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만리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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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밋는게 1,2,3권 동시출간 한건줄 알았는데 정보에는 날짜가 조금씩 다르다. 그런데 1권 다음에 3권이 먼저 발매?>

 

장편소설 답게 각권마다 400여페이지 정도의 분량을 가진 총 3권짜리의 책이다.

네이버에 3개월동안 연재했었다는데, 이렇게 정식출간되어 너무 반갑다. 흔히들 많이보는 웹툰도 아니고 연재 소설이 조회수 1백만건을 넘기긴 쉽지 않을텐데 대단하다. 역시 조정래 작가의 파워가 느껴진다.

 

조정래 작가는 우리에게 <아리랑>,<태백산맥>이라는 작품으로 가장 많이 알려져있을거라 생각한다. 그 외에도 셀수도 없을만큼 수많은 책을 집필하셨다. <김구>,<세종대왕>등 어린이들을 위한 위인전기를 조정래 작가 스타일로 풀어낸 책들도 있고, <한강>이라는 작품도 매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걸로 알고있다. <한강>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읽어보고 싶은 도서중에 하나이다.

 

3권이나 되기때문에 '이걸 언제 다 읽지?' 하는 생각이 든것도 잠시뿐 1권의 몰입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전 3권중 1권을 제일 높게 평가하고 싶다. 영화던 드라마던 책이던, 초반에 몰입도를 얼마나 높혀두는지는 매우 중요한 요소인것 같다. 2권은 초반을 조금 넘어가면서 지루해지는 부분이 생겨나서인지 조금 더디게 읽어졌다. 다시 3권의 내용에선 여러가지 극적 요소들이 등장하면서 다시 빠르게 읽어내려갔는데 애초 계획보다는 빨리 읽게된것 같다. 

 

시간이 안나서 서평을 이제서야 쓰긴 하지만, 오랫만에 제대로된 소설을 만난 느낌이다. 외국 소설들은 번역가의 번역에따라 느낌도 많이 달라지고, 가끔 정서상 맞지않는 분위기라는게 있는데. 국내 작가들의 소설은 문장과 단어 하나하나마다 힘이 실려있는것 같다. 물론, 글을 잘쓰는 작가의 소설이 그렇다는 얘기다. 누구나가 인정하는 조정래 작가의 신작소설 <정글만리> 전체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정글만리를 읽고 있던 도중에 TV에서 광고가 나오는걸 봤다.

지금껏 공중파 TV 정규방송 시간에 책에대한 광고가 나오는걸 본적이 있었던가? 처음은 아니겠지만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조정래 장편소설, 정글만리! 라면서 멋진 cf가 나오는데 나도모르게 반가웠다. 

대형포털인 네이버에서 연재하는 등 시작부터 기대감이 더욱 컸던 <정글만리>가 역시 덩치값을 하는것 같다.

 

비록, 밤늦은 시간의 광고이긴하지만 역시 거장의 소설은 다르구나 하는걸 느끼며 그책을 읽고있는 내 자신이 괜시리 뿌듯해졌다.

그래서 15초버전 정글만리의 CF영상을 올려보니까 TV에서 미처 못본분들도 한번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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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이 길어진듯 하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책에대한 이야기를 더 해봐야겠다. 서평을 쓸때 1,2,3권 각각 나눠서 쓸까도 생각했는데 <정글만리>는 한번에 모아서 쓰는게 더 나을것 같다. 각각의 단락과 장마다 다른 내용이 있는 책과는 다르게 계속해서 이어지는 내용의 장편소설이기에 굳이 나눠서 쓸필요는 없을거라 생각했다.

 

 

 

가깝고도 먼나라, 중국!

 

그동안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하면 누구나 무시했고, 여전히 저품질의 물건의 대명사로 쓰이곤 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완전 바뀐듯 하다. 대부분의 모든 공산품들이 중국에서 생산되며 세계의 수많은 갑부들이 중국에 몰려있다. 경제,산업,IT분야를 막론하고 중국으로 엄청난 자본이 유입되는 지금... 언제까지 못사는 나라 중국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을 멀리해야 할것인가.

