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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정원 - 제20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사계절 1318 문고 137
김지현 지음 / 사계절 / 2022년 9월
평점 :
서로 좋아하는 것이 같아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내가 아이돌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내 친구는 나의 친구가 아닐까?
10대 청소년들의 마음에는 비밀이 많다. 우리 집, 부모님, 형제나 자매 등의 지극히 개인적인 신상과 관련된 비밀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등의 기호와 관련된 것까지도 쉽게 꺼내놓기 힘들때가 많다. 나를 나로서 완성하는 것들이 많지만, 그것들을 모두 공유하지 못하면 정말로 친구가 아닌 것일까, 그렇다면 친구는 무엇일까라고 끊임없이 묻는 책이다.
주인공인 정원은 아이돌은 좋아한다는 사실을 친구들에게 말하지 못했다. 아니 정원 스스로도 아이돌을 좋아하는 자신의 모습을 SNS 또는 같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덤에서만 드러내고 그런 모습을 아는 덕질 친구 '달이'를 진짜 친구라고 생각할 뿐, 자신의 그 모습을 알지 못하는 학교의 친구들은 그냥 그런 '클래스메이트'정도로 벽을 쌓아 놓고 있었다.
'아이들마다 일정한 주파수를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 라디오를 듣는 것처럼 나는 나와 맞는 주파수를 찾을 수 있고, 주파수를 조정하면 다른 무리의 얘기를 들을 수도 있는 거다.'
'나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를 끌어당기는 과정이 너무 의아하고 또 신기하다. 일만 개의 관계가 있다면, 양쪽을 끌어당긴 일만 개만큼의 연이 있었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건 어떻게 만들어지는 건지 감이 오지 않는다. 이 중에 같은 아이돌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묶인 애들은 없는 걸까? 아이돌을 좋아한다고 해도 나와 같은 그룹을, 나만큼 좋아하는 아이가 과연 있을까?'
이런 정원의 고민은 꼭 아이돌을 좋아하는 정원의 속마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같은 동네에만 살면, 방과후에 몇 번 만나 놀기라도 하면 금세 '걔랑 나랑은 친구'라고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같은 학급에 있어도 '친구'는 아닐 수도 있고 '친구'라고 부르는 사람들 가운데에서도 '찐친' 또는 '베프'로 친구를 나눈다. 그 등급에 따라 마음을 여는 단계가 다르다. 마치 깊은 미궁속에 갇힌 문을 열듯이. 그만큼 아이들은 친구가 어렵고, 내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 조심스럽기만 하다. 그런 지금 청소년들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넓은 우주에서 나와 정말로 어떤 것을 같은 깊이로 나 만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것을 찾을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런 고민들 가운데에 서서 좀처럼 자신의 마음을 열지못하던 정원에게 같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다른반 친구들을 알게되고, 그들과 교류하면서 아이돌이라는 테두리를 넘어 우정이라는 것이 쌓인다. 처음엔 좋아하는 아이돌 멤버가 읽는 책을 이야기하는 모임이었지만 점점 그렇지 않아도 모이게 되었고, 아이돌을 누군가가 안좋아하게되면 사이가 깨어질지도 모른다고 불안해하던 정원의 마음에 대한 답이라도 하듯 그 이상의 무언가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러면 그럴 수록 정원은 그냥 클래스메이트라고 생각했던 혜수가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그 아이에 대해 마음을 열지못하던것은 정원이었는데, 점점 혜수가 오히려 자신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걸 그냥 두고 볼 수 없게 되는 정원의 마음의 변화가 좋았다. 혜수를 위해 자신의 벽을 하나 허물어 내보이고, 그녀에게 손을 먼저 내밀어보는 정원의 마음은 '우리의 정원'이라는 제목처럼 따스했고, 식물이 자라듯 정원의 마음도 자랐다는 반증이었다.
친구들 속에서 청소년들은 자란다. 관계 속에서 한 걸음 더 성숙한다. 그렇게 하염없이 서로를 보여주고 나눌때 정말로 건강한 마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