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그녀는 더 숨이 찼고
더 빨리 헉헉거렸다.
사람들은
버스나 지하철에서,
점점 더 자주
그녀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날이면 날마다,
온 사방의
젊은이들이
그녀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냐고?
나이를 먹었을 뿐이다.
그 여름에,
그녀는
노인이 되었다.
한 편의 시와 같은 글로 이 책은 시작한다.
우선 책을 읽기 전에 표지에 한참 감탄했었다. 금빛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제목의 글자들, 파스텔 톤과 원색을 적절히 조합한 표지 디자인까지 굉장히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나는 제목을 읽자마자 왠지 모르게 코끝이 찡해지는 걸 느꼈다.
내가 늙어버린 여름.
아직은 한참 젊은 오늘날의 내가, 늙어버린 나의 여름을 상상할 수나 있을까?
난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못하겠다, 사실.
나는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늙는 게 무섭고 두려웠다.
나만 늙는 게 무서운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이 책이 단순히 '늙음'에 한정된 글은 아니다.
딸로 태어나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야만 했던 이야기, 남동생과 비교하여 차별 받았던 경험, 부자 남편감의 눈에 들기 위해 여성성을 가꾸어야 한다는 식의 조언.
나이가 꽤 있는 작가가 어렸을 때 들었던 말인데 나도 다 한 번쯤 들어봤던 이야기라 공감이 갔다.
참 슬픈 이야기다. 몇십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그 쓸데없는 가치.
나는 왜 조신해야만 할까? 나는 왜 부자인 남편을 만나야만 성공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까?
왜 내가 의견을 강하게 표출하면 기가 세다는 말을 들어야 하고, 왜 내 남동생이 의견을 강하게 표출하지 못하면 사내애가 숫기가 없다며 혀차는 소리를 들어야 할까?
또 이런 이야기들만 있는 건 아니다.
어느 시대에나 있었던 세대 간의 갈등, 성별 간의 갈등,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늙는다'라는 개념까지.
모든 것이 함축되어 이 책 안에 들어가 있다.
작가의 삶 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