 

혹자에겐 기회의 땅이라고도 부를수 있는 중국사회에 맨몸으로 던져진 자들의 열정적인 중국사회의 정글 탐험기가 바로 이책의 핵심적인 이야기다. 정글이라 표현함은 미지의 세계라고 느껴지는 중국을 표현하기에 딱 어울릴듯하다. 게다가 중국의 가장 유명한 만리장성! 만리의 정글을 헤쳐나가며 무언가 한줄의 깨달음이라도 얻을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독자인 나역시도 중국에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접하게 되었고 너무 흥분됐다. 특이하하 독특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나라라고만 생각하고 가깝지만 너무 멀게 느껴졌던 중국이 이제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느낌이었다. 직접 몸으로 체험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며 아쉽게 마지막 장을 덮었다.

 

 

정글만리

1권 p.195

 

버스가 출발하자 난징대학 교수가 한 말이었다. 

난징사람들의 칼날 같은 대일 감정에 송재형은 가슴이 서늘했다. 만만디보다 더한 중국 사람들의 특색은 남의 일에 전혀 관심을 쓰지 않는 것이었다. 외국인이 대로상에서 강간을 해도 다 그냥 지나가고, 다섯 살배기 어린애가 이 차 바퀴 저 차 바퀴에 갈려도 아무도 나서지 않고, 노인네가 인도에 쓰러져 숨을 헐떡거리며 죽어가도 모두 모르는 척 지나가 버리고, 상점 주인이 "도둑놈 잡아라"며 뒤쫓아도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았다. 그리고 또, 중국사람들은 돈을 얼마나 무섭게 밝히는가. "차라리 목숨을 버릴지언정 돈을 놓치지 말아라." 하지 않는가. 그런 사람들이 "일본과 전쟁이 붙으면 전 재산을 내놓겠다"고 하다니! 그 시퍼런 증오는 감동이었다.

 

 

*이 장면에서 중국도 지역에 따라 얼마나 생각이 많이 다른가 하는것을 느꼈다. 그리고 전반적인 중국인들의 의식수준도 느낄수 있었다. 남의 일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중국인들의 의식... 그래서 그동안 중국이란 나라가 너무 무서웠는지도 모른다. 안전함에대한 보장이 없다랄까? 

 

그런데 난징사람들의 일본에대한 강력한 반일감정은 남다르다는점.

예전에 봤던 1942(일구사이)라는 중국영화를 보면 그 실상이 정말 잘 표현되어 있다.영화가 궁금한분이 있다면 내가 쓴 리뷰를 살짝 참고하시길~

 

1942(일구사이)영화 리뷰:http://blog.naver.com/karaeff/90175529938

 

 

 

정글만리

1권 p.327

 

강정규는 조심스러웠지만 별로 어렵지 않게 대답했다.

"잘 맞혔소. 뒤늦게 그 사실을 안 성 정부에서는 그들을 처벌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방법을 성 전체로 확대시켰소. 성 인민들은 환호하며 농사에 열성을 바쳤고, 수확은 역시 어마어마하게 늘었소. 그 사실은 중앙정부에 보고되었고, 최고 권력을 장악하고 있던 덩샤오핑은 즉각 그 방법을 수용해 전국적으로 실시하게 했소. 그게 바로 농토는 국가가 소유하고, 경작권은 농민들에게 부여하는 개혁개방형 신농법이었소. 그러니까 농민들은 수확량의 평균 20퍼센트 정도만 세금을 내고 나머지는 다 자기들이 갖게 된 것이오. 그 결과가 어떻게 됐겠소. 쌀이 모자라 해마다 삼모작하는 동남아 국가에서 수입했는데, 더는 수입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오. 그뿐이 아니오. 해마다 생산이 늘어나 수출까지 할 수 있게 되었소. 그래서 중국공산당은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됐다고 큰소리를 치게 된 것이오."

"그건 공산당이 한 일이 아니잖아요."

강정규가 뚱하니 말했다.

