당히 단편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화자 본인만 알 수 있는 단편적인 기억들이 조각조각 늘어져 있는데, 심지어 독자들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부분이 많다. 그런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보여주기위해 문장마다 여백을 많이 두었다. 이때문에 어떤사람은 가독성이 떨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터넷상의 글쓰기에 익숙한 나는 읽기에 매우 수월한 가독성이었다. (나의 글쓰는 스타일과도 비슷하기에..)

 

소설 속 이야기로 들어가보자면 다시 생각해도 상당히 당혹스럽다. 내가 차라리 여자였다면 좀 더 이해하기에 수월했을까? 사춘기 소녀들의 성 담화가 이토록 노골적이고 직설적일줄이야... 어디까지가 작가의 실제 이야기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일까? 읽는 당시에는 '소설이니까 과장된거야.'라고 느끼면서도 크게 신경안쓰려고 했지만 나중에 작품탄생의 배경을 알게 된 이후로는 적잖이 혼란스럽다. 아무래도 외국이니까 훨씬 개방적인거겠지? 우리나라 여성들도 그런 경험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지만 딱히 물어볼 엄두는 나지 않는다.

 

따분한 마을 클레브...

솔랑주의 그녀의 친구들은 섹스와 몽상으로 가득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여름밤을 지새운다. 그렇게 몇해가 지나고 그녀들도 어른이 되어갈때 상상속의 그것을 실제로 행동에 옮기고 싶은 솔랑주. 소녀는 입술이 갈라진 해변의 서퍼, 나이트클럽의 남자, 영국에서 온 펜팔친구, 어른스러운 아르노, 그리고 진짜 어른인 비오츠씨까지... 누구랑 그것을 하는게 좋은지가 유일한 고민이다. 

 

초반에 적응이 안되어 좀 당혹스럽기는 했지만 굳이 수위를 놓고 보자면 워낙에 성적인 메시지에 익숙해져버린 현대인에게 이정도는 충분히 적응해서 읽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마 화자가 청소년이 아니었다면 그렇게까지 이슈가 되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순화되었을지 모르는 단어들이 원래는 얼마나 당황스런 단어들이었을지...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너무 가볍게만 보고 읽기에는 부담스러울지도 모르는 책이다. 그래서 지하철에서도 편하게 읽으라고 표지를 산뜻발랄하게 만든것일지도 모르지~ 표지만 본다면 마치 흔한 연애소설 느낌도 나니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