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지배 - 디지털화와 민주주의의 위기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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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0페이지 분량의 짧은 책이지만, 내용은 무엇보다 알차게 들어 있는 인문학+사회학+철학 도서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인포크라시'이다. 디지털화가 진행되며 민주주의가 인포크라시로 변화하는 세태에 대한 분석과 견해를 담고 있다. 말하자면 디지털화로 인해 미디어크라시(미디어의 지배)가 창출되고, 따라서 책 문화가 빚어낸 합리적인 담론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미디어크라시에서는 정치도 군중 미디어의 논리에 굴복한다. 민주주의가 텔레크라시(텔레비전의 지배)로 바뀌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조지 오웰의 <1984>를 생각해보자. 오웰이 그린 소설 속, 전체주의적 감시국가에서는 '텔레스크린'이 국가 운영에 핵심 역할을 한다. 빅 브라더의 최고 일꾼인 셈이다. 그 화면으로 끊임없이 대중들을 선동하고 세뇌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것이 억압이라는 것도 모르는 채 세뇌되고 중독된다. 텔레스크린에서는 텔레비전 화면과 똑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빅 브라더의 감시화면이며, 곧 억압과 지배이다. 이렇게 고통과 고문이 아니라 재미와 즐거움이 지배 수단으로 동원된다.

유명한 <멋진 신세계>의 작가 헉슬리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1984>에서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사람들을 통제한다. <멋진 신세계>에서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줌으로써 사람들을 통제한다.

이에 대해 유명한 해석이 있다. 오웰은 우리가 몹시 싫어하는 것이 우리를 몰락시킬 것을 두려워했고, 헉슬리는 우리가 몹시 좋아하는 것이 우리를 몰락시킬 것을 두려워했다는 것.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둘 다 부분적으로 현실에 들어맞는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싫어하는 것도, 우리가 좋아하는 것도 어쩌면 지금 우리를 몰락시키고 있는 것 아닐까. 우리가 싫어하는 전쟁, 기아, 혐오. 우리가 좋아하는 인터넷, sns, 컴퓨터...

문헌정보학을 복수전공하며 수업 시간에 데이터 마이닝을 배웠다. 책에서도 데이터 마이닝이 언급된다. 데이터 마이닝은 예측 가능한 사회적 시스템으로 간주된 사회의 문제들과 분쟁들에 대한 최적의 해법을 찾아낸다고 한다. 그리고 그 해법은 인간이 내는 것보다 합리적이고 지능적이다. 데이터주의적 관점에서, 디지털 합리성은 소통적 합리성을 월등히 능가한다는 거다. 그렇다면 더 나아가 데이터주의자들이 갈망하는 건 무엇이겠는가?

철저히 정치 없이 돌아가는 사회다.

책 내용을 조금 풀어서 설명했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인문사회도서와 너무 멀어진 우리에게, 딱 이 시기에 읽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챗 gpt는 벌써 버전 4까지 진화했다. 이렇게 빠르게 진화하는 시대에서 우리 인간이 인공지능을 어디까지 발전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은 끊이지 않는다. 이건 단순한 이론이 아니다. 우리 삶과 맞닿아 있는 문제다. 혹시 이 책이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꾸역꾸역 완독하시길 바라게 되는 책이다. 우린 이제 물러날 곳이 없다. 알지 않으면 뒤처진다. 어쩌면 인간은 이미 로봇에게 뒤처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민주주의까지도. 그 결과가 어떨지 우린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까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 로봇으로 대체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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