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기 머시기 - 이어령의 말의 힘, 글의 힘, 책의 힘
이어령 지음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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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이어령, <거시기 머시기>

🖋 2022. 4. 06

🌙 word가 world를 바꾼다

국문학도로서 지나칠 수 없는 책이라는 생각에 어렵지 않게 선택했다.

게다가 전주 토박이인 나에게, '거시기'라는 단어는 너무나도 익숙한 것이었다.

이미 알고 있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을 때 그 답답함을 나타내는 주어가 '거시기'이고,

언어로는 줄 긋기어려운 삶의 의미를 횡단하는 행위의 술어가 '머시기'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특히 전라도 지역의 사람들은 단지 이 두 마디 말만 가지고서도 서로의 복잡한 심정과 신기한 사건들을 교환할 줄 안다.

​거시기를 머시기 하는 것에 관한 책, 그게 바로 <거시기 머시기>다.

한 마디로 '언어'와 '삶'에 대한 탐구인 것이다.

'삶'이라는 말을 자세히 보면 '사' 자에 '람'도 있어요. 이런 걸 애너그램이라고 해요. 논리로만 생각하지 못하는 우연의 어떤 변화가 뜻하지 않은 초월의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게 바로 시예요.

내가 언젠가 존경하던 국어선생님께 들었던 것과 비슷한 내용이라 놀랐던 구절이다.

선생님은 '사람'을 줄이면 '삶'이 된다고 하셨다. 또 '살다'라는 동사를 명사처럼 사용할 때는 명사형 어미 'ㅁ'을 사용하여 '삶'이라고 한다고. 그래서 산다는 것, 삶, 사람은 다 똑같은 것이라고 그러셨다.

이런 재미있는 연구와 독특한 발상들은 언어에 관해 한 번쯤 고찰해본 사람이 캐치해낼 수 있는 것이다.

이어령의 강연집인 이 책은 총 7개의 부제와 부록으로 이루어져 있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주제 강연, 도쿄국제도서전 특별 좌담 등 다양한 자리에서 강연했던 그의 생각과 연구들이

정갈하게 담겨 있다.

우리는 매일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언어에 대해 심층적으로는 생각해보지 않는다.

우리가 이미 언어에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미안하지만"이라는 관용구는 항상 그 뒤에 부정적 의미와 연결되거든요. 그러니까 반드시 그 말 뒤에 이어지는 선이니 점이니 하는 것들에 대한 의미를 한정시켜서 애매성을 덜어주는 겁니다. 난해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는 셈이지요.

그렇다면 내가 인용한 '미안하지만'이라는 관용구를 보자.

우리는 저 관용구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한다.

미안하지만 오늘은 안 될 것 같아.

미안하지만 다음에 보자.

보통 부탁을 거절하거나 무언가를 부정적으로 이야기할 때 쓰는 관용구이다.

그러나 우리는 저러한 관용구의 쓰임새를 본능적으로 맥락에서 체득해 사용할 뿐, 공부해서 저것의 쓰임새에 맞는 곳에 사용하지 않는다. 사실 뜯어보면 충분히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텐데 우리는 의문점을 갖지 않는다.

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어령은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젊은이들의 시는 가볍고 엽기적일 거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 시를 읽어보고나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새에 언어에서의 편견, 무감각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

이 책은, 특히 언어에 관심 있으신 독자분들께 추천드리고 싶다.

한국어를 비롯한 전세계의 언어, 그 언어로 쓰이는 시, 등등. 시인이자 평론가이자 학자인 이어령의 80년 인생을 관통하는, '언어에 대한 탐구'를 무엇보다 잘 나타낸 책이기 때문이다.

내가 전공자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무척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었다.

그러나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식견을 넓히기 위해 충분히 읽을 수 있을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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