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
이선영 지음 / 비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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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서평의 특성상, 소설의 줄거리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서포터즈 활동을 하며 읽었던 책 중 정말 유일하게 나와는 맞지 않는 문체를 가진 작가의 소설이었다. 그러나 전반적인 스토리 구성이나 후반부의 반전은 독자의 흥미를 끌기 충분하다.

너무 짧아서 제가 기억합니다. '증오하면서 사랑한다'였습니다. 글쎄요, 딱히 누구한테 남긴 말 같지는 않았습니다.

본문 p. 32

이 소설은 '오기현'이 변사자로 발견되며 시작된다. 그리고 그녀의 언니인 윤의현, 사건 담당 형사 백규민, 기현의 양아버지 오창기를 포함해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이 등장한다.

단순히 자살 사건을 수사하는 방향으로만 소설이 진행되기보다는 사회의 이런 저런 모습을 꼬집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대학 내 성폭력 고발, 장애인 노동 착취 등 우리가 현실에서 이미 마주했던 그 지옥같은 사건들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건 중간중간 뜬금없는 로맨스라인이 삽입되었다는 점과 필자가 좋아하는 문체가 아니었다는 것 정도? 문체는 정말 취향 차이이니 여러분께서는 또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겠다.

조금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지만, 후반부의 반전도 충분히 독자가 추리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일단 반전을 마주치면 저절로 입이 벌어지고 생각이 멈춘다.

뭐, 사실 크게 문제 될 일도 아니었잖아. 술 한잔 들어갔겠다. 남자라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야. 윤 선생이야 여자니까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런데 요즘 아이들이 만만치가 않잖아. 이 교수가 그걸 생각 못하고 실수한 거지.

본문 p. 143

읽으면서 가장 화가 났던 부분을 꼽자면 여기일 것 같다.

학생들과의 술자리에서 성적인 농담을 던지고 학생의 몸을 더듬는 것이 어떻게 '크게 문제 되지 않을 일'로 치부될 수 있을까. '술 한잔' 들어가면 성추행이 성추행이 아닌 게 되나. '남자'라면 왜 용서가 될까. 성추행한 교수의 수업을 거부하고 문단에서 제명시키고 싶다는 것이 어떻게 '요즘 아이들이 만만치 않아서'와 같은 말로 동일시될 수 있을까. 하물며 학생의 몸을 더듬는 것이 어떻게 '실수'일 수 있을까.

실제로 저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꽤 봐왔기에 더 화가 났던 것 같다. 부디 우리나라가 성범죄를 더 세게 처벌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고해성사와도 같은 그녀의 최후진술을 들을 수 있는 날이 올까?

본문 p. 323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읽으실 수 있는 소설이다. 필자도 꽤 재미있게 읽었고 결말도 마음에 드는 편에 속했다. 범죄수사물을 즐겨보시는 독자 분들이라면 분명 이 책을 즐기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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