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가 되는 시간 - 자연 관찰과 진로 발견 발견의 첫걸음 3
템플 그랜딘 지음, 이민희 옮김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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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동물학자 템플 그랜딘이 어떻게 하여 과학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어떤 경로를 통해 과학자가 되었는가에 대한 안내서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관심사에 집중하게 되는 성향을 살려 과학자의 길을 걷게 되었던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관찰력을 뽐냈던 것 같다. 길에 있는 돌 하나, 해변에 있던 작은 조개 하나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관찰하였던 그녀가 과학자가 될 수 있었던 건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이 책은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과학을 좋아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친절한 산책이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아니, 굳이 '과학자'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붙이지 않아도 길을 지나가다가 무언가를 '발견'하고 멈춰 서 본 경험, 가만히 쭈그리고 앉아 길에 지나가는 작은 생명을 바라보았던 경험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당신의 관찰이 어떤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 과학의 어떤 분야로 연결되는지 그 길의 끝을 보여주는 친절하고 차분한 안내서이다. 


이 책은 크게 6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첫 장 '돌'에서는 주변의 돌을 관찰하고 돌과 돌을 서로 긁어보며 굳기를 측정했던 글쓴이의 어린 시절은 우주에서 날아온 돌을 지나쳐 화산 활동에 이르는 지질학의 세계로 이르러 지구의 역사를 알 수 있다는 걸 친절하게 알려준다. 


두 번째 장 '해변'은 바닷가에서 해양 생물을 관찰하기 좋아했던 어린 시절의 일화를 소개하며 바다 유리나 유목 같이 떠밀려 오는 것들로부터 알 수 있는 것, 심해 탐사와 관련된 이야기까지 해양에 관련된 지식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세번 째 장인 '숲'에서는 자연에서 숨 쉬던 시간을 떠올리며 숲 속 식물들의 다양한 모양과 피보나치 수열이라는 규칙성에 이르는 아름다운 자연의 신비까지 친절히 설명해준다.


네번 째 '새'에서는 새를 관찰하기 위한 방법, 새들의 둥지에 관한 것, 새들의 비행 등 조류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해준다.


다섯번 째 '밤하늘'에서는 하늘과 우주에 관련한 글쓴이의 경험이 나온다. 마냥 밤하늘을 관찰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NASA에서 일했었던 흑인 수학자 캐서린 존슨과 관련된 일화, 달나라에 사람을 보내고 싶어했던 미국 이야기, 허블 망원경과 제임스 웹 망원경 이야기에 이르는 다양한 우주 탐험과 관련된 지식이 가득하다.


마지막 '동물 행동' 장에서는 늑대가 반려견이 된 사연, 동물이 느끼는 감정 등 동물 학자로서 전달할 수 있는 지식들을 설명해 준다.


이 책이 좋은 점은 어떻게 보면 단편적 지식들이 나열되어있고, 그 깊이가 깊지는 않지만 정말로 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관심' 수준의 것이 어떻게 '과학'의 한 분야와 연결될 수 있는지 그 길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냥 길에서 관찰한 나뭇잎의 모양도 사실 그 속엔 과학이 숨어있고, 우리 삶에서 주어지는 보상과 처벌도 모두 과학과 관련된 것임을 알려주어 실생활과 과학은 동 떨어진게 아니라는 것 또한 알 수 있게 해준다. 또 각 장 별로 해당 분야의 과학자들을 소개해주고 있는데 아인슈타인 처럼 누구나 아는 과학자보다는 유진 슈메이커, 실비아 얼, 앤드루 더글라스와 같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을 소개해주어 더 흥미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모든 관찰자들의 모든 관찰을 더욱 응원하고 그 길이 과학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소중하고 값진 시간이라는 것을 알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해변을 걸으면 오래전 누군가가 보낸 메세지를 담은 유리병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지도 모를 바다 유리를 찾아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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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타이머 사계절 1318 문고 138
전성현 지음 / 사계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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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현 작가님의 소설집 [데스타이머]는 SF장르의 짧은 글들이 모여있다. 총 7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집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지금 현실에서 종종 그 가능성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기에 마냥 공상과학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그런 무거운 마음으로, 마치 현실이 되어버릴 것만 같은 미래에 놓여진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읽어내려갔다.


