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7일간의 저승 이야기

 
   

 

 

 

 

이승과 저승사이에서 벌어지는 7일간의 판타지

<제7일>이라는 제목 그대로 주인공은 7일동안 특별한 경험을 하게되고, 그안에 사랑과 감동 그리고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까지 고발하는등 많은 것을 담고있는 책이다.

 

<제7일>의 작가인 '위화'는 중국에서도 알아주는 유명작가로 그의 많은 소설들은 전세계적으로도 인기가 높다.

 

책은 첫째날부터 일곱째날까지 7개의 장으로 구분되어져 있다.

 

주인공 양페이가 죽어서 빈의관(화장터)에 가는것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기서부터 독특한 사후세계에 대한 판타지가 보여지는데, 우리는 보통 '사람이 죽으면 혼이 하늘로 올라가서 염라대왕에게 심판을 받고 천국이나 지옥으로 보내진다.' 라는 가설을 주로 믿으며 살고있다. 물론, 그런 가설을 전혀 믿지않고 사후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긴 하지만 사후세계에 대한 종합적인 가설들중 어느 지역이나 어느종교에서나 등장하는 것은 천국과 지옥이 존재한다고 믿는것들이었다.

 

하지만 <제7일>에서 보여주는 사후세계는 조금 남다르다. 죽은후에 심판을 받는다거나 하는것은 딱히 없다. 천국과 지옥역시 존재하지 않고, 혼은 빈의관에서 몸을 불사른뒤 영원한 안식에 빠져들뿐이다.

 

물론, 빈의관을 찾아오지않고 이승을 떠도는 혼들도 있고 애도해줄 사람이 없거나 묘지가 없어서 안식을 취하지 못하는 혼들도 있다. 여기서 재밋는게 죽은 사람에게 애도하는것과 장례식, 그리고 묘지등이 얼마나 중요한것인지 강조된다. 작가가 중국인인 만큼 중국사회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중국에서는 너무 가난한 사람들은 장례도 치르지못하고 묘지는 당연히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것이 죽어서까지 이어져서 성불조차 하지못하고 구천을 떠돌게되는 계기가 된다는것이다.

 

그래서인지 빈의관에는 대시길에 플라스틱 의자로된 일반석과 푹신한 소파로 되어있는 VIP석이 있는데 그 두곳으로 나눠지는것은 살아생전 선행을 했거나, 덕을 많이 쌓은 사람이 VIP로 가는것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애도하고 살아생전에 재물도 많이 모아두었으며 좋은 묘지와 수의 유골함등을 가진 영혼들이 VIP대우를 받게된다. 참 아이러니 하면서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살아생전의 재물이 죽어서까지 대우를 받는 결과가 되다니... 중국사람들이 얼마나 물질적인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다시한번 느끼게 되는 대목이었다.

 

주인공 양페이는 애도해줄 가족도 없고, 갑작스레 죽어서 장례식이나 묘지도 준비하지 못했기때문에 빈의관에서 나와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게 된다.

 

그렇게 7일간 이러저러한 사람(영혼)들을 만나는데, 얼마전 자살했다고 소식이 들려온 옛아내라던가. 어릴때부터 친자식처럼 자신을 아껴준 이웃집 아주머니,안타까운 일들에 휘말려 숨져간 사람들과 아이들 등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버려진 자신을 주워 모든 인생을 바쳐 키워왔던 그의 아버지를 찾으러 다니는데 7일을 다 쏟아붓게 된다. 

 

저승에서의 7일은 이승과는 조금 다르게 흐르는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계속해서 본인이 죽은것은 알고있지만 죽어서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온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계속 얼마나 됐더라? 하고 되뇌이는 장면들이 연속적으로 보여진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이것은 이승과 저승사이에서 벌어지는 판타지를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고, 그것을 통해 현재 중국사회의 모순점과 불합리한 점들을 고발하려는 목적이 보인다.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고 지나치는 극심하게 가난하게 살다가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 그리고 사회 지도층과 그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차이와 힘든점들...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복합적으로 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중반을 넘어서면서 부터는 주인공의 이야기외에 그가 만나게 되는 타인들의 살아온 이야기들도 많이 그리고 있다. 그곳에는 오해와 사랑, 그리고 감동까지 많은 감정들이 뒤섞여있다.

 

양페이가 아버지를 찾아다니며 알게되는 그의 출생의 비밀과 과거에 대해 읽어나가며 그의 아버지가 얼마나 헌신하며 그를 키워왔는지를 알게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책을 읽으면서 눈물까지 흘려가며 본것은 오랫만인것 같다.

 

단 한권의 책이지만 많은것을 담고있고, 여운도 강하게 남는것 같아서 추천해주고 싶다. 위화의 다른 소설들도 읽어보고 싶게 만든 계기가 됐다랄까? 좋은 책을 만나것 같아서 너무 기쁘다.


 

 

첫째날

p.19

 

귀빈 구역의 화제는 수의와 유골함이었다. 그들이 입고 있는 것은 모두 최고급 명주 수의로, 손으로 직접 수를 놓은 화려한 무늬가 눈에 띄었다. 그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수의의 가격을 말했는데, 여섯 명 모두 2만 위안이 넘었다.

- 중략-

소파 쪽에서 수의와 유골함의 높은 가격을 자랑하는 것과 달리, 플라스틱 의자 쪽에서는 누구 것이 싸고 좋은지를 비교했다. 내 앞줄에 앉은 두 사람은 대화 도중에 같은 수의점에서 똑같은 수의를 샀는데 가격 차이가 50위안이나 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자 비싸게 산 사람이 탄식하며 중얼거렸다.

"우리 마누라는 참 흥정할 줄을 모른다니까."

*죽음에 대해서 시종일관 진지하게 보여주는것이 아니라 웃음과 해학이 끊이지 않는다.

죽었다는것을 인지하는 순간 이승에대한 미련은 버리고 분노와 욕심마저도 모두 놓아버리게 되는데,

그런 영혼들의 모습이 너무 재밋게 표현되어 있었다.

 

 

 

일곱째날

p.XXX

 


"이렇게 빨리 오다니."

 

 *양페이의 아버지가 양페이를 만나고 나서 계속해서 되뇌이던 말이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대화를 이어나가면서도 계속해서 되풀이되는 저 말때문에 가슴이 먹먹해지는것을 느꼈다.

부모님의 사랑은 그 끝이 없음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