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문학의 탄생 - 한국문학을 K 문학으로 만든 번역 이야기
조의연 외 지음 / 김영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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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선 언제부턴가 'k-00'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k-디저트, k-인심, k-장녀.... 그러나 k-문학이라는 단어가 유행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이 굉장히 눈에 띄었고,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도 확 들었다.

2016년,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다는 걸 웬만한 독자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현재 우리나라의 문학작품은 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수많은 나라에 퍼져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한국문학의 번역에도 관심을 가져봄직하다. 따라서 이 책의 두 저자는 한국 번역가의 목소리를 담아보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책에는 총 열세 명의 번역가가 등장한다. 각 번역가들이 번역한 작품역시 널리 알려진 작품들이다. 중요한 건 해외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한 한국 번역가들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작품을 각 나라의 언어로 번역한 외국 번역가들의 이야기도 실려있다는 것이다.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한 잔의 붉은 거울, 김혜순

-오 하느님, 조정래

-미나, 김사과

-생강, 천운영

-한 명, 김숨

-도가니, 공지영

-프롬 토니오, 정용준

-황진이, 홍석중

...

여러 번역가의 이야기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시(詩) 번역에 관한 것이었다. 시를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부분을 읽고 나니 '시 번역'이라는 것이 새삼스러워졌다.

시는 번역으로 잃어버리는 어떤 것이다.

출처는 규명되지 않았지만 미국의 시인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말했다고 전해지는 구절이다. 하지만 이것이 '시는 번역 불가능한 장르다'라는 단언은 아니다. 번역가 정은귀는 그럼에도 시 번역이 항상 어렵다고 말한다. 조금만 생각해보아도 그것은 당연하다. 시에는 운율이 있다. 그걸 번역해가면서 살리기에는 한눈에 봐도 쉽지 않다.

시를 번역하는 일에서 창조성은 얼핏 생각하면 충실성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오해되기 쉽다. 물론 번역은 원전 텍스트에 기대는 일이고, 그것을 최대한 충실하게 살리는 것이 번역의 태생적 운명이다.

본문 p. 142

시를 번역하는 건 곧 시인의 창조적 감각을 번역가에게 이입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고작 한 단어를 고르는 데 얼마나 많은 고민과 시간이 들어갈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책에는 이외에도 과연 기계가 해내는 번역은 어떤지, 한국문학 번역가의 책무는 무엇인지 등등에 관한 이야기가 뒤를 잇는다. 번역에 관한 책답게 영문 번역도 함께 혼재되어 있으니 영미권 독자들도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문학 번역에 관심이 많거나 번역가가 꿈인 독자들에게 최고의 책이 되어주지 않을까 싶다. 나도 편집자를 꿈꾸는 입장에서 번역가라는 직업에 대한 내적친밀감(!)이 대단한데, 이 직업들은 '잘해야 본전'인 직업이기 때문이다. 번역이든 편집이든 아무리 잘해도 주인공 대우를 받긴 힘들다. 하지만 못하면 바로 티가 나버린다. 그래서 잘해야 본전이다. 그럼에도 이 일을 너무 사랑해서 이 일에 뛰어드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많이 어려운 내용도 아니라서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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