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을까, 우리가 함께라면 - 완전하지 않아도 분명히 존재하는 행복의 가능성들
성진환.오지은 지음 / 수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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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행복은 무슨 모양일까.



지금 행복의 모양이 네모인 친구들이 있다. 성진환, 오지은 작가네 식구들이 그렇다. 그들 둘과 나머지 둘인 반려견 흑당이와 아기 고양이 꼬마. 그렇게 그들 넷은 네모 모양의 그릇에 행복을 담았다.



스윗소로우 멤버였던 성진환님과 작가 오지은님의 책이 매우 사랑스럽다. '괜찮지 않을까, 우리가 함께라면'이라는 제목이다. 귀여운 라인 드로잉에 손글씨. 그리고 아주 다정하게 대화하는 듯, 만화와 글이 번갈아가면서 차례차례 배려심 있게 나열되어 있다. 그들 부부는 흑당이를 만나고 삶이 더 풍부해졌다. 겁이 많고 조심스러운 까만 강아지 흑당이지만 그들을 언제나 지키고 있는 든든한 존재이고 가족이다. 알레르기가 있고 강아지를 잘 달랠 줄 몰랐던 때도 있었지만, 그 작고 작은 흑당이가 이제는 그들 부부의 마음을 읽고 나누는 식구가 되었다. 흑당이가 오고나서는 하루하루가 기대된다고 한다.




'사랑에 대하여'라는 부분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나는 점점 알게 되었다. 여러 가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침에 내가 살아 있나 보러 오는 흑당이의 마음, 외출하다 돌아오는 나를 꼬리가 떨어질 정도로 반기는 흑당이의 마음,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고 손을 머리로 들어올리는 흑당이의 마음, 내가 그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을 때 완전히 몸을 맡기는 흑당이의 마음, 소중한 집을 키기 위해 하루종일 창문 밖을 노려보는 흑당이의 마음.- 오지은 작가님이 그중 제일 좋아하는 흑당이의 마음은 늦은 밤 산책을 할 때 자신을 지키려고 열심히 앞질러 가는 흑당이의 마음이라고 한다. 그 발소리에 무한한 사랑을 느끼며, 너무 행복해서 얼굴을 찡그리고 어깨를 세우곤 한다고.




이 외에도 그림과 글로 흑당이에 대한 애정을 넘치게 볼 수 있다. 무려 책의 절반 이상이 흑당이와 관련된 에피소드다. 내가 흑당이라면 엄청나게 감동받을 것 같았다. 처음 그들의 행복의 모양은 세모였다. 부부와 흑당이. 하지만 원고를 마친 어느날 아기 고양이 꼬마가 나타났다. 운명같이. 마법같이. 그리고 그들 행복의 모양은 그렇게 막 네모로 바뀌게 되었다. 책의 표지에는 '완전하지 않아도 분명히 존재하는 행복의 가능성들' 이라고 적혀 있지만 내가 보기엔 그들의 행복이 너무나 완전체로 보여졌다. 그들은 한순간도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들이 주고 받은 마음, 쌓여온 마음. 눈을 뜨고 함께라는 것이 정말 잘됐고, 정말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마음. 그들의 그런 마음을 조금은 엿볼 수 있었서였는지 나는 잠시 동안 그들의 네모난 테두리 안에 들어가 있었던 것 같다. 그들이 만들어낸 행복이 동그랗게 파문을 만들어 나에게 번졌다. 그들의 행복 안에서 나는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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