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부르는 이름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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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읽었던 ‘태도에 관하여’를 읽고 나서 임경선 작가님의 팬이 되어 버렸다. 나와는 다른 분이지만 그녀의 에세이에 공감이 갔고 어지러웠던 마음이 한결 나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그분의 이름만 보고 나는 이 책이 보기도 전에 설레였다. 책을 읽으면서 울었던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기억나는 걸로는 국화꽃 향기, 그리고 이 책이다. 얇은 책이지만 많은 감정들이 담겨있다. 특히 사랑의 감정들이. 남은 페이지가 줄어들 때마다 어쩐지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



사랑이라고 하면 어쩐지 간지럽고 추상적인 그 무엇이란 생각에 가슴 깊이 와닿지 않은 단어였다. ‘사랑이라는 건 이런 게 아닐까’ 라고 느끼게 해주었던 건 한솔의 편지들이었다. 밝고 씩씩하고 순한 모습의 한솔은 수진이 일하는 건축사무소의 조경작업을 하는 청년이다. 그의 맑은 사랑 법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가 가슴이 아렸다가 했다. 수진의 마음이 혁범을 향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를 세심하게 배려하고 또 배려하는 모습에 감탄했다. 이런 사람이 실제로도 존재하는지도 궁금했다. 소설 속 인물이지만 이 청년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누구에게라도 사랑받을 만한 청년 한솔. 수진보다 8살이나 어리지만 소설 속 인물들 중 그 누구보다 어른스럽다.



그런 무한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매력적인 인물이 한솔이라면 정작 나의 눈물을 쏙 뺀 장면의 주인공은 혁범이었다. 결정적인 순간, 그렇게 강했던 사람이 자신을 다 내려놓고 우는 모습은 한솔이라는 인물 대신 혁범 쪽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에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닌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건 그게 아니었다. 표현하는 게 사랑이라지만 혁범에게는 또 그만의 스타일이 있었다. 그러다가 터져버린 그의 감정이 어쩐지 많이 공감되고 아팠다.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사랑이라는 건 크고 무겁다. 한솔처럼 맑고 솔직하고 배려깊은 사랑이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다. 하지만 혁범의 사랑도 한솔의 것만큼 아름답다. 작가님께서 초고를 수정할 무렵 코로나19가 발병했다고 한다. 작가의 말에서 쓰신 것처럼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사랑이 필요한 시간인 것 같다. 나보다 너를 먼저 걱정하고 내어주는 그 마음이 다시 빛을 발하는 것 같아서 좋다. 나는 잠시 잊고 있었던 사랑이라는 이름을 다시 불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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