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는 특별한 삽화나 그림같은것이 지면을 차지하진 않는다. 다만, 낡고 바랜듯한 흑백사진들이 그 자리를 매꾸고 있을뿐이다. 그리고 그런 사진마다 작가가 느낀 한마디들을 주석처럼 달아 놓았다. 많지는 않지만 이런 사진들과 함께하는 에세이는 더욱 생동감있고 진실성있게 다가왔다. 그리고, 계속해서 작가가 얼마나 아버지에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큰지 반복적으로 전해져왔다.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에... 나의 아버지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된다. 사실, 누가 나의 아버지에 대해 책을 내라고 한다면 나는 무슨 이야기부터 써야할지 모르겠다. 지금껏 내 중심의 세상에서만 살기에 바빴지 이나이 먹도록 아버지와 어머니가 어떻게 만나서 사랑했고, 내가 태어날때의 기분과 나를 키우면서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그런것은 알지도 못했고 물어볼 생각조차 못했다. 이런 부분까지도 나라는 존재를 결부시켜 생각하다니 역시 바보같다. 나를 배제하고 아버지의 유년시절... 아버지가 느꼈던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아버지의 친구들과의 이야기 등... 궁금해서 물어보려고만 한다면 한도 끝도 없을텐데 나는 아버지와 그런 진솔한 이야기를 할 시간을 갖지 못했던것 같다. 가끔씩 명절때나 아버지와 단둘이 드라이브를 하는중에 아버지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시는 옛 이야기들을 들은적도 있지만 그렇게 주의깊게 듣지 않은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는 자식에게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더 많이 해주고 싶었던것은 아닐까? 대화가 점점 줄어들고 아버지 얼굴뵈러 집을 찾는 횟수조차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재 나의 모습. 마음속으로는 반성해야한다고 100번이 넘게 외치고 있지만 또 하루가 지나면 무감각 해져버린다. 참 다행인것은 아버지가 아직 계시다는것이다. 내가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하루하루 늙어가시겠지만, 그런 아버지에게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그리고 아버지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계속 가슴속에 새겨넣으려 한다. 또 잊지 않기위해 수첩에라도 적어놓고 계속 상기시켜야지. 그리고 이번 주말에는 아버지와 옛 이야기에 빠져보고 싶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