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야 정말 저런 신들이 존재하겠거니, 하고 읽었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신화가 우상화 작업의 결과라는 사실을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이게 된다. 하긴 제우스 같은 난봉꾼이 실제로도 존재했다면...... 글쎄다.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맨 처음, 그러니까 카오스 이후 가이아와 타르타로스, 에로스가 생겨난 시점부터 시작한다. 모든 신화의 내용을 자세하게 한 책에서 설명하기란 사실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우리가 궁금해할 만한 부분을 콕 집어서 자세하고 재미있게 설명해준다.
내 최애였던 신은 아테나였는데, 지혜로운 전쟁의 신이라는 타이틀 자체가 어린 내 눈에 너무 멋있었기 때문이다. 이 아테나의 탄생 설화는 굉장히 신비한데, 대부분이 알고 있듯 제우스의 머리를 쪼개고 나온 것이다. 하지만 저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아테나의 탄생을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
제우스는 오케아노스(메티스의 아버지)의 도움으로 크로노스를 내쫓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메티스와 결혼했을 것이다. 이들의 결혼은 두 세력의 정략에 따라 이루어진 것과 같다. 하지만 설화에서는 제우스가 신탁을 두려워한 나머지 임신한 메티스를 자신의 몸속에 가두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는 결국 제우스가 변심하고 메티스를 어딘가에 가두거나 내쫓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로 유추해볼 때 제우스에게 배신당해 임신한 상태로 쫓겨난 메티스가 홀로 아테나를 낳고, 그 후 성인이 된 아테나가 제우스를 찾아온 것으로 보는 게 현실적으로 합당하다.
이런 식으로 신화를 해석해본 적이 있는가? 아마 대부분은 없을 것이다. 나도 신화를 그냥 받아들이기만 했으니까. 하지만 이 책은 신화 속 인물과 사건을 쉽게 해석해주고 정리해준다. 장담하건대 그리스 로마 신화 만화책을 정주행해본 적 있는 독자라면 책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