이 글 속은 다양한 삶의 모습이 담겨있다. 재개발을 앞두고 한참 철거가 진행되고 있는 동네에서 폭력에 노출되어있는 사람들. 뒤쳐지지 않기 위해 10시 소등 시간 이후 몰래 스탠드를 켜고 암막 커튼으로 그 빛 조차 숨긴채 공부하는 학생들. SNS 계정이 자꾸만 해킹되어 불안해 하는 사람. 질병의 유행 때문에 장시간 이어지는 온라인 수업에 내몰린 학생과 교사. 모두 멀리 있는 모습들이 아니라 나조차도 그 중 일부는 경험해본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다. 

그 평범한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과학적 소재와 결합시켜 이어지는 스토리가 참신하고 때로는 무섭기도 했다. 밤마다 이상한 소리를 내던 친구가 갑자기 모습이 바뀌어 학교에서 사라지거나, 평행 우주 속의 나와 우연히 연락하게 되었지만 우주 방사능에 노출되어 위험한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되거나 하는 이야기는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에 한 걸음 물러나 읽을 수 있는 정도의 무서움이었다. 반면 녹아버린 북극의 영구 동토에서 고대의 박테리아가 나타나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이야기, 이미 절망만 가득한 세상에서 의식을 조종하여 진짜 모습을 숨기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미래, 패러데이 상자처럼 자신의 방안에 갇혀 온라인으로만 사람들을 만나다가 자아를 상실해버리는 일. 이런 일들은 마치 가까운 미래에 정말로 일어날 것 같아 섬뜩하기도 했다.


7편의 이야기 중 가슴이 뭉클했던 [포틀랜드]는 시한부 인생을 스스로 종결하고 싶어 이사를 한 이모를 만나러 간 이야기였다. 모든 선택에서 '최선'이었다 말하는 이모는 자신의 아픔을 멈추기 위해 '최선'의 선택이었다 말하며 조카와 자신의 언니를 만나지만, 보내야하는 이들은 준비가 되지 않았고, 남겨진 사람들은 그 슬픔을 감내해야한다는 것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또 그런 남겨질 사람들을 보며 원래 떠나기로 했던 시간보다 조금 더, 조금 더 연장하는 마음도 마찬가지로 슬펐다.


SF지만 허무맹랑하지 않아서 무서웠고, 먹먹했다. 작가의 말에서 전성현 작가님은 먼 미래가 아닌 현재를 이야기하기 위해 글을 쓰며 때로는 현실이 가상의 상황을 앞질러가고, 우리가 마주하는 실제가 환상보다 더 기이하기에 치열하게 고민한다고 밝혔다. 딱 그런 작가님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 현실에 대한 고민과 미래에 대한 생각을 충분히 해볼만한 다양한 화두를 던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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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정원 - 제20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137
김지현 지음 / 사계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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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좋아하는 것이 같아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내가 아이돌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내 친구는 나의 친구가 아닐까?


10대 청소년들의 마음에는 비밀이 많다. 우리 집, 부모님, 형제나 자매 등의 지극히 개인적인 신상과 관련된 비밀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등의 기호와 관련된 것까지도 쉽게 꺼내놓기 힘들때가 많다. 나를 나로서 완성하는 것들이 많지만, 그것들을 모두 공유하지 못하면 정말로 친구가 아닌 것일까, 그렇다면 친구는 무엇일까라고 끊임없이 묻는 책이다.


