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영의 청소년 건축 특강 - 건축으로 살펴본 일제 강점기 10대를 위한 인문학 특강 시리즈 7
서윤영 지음 / 철수와영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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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강렬하다. 연두색의 광화문과 주황색의 경성역이 서로 대비되어 있다. 일제강점기에 광화문 뿐이 아니라 조선의 법궁이었던 경복궁부터 창덕궁, 창경궁, 경운궁, 덕수궁까지 정말 남김없이 모조리 훼손되거나 동물원이 되거나 궁에서 원으로 그 위치가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경복궁 앞에는 조선 통치를 앞세운 조선총독부까지 들어섰다. 

앞표지에서 이런 수모와 비참함을 광화문과 경성역으로 상징적으로 표현했다면 뒷표지에서는 일곱가지의 질문들을 던진다. '왜'를 필두로 하여 그 건물을 왜 지었는지, 어째서 궁을 동물원으로 만들고, 미술관으로 만들고. 왜 성균관 앞에 경성제국대학을 세웠는지의 질문을 통해 건축물을 단순히 건축물로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건축물들을 통해 일제가 얼마나 치밀하게 우리 민족의 말과 얼을 말살하고자 했으니,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를 서윤영 작가는 나직한 목소리로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의 왕실을 능멸함으로써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무너뜨리고, 신궁을 세움으로써 우리 민족의 희망을 없애고, 성균관 앞에 경성제국대학을 세움으로써 수많은 우리의 인재들이 우리 민족을 위해서가 아닌 일제를 따르도록 했으며, 훈련원 자리에 경성운동장을 지음으로써 우리의 몸까지도 일제의 것으로 만들고자 했다. 장충단의 이토 히로부미 추모 사찰은 또 어떤가.

문제는 독립한 이후에도 이런 잔재들은 남아있다는 것이다. 독재 정부가 일제강점기 일본의 행실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일제강점기 시대의 복장과 문화, 건축물들을 어떤 뛰어난 문화재, 혹은 인생사진을 건지는 장소로 탐방해서 모던걸, 모던보이 복장을 입고 사진을 찍고 관광을 다니는 모습은 우리 모두 한 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건축물들이 왜 생겨났는지 알게 된다면, 단순히 그 시대 복장이 예쁘니까, 인생사진 건지는 장소니까, 라는 이유로 사진을 찍거나 옷을 입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일제강점기는 그저 머나먼 옛일이 아니라 일제강점기의 반성이나 사과는 커녕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말하며, 위안부 피해자들을 본인들이 원했던 것, 일제강점기를 통해 우리나라가 근대문화의 토대를 이룩했다는 망언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일본이 있는 한 일제강점기는 다시 되풀이될 수 있다는 걸 우리 모두 인식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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