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한 리얼리즘이 느껴지는 작품 제목그대로 <라스트 폴리스맨>은 마지막 남은 정의감 넘치는 경찰에 대해서 그리고있다. 이책을 읽어나가면서 떠오른것은 그동안 수도없이 소재가 되어왔던 지구종말을 다룬 영화들! 그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국내에서도 개봉했던 <세상의끝 21일...>이라는 영화가 가장먼저 떠올랐다. 거대 운석과의 충돌이 6개월밖에 남지않은 상황.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언제 세상이 멸망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다. 모두들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의욕이 없어지고 자살자들이 넘쳐나는 세계... 그것이 이 소설의 배경이다. 그동알 지구 종말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지만, 주된 공통점은 지구종말 자체에 관점을 두고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딥임팩트>나 <아마겟돈>등의 영화가 나온것이 아닐까. 혜성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그것을 몇명의 위대한 조종사들이 목숨바쳐 막아내는 영웅물들... 그것이 아니라면 지구종말이라는 재난자체게 포인트를 맞춘 영화들과 소설들이 많았다. <2012>같은 영화가 그 예 일것이다. 게다가 얼마전에는 실제로 운석이 떨어져서 사상자가 나오기도 했다. 올해 초에 있었던 러시아 운석충돌... 아주작은 소형운석이지만 부상자가 1400명가량 나왔다고 하니 가히 공포스럽다. 이제는 지구도 언제까지나 안전하지만은 않다는것이 사실확인이 된지금 이 소설은 은근히 리얼리즘을 표방하고 있다. 어쩌면... 그런일이 있을 수도 있어.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소설의 배경과 그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냥 허무맹랑한 SF 소설이라고 치부할순 없는것이다. 주인공이 찾는것은 대체 무엇일까? 총 3부작으로 기획된 시리즈의 첫번째편인 '부제 - 자살자의 도시' 소행성 마이아가 지구에 충돌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6개월. (소행성의 이름은 지구종말론에 여지없이 등장하는 '마야'에서 따온듯하다.) 사람들은 의기소심에 무기력해지며 자신들만의 버킷리스트를 실천하겠다며 이곳저곳으로 떠나는통에 정상적인 사회가 돌아가지 않고있다. 그러던중 어느 맥도날드 화장실에서 한남자가 목을매서 죽은채 발견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자살이 너무도 많은지라 아무도 신경쓰지않고 그저 자살로 마무리지으려고 하는데... 주인공인 형사 '팔라스'는 자살로 마무리 짓기에는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아 사건의 조사를 시작하게 된다. 이런 장면들까지 최근의 <세상끝까지 21일...>과 너무도 닮아있다. 단지 주인공이 좀 다를뿐이지 등장하는 에피소드와 분위기까지 너무 흡사해서 막 데쟈뷰현상이 일어났다. 어차피 곧 죽을목숨 아무도 누군가의 죽음에대해서 신경쓰지 않는다. 그 죽음이 자살이던 타살이던 이제 그런것은 중요하지 않은것이다.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쓰기도 바쁜 시점에서 주인공 형사는 사건을 조사한답시고 엄청난 정의감에 휩싸여있다. 실제로 지구종말의 상황이 온다면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이 있을지 잘 모르겠다. 사람의 성격은 천차만별이니까 주인공같은 사람도 분명 있긴할거다. 하지만 대부분의 모든사람들에게 그의 모습은 별종으로밖에 안느껴질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사건을 파헤쳐 나가면서 부터는 굉장히 흥미를 끄는 추리소설로 변해간다. 주변인들을 조사해나가면서 남자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하나둘씩 알게되는 '팔라스' 하지만 나는 약간 염세주의적인 성향이 있는걸까? 책을 읽어나가면서 뭔가 흥분되는 느낌이 별로 없었다. 어차피 사건을 다 해결하더라도 지구는 멸망하고 말텐데 왜그렇게 열심히 범인을 찾아다니는거지? 재미있게 몰입을 하다가도 문득문득 그런생각이 들때면 책의 흥미도가 떨어졌다. 책의 내용에 관심을 끌기위해 지구종말이라는 극적인 배경을 소재로 삼았지만 그것이 정작 추리물에는 독으로 작용하는 느낌이었다. 냉철하고 유능한 형사의 이미지보다는 그저 자신의 가치관과 이성을 마지막순간까지 유지하려고 발버둥치는 한 남자의 모습만 보였다. 나역시도 그런 주인공을 비웃을수밖에 없는 기분이었다. 열심히 살아보려 하지만, 그냥 남은 시간동안 범인을 찾아내서 정의를 이루는것이 '팔라스'의 버킷리스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 형사가 범인을 쫓으며 찾던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희망... 모두들 세상이 종말한다고 믿고있는 와중에도 그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었던것 같다. 희망을 잃지말자는 다소 오글오글한 메시지도 전하고 있지만 중간의 수사과정을 볼만하다. 다소 특이한 소재를 섞어넣어 관심을 끌었지만 이 관심이 이후 2편,3편에 이르기까지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