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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광이 예술가의 부활절 살인 - 20세기를 뒤흔든 모델 살인사건과 언론의 히스테리
해럴드 셰터 지음, 이화란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1930년대 뉴욕의 빅맨플레이스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소설같은 문체로 재구성한 '해럴드 셰터'의 논픽션 기록문학의 진수를 보여준다. 한해에 일어나는 살인사건만해도 셀수없을만큼 많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사건은 그중에 1%도 채 되지 않는숫자일것이다. 분명히 누군가는 목숨을 잃고, 그 생명의 경중이 다르지 않지만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그것은 바로 언론에 의한 사건 포장때문이다. 일반적인 살인사건보다는 좀 더 자극적이고 엽기적이며, 스토리가 있는 사건을 언론은 더 좋아한다. 그리고 그런 언론들이 내보내는 보도를 보고 일반인들도 그 사건을 기억하게 되는것이 반복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1937년 뉴욕의 부자동네인 빅맨플레이스에서 벌어진 한 모델의 살인사건은 언론의 타깃이 되기에 충분했다. [미치광이 예술가의 부활절 살인]은 단순히 살인사건 한가지를 문체화시켜 구성한데서 끝나지 않고 언론이 그 사건에 대해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도 잘 담아내고 있다. 소설같지만 소설이 아닌 실제 사건을 다룬만큼 어떻게 이런 부분까지 생각하고 행동했을지 경악스러운 부분도 발견할 수 있었다. 뉴욕시 공문서 보관소, 미국의회도서관 사본 열람실, 코넬 대학교 법학 도서관 등 많은 장소와 사람들의 도움으로 완성된 진짜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 범죄와 추리가 살아있는 장르소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문학적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한다. 기록보관소의 내용 그대로 읽었다면 지루하게 넘어갔을지도 모르는 사건을 이렇게까지 현장감있고 몰입감있게 살려낸 작가의 글솜씨에 감탄했다.
책의 가독성 부분도 칭찬할만하다. 폰트사이즈도 적당히 큰편이라 읽기 편하고, 중요단락과 사건과 관련된 증거나 단서 등은 색깔을 다르게 표현하는 등 단순히 소설이 아닌 기록문학으로서의 정확함을 제대로 표현했다. 등장인물이나 장소, 사건 발생의 시간 등 최대한 실제사건에 가깝게 재구성한점이 맘에든다. 그리고 언론의 영향으로 사건이 어떻게 변질되어 가고,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게되는지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도 함께 다루어서 좋았다.
전문적인 장르소설에 비해선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픽션을 가미하지 않고, 논픽션 기록문학인점을 감안한다면 이런 적절한 소재를 책으로 만들어낸 작가의 사건을 고르는 안목도 눈여겨볼만하다. [미치광이 예술가의 부활절 살인] 외에도 작가의 다른 시리즈들이 기대될 정도로 매력적인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