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내가 인용한 '미안하지만'이라는 관용구를 보자.
우리는 저 관용구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한다.
미안하지만 오늘은 안 될 것 같아.
미안하지만 다음에 보자.
보통 부탁을 거절하거나 무언가를 부정적으로 이야기할 때 쓰는 관용구이다.
그러나 우리는 저러한 관용구의 쓰임새를 본능적으로 맥락에서 체득해 사용할 뿐, 공부해서 저것의 쓰임새에 맞는 곳에 사용하지 않는다. 사실 뜯어보면 충분히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텐데 우리는 의문점을 갖지 않는다.
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어령은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젊은이들의 시는 가볍고 엽기적일 거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 시를 읽어보고나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새에 언어에서의 편견, 무감각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
이 책은, 특히 언어에 관심 있으신 독자분들께 추천드리고 싶다.
한국어를 비롯한 전세계의 언어, 그 언어로 쓰이는 시, 등등. 시인이자 평론가이자 학자인 이어령의 80년 인생을 관통하는, '언어에 대한 탐구'를 무엇보다 잘 나타낸 책이기 때문이다.
내가 전공자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무척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었다.
그러나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식견을 넓히기 위해 충분히 읽을 수 있을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