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공자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누구나 공자의 말씀은 익히 들어 알고 있으면서도 공자의 일생을 들여다본 적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자고로 대가의 사상과 말씀은 일생을 통해 정립되는 법이지 않은가. 고전을 소설로 풀어낸 이 책을 통해 공자의 삶을 통찰해볼 기회가 생겼다.

 

 

    이 책은 이천 년이 넘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기원전 공자의 주유열국, 주유천하를 그려본다. 공자는 자신의 정치이념을 실현해 보이고 싶어 했던 현실적인 사상가였다. 때문에 춘추전국시대, 정국이 어지러웠던 고향 노나라를 떠나 제나라, 주나라, 위나라와 진나라, 그리고 소국과 초나라 등으로 공자는 총 네 번의 출국을 단행한다. 35세 때 제나라로 국경을 넘어간 공자는 중국 사상 최고의 정치가인 안영의 비판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9년 후엔 노자를 만나러 주나라로 떠났지만, 공자는 노자의 도가사상을 현실 도피, 반면 노자는 공자의 유가사상을 지나친 세속주의라고 비판하며 서로 사상의 차이만 확인했을 뿐이었다. 노나라에서 5년 동안 관직 생활을 했던 공자는 또 다시 정사가 혼란에 빠지자 대사구라는 재상직을 그만두고 위나라로 떠난다. 그러나 영공에게 실망한 공자는 이내 위나라를 떠나 진나라를 찾아갔고, 진나라의 상황도 여의치 않자 다시 위나라로 돌아왔지만 도리어 영공에게 무시를 당하여 또 다시 진나라로 돌아간다. 이후 네 번째 출국은 소국이자 강대국의 속국이었던 섭나라로 정했지만, 이내 초나라로 갔다가 다시 위나라로 향하는 등 순회를 반복해야 했다. 자신의 정치적인 이상을 실현시킬 만한 나라가 마땅찮았던 것이다. 결국 13년 만에 노나라로 돌아온 공자는 학문에 정진하기로 다짐한다. 이때 공자의 나이 68세로, 주유열국을 끝내고 새로운 실로 아홉 구비의 구멍을 꿰려 하는 것이었다. 이를 공자천주(孔子穿珠)라 한다. 공자는 찬란한 황금의 실로 진귀한 구슬을 꿰나갔고, 맹인이었던 자하는 스승이 꿰맨 실이 아주 잘 보인다며 찬탄했다. 현실적인 실패와 좌절에도 포기하지 않고 발전을 거듭하여 학문적 완숙을 일구어낸 공자의 묘비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위대한 학문의 완성자, 최고의 성인, 문화를 전파하는 왕.

 

 

    공자는 현실 사회를 인의예지(仁義禮智)와 예의제도로써 다스려보고자 끊임없이 노력한 사상가였다. 또한 15세에 배움에 뜻을 둔 이후로 생이 끝날 때까지 배우고 또 배웠던, 학구열이 대단한 학자였다. 현 시대까지 생생하게 전해져오는 대가의 말씀은 단편적으로만 전달될 것이 아니라 대가의 일생과 어우러져 깊은 울림을 내야하는 게 맞다. 그런 점에서 공자의 말씀을 통해 공자의 생애를 재구성해준 최인호 작가님께 경의를 표한다. 우리 시대 정치가뿐만 아니라 삶을 돌아볼 필요가 있는 모든 사람에게, 공자의 삶은 뜻 깊은 여운을 남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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