주인공인 정원은 아이돌은 좋아한다는 사실을 친구들에게 말하지 못했다. 아니 정원 스스로도 아이돌을 좋아하는 자신의 모습을 SNS 또는 같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덤에서만 드러내고 그런 모습을 아는 덕질 친구 '달이'를 진짜 친구라고 생각할 뿐, 자신의 그 모습을 알지 못하는 학교의 친구들은 그냥 그런 '클래스메이트'정도로 벽을 쌓아 놓고 있었다.


'아이들마다 일정한 주파수를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 라디오를 듣는 것처럼 나는 나와 맞는 주파수를 찾을 수 있고, 주파수를 조정하면 다른 무리의 얘기를 들을 수도 있는 거다.'


'나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를 끌어당기는 과정이 너무 의아하고 또 신기하다. 일만 개의 관계가 있다면, 양쪽을 끌어당긴 일만 개만큼의 연이 있었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건 어떻게 만들어지는 건지 감이 오지 않는다. 이 중에 같은 아이돌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묶인 애들은 없는 걸까? 아이돌을 좋아한다고 해도 나와 같은 그룹을, 나만큼 좋아하는 아이가 과연 있을까?'


이런 정원의 고민은 꼭 아이돌을 좋아하는 정원의 속마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같은 동네에만 살면, 방과후에 몇 번 만나 놀기라도 하면 금세 '걔랑 나랑은 친구'라고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같은 학급에 있어도 '친구'는 아닐 수도 있고 '친구'라고 부르는 사람들 가운데에서도 '찐친' 또는 '베프'로 친구를 나눈다. 그 등급에 따라 마음을 여는 단계가 다르다. 마치 깊은 미궁속에 갇힌 문을 열듯이. 그만큼 아이들은 친구가 어렵고, 내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 조심스럽기만 하다. 그런 지금 청소년들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넓은 우주에서 나와 정말로 어떤 것을 같은 깊이로 나 만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것을 찾을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런 고민들 가운데에 서서 좀처럼 자신의 마음을 열지못하던 정원에게 같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다른반 친구들을 알게되고, 그들과 교류하면서 아이돌이라는 테두리를 넘어 우정이라는 것이 쌓인다. 처음엔 좋아하는 아이돌 멤버가 읽는 책을 이야기하는 모임이었지만 점점 그렇지 않아도 모이게 되었고, 아이돌을 누군가가 안좋아하게되면 사이가 깨어질지도 모른다고 불안해하던 정원의 마음에 대한 답이라도 하듯 그 이상의 무언가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러면 그럴 수록 정원은 그냥 클래스메이트라고 생각했던 혜수가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그 아이에 대해 마음을 열지못하던것은 정원이었는데, 점점 혜수가 오히려 자신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걸 그냥 두고 볼 수 없게 되는 정원의 마음의 변화가 좋았다. 혜수를 위해 자신의 벽을 하나 허물어 내보이고, 그녀에게 손을 먼저 내밀어보는 정원의 마음은 '우리의 정원'이라는 제목처럼 따스했고, 식물이 자라듯 정원의 마음도 자랐다는 반증이었다.


친구들 속에서 청소년들은 자란다. 관계 속에서 한 걸음 더 성숙한다. 그렇게 하염없이 서로를 보여주고 나눌때 정말로 건강한 마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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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푼의 시간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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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결은 AI였지만 AI가 아니었고, 그를 대하는 모든 사람들 역시 그를 그렇게 대했다. 인간이 아닌 존재가 복잡한 인간을 배우며, 우리가 몰랐던 인간성에 대해 알려주는 이야기였다. 푸른 세제 한 스푼이 물에 녹아 사라지는 그 찰나의 순간에 담긴 인간의 자유 의지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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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라이브러리 (1주년 스페셜 에디션)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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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그렇다. 힘든 순간이 한꺼번에 온다. 그런 순간에서 죽음을 선택하는 자들에게 후회의 책을 만들지 않도록, 결국 중요한건 자신의 안에 있고 바꾸는 힘도 내 안에 있다고 책은 이야기를 건넨다.
중간 쯤 읽었을 때 결말이 예상되었고, 그대로 되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가을 날 읽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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