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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는 합창단에서 노래하곤 했다
죠 메노 지음, 김현섭 옮김 / 바움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단편집을 읽어본다. 또 오랜만에 난해한 작품을 읽어본다. 죠 메노의 파랑새는 합창단에서 노래하곤 했다라는 이 단편집은 첫 작품부터 읽기가 쉽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 문장이 어떤 의미를 표상하는 건지 되돌아가서 몇 번이고 읽어볼 정도로, 죠 메노라는 작가와 작품의 첫인상은 곧 난해함이었다. 하지만 내용도 문체도 모두 특이해 보이는 이런 소설은 무척이나 오랜만에 접해보는 터라 손에서 놓지 않고 쭉 읽어나가려 노력했다. 그리고 이렇게 끝까지 읽고 나니 죠 메노라는 작가가 어느 정도 그려지는 듯했다.
죠 메노라는 작가는 우리나라 동인문학상에 버금가는 넬슨올그런 단편문학상 수상작가로, 이 책에는 여기저기서 호평을 받은 17편의 단편소설들이 실려있다.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가장 특이했던 점은 사실 내용도 문체도 아니었다. 본격적으로 독서를 시작하기 전에 목차부터 살펴보는 편인데, 단편집이라 습관적으로 책제목인 <파랑새는 합창단에서 노래하곤 했다>라는 단편소설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이 소설은 어디에도 없었다. 보통 단편집은 대표적인 단편의 제목을 따와 선집의 제목으로 정하는 편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기이하고 이상하고 낯선 느낌이 들었다. 책의 표지부터도 그랬지만 어쨌든 단편집의 제목을 왜 따로 정하고 이렇게 정했을까 무척 궁금해하면서 작품들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17편의 소설에는 소년과 소녀, 형제와 남매, 노동자, 병든 자, 사랑하는 자, 욕망하는 자 등 다양한 인물 군상이 나온다. 모든 인물들은 그저 평범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희한하고 기적적인 사건들이 일어난다. 예언을 하는 말의 존재, 모자를 꼭 잡고 허공에 둥둥 떠다니며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남자, 병에 걸린 사람이나 꿈만 꾸던 사람들에게 기적이 일어나는 모습 등 우연적이고 불가해한 상황이 이 단편집에선 수시로 일어난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 인물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었던 유일한 공통점은 어린이든 어른이든 소설 속 인물이라면 누구나 성장과정에 놓여있다는 점이었다. 점차로 인생을 알아가고 어른의 모습을 깨달아가는 소년 소녀의 이야기와 같이 나머지 어른들의 이야기 또한 아직 인생을 다 알지 못해 작가가 설정해놓은 사건으로 깨달음을 얻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소설 속의 깨달음이 꼭 인생의 진리란 법은 없다. 여기서 깨달음이란 감정이든 생각이든 특정한 사건을 통해서 얻는 특정한 결과를 말한다. 그런 점에서도 독자들은 또 다른 깨달음을 나름대로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파랑새는 합창단에서 노래하곤 했다’라는 제목이 과연 어디서 나왔을까? 작가는 왜 단편집의 제목을 따로 마련했을까? 아마도 17편의 소설을 종합하는 이 제목을 통해 작가의 작품세계를 알아볼 수 있도록 한 단서이자 배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죠 메노의 작품을 처음 접해본 나로선 아직도 난해한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죠 메노라는 작가가 어떤 내용을 어떤 문체로 써내는지는 어느 정도 감이 잡히지만 이 단편집을 읽어보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작가라는 생각도 들어 더욱 난해한 느낌이 드는 것도 같다. 나름의 정답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작가의 다른 소설을 읽어보는 노력이 필요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