 

*중국의 공산당에 대한 인식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재도 중국은 여전히 공산당을 기본으로 나라가 지탱하고 있지만 초기 공산당의 모습에선 엄청나게 많이 변모되어 있다. 자본주의의 개념은 이제 중국사람들에게 어색한것이 아니며, 특히나 돈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중국사람들에게 옛날의 공산당방침대로만 살라고 하면 폭동만 불러일으킬게 뻔하다.

 

그에 비해 북한은 아직도 굳이 옛것을 고집하느라 변화의 바람이 너무 더디다는게 아쉽다.

 

중국이 이렇게 가속성장을 할 수 있게 된데는 '덩 샤오핑'의 역할이 지대하다. 중국사람들은 그를 거의 신격화하는듯 하다. 원래 중국의 문화자체가 위대한 위인을 신격화해서 숭배하는건 예전부터 있어왔다. 삼국지의 관우가 그 유명한 예 아닌가.(실존인물인지도 의심스럽지만 말이다....)

 

 

정글만리

2권 p.175~

 

장인들, 중국의 영혼

 

서양식으로 꾸며진 실내에 중국 고유의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애조 띤 고음의 악기 소리는 불그스름한 조명과 어우러져 술집의 오후 분위기를 야릇하게 자극하고 있었다.

자크 가방은 비스듬히 앉아서 손가락 두 개를 합한 것보다 더 굵고 긴 시가를 물고 있었다. 그는 시가 연기를 풀풀 날리다가 와인잔을 기울이고는 했다. 와인잔도 시가와 밸런스를 맞추려는 듯 유난히 배가 불룩하고 컸다. 아래를 깔아보듯 하는 눈길과 무슨 깊은 생각엔가 잠긴 듯한 얼굴로 시가를 피우며 와인잔을 기울이고 있는 백인의 모습. 그건 가장 부티나고 여자들의 눈을 혹하게 하는 제일 멋진 폼일 수 있었다.

 

*주변 배경이나 인물에 대한 묘사가 정말 디테일 하다. 전체적으로 디테일한 장면이 많지만, 조금은 지루했던 2권의 내용중에서 (장인들, 중국의 영혼)이라는 장이 가장 흥미로웠다. 중국의 예술에대한 생각과 그 가치. 많은정보와 세심한 묘사까지 곁들인 멋진 글들을 볼수있었다. 이런 뛰어난 묘사때문에 책을 읽는 재미가 생기는것 같다. 눈으로 보는것보다 머리가 상상하는 이미지는 그 무엇보다도 뛰어나니까...

 

 

정글만리

3권 p.358

 

전대광도 조카를 바라보며 묵직하게 웃었다.

"그치만 외삼촌은 자본이 없잖아요. 자본주의 시장은 막말로 돈 놓고 돈 먹기인데."

"그래, 그 말 맞다. 그렇지만 틈새시장이라는 게 있다. 그건 자본 전쟁이 아니라 아이디어 전쟁인 거지. 그거 몇 가지만 잘 포착하면 자본 전쟁에 나설 수 있는 실탄을 확보할 수 있게 되지."

"외삼촌의 눈에는 그 틈새시장이 보여요?"

"음, 정확도는 미정이지만 보이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몇 가지씩이나요? 그게 뭐예요?"

"천기누설! 차츰 두고 봐."

 

*3권에서는 갈등을 해결되고 사랑에 대한 인간 본질적인 의미에 대해서도 많이 다룬다. 이부분이 사랑과 무슨 상관이 있는 장면이겠냐고 하겠지만 이 글에서 이어지는 내용들은, 자본주의던 공산주의던간에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것이 무언지 제대로 정리를 해준다. 사람이 보물이다! 그 한마디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나 역시도 평소 생각이 비슷했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것이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개인의 능력도 중요하겠지만, 제대로된 커뮤니케이션이 없으면 제대로 일을 끝낼수가 없다. 우리는 천재가 아니다. 서로 돕고, 의지하면서 함께 해나가야 하는것 같다. 

 

전대광이라는 소설속 인물과 함께 중국의 정글만리를 경험하고 나니 한결 성숙해진 느낌이다. 매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며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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