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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집
리브 앤더슨 지음, 최유솔 옮김 / 그늘 / 2024년 3월
평점 :
주요 포인트는?
소설 첫 부분은 ‘어떤 이’의 범죄로 시작한다. 다만 그 주체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하는 게 이야기의 중심일거라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이는 맥거핀에 지나지 않는데, 의외로 몇몇 사건들도 마찬가지로 느껴진다. 어쩌면 왜 켈시에 대한 것만 집중이 되고, 정작 코니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지가 궁금해지지만 그럼에도 후반에 그 모든 사건이 드러나게 되면 앞에서 답답했던 부분은 조금 해소가 된다. 의도적인지 모르겠으나 중간중간 언급되는 살인사건의 범인이 왜 그랬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의도가 드러나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브와 코니가 살인사건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아니다. 이브가 지나간 괴적, 코니가 머물게 된 장소에서 일어난 사건이 살인사건일 뿐, 그들이 살인의 위협을 받지는 않는 만큼 살인 사건 역시 누군가와 접점을 만들기 위한 맥거핀의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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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트는 내 손에 들려있던 계약서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브가 무덤 속에서 무슨 게임을 하고 있는지 나는 몰라요. 나는 이브가 시키는대로 움직이는 말일 뿐이니까.”
“내가 추정할 수 있는 단서는 당신 말 뿐인 거 알잖아요. 무슨 뜻인지 이해하죠? 이브가 이 서류에 적히지 않은 다른 일들을 해 달라고 부탁했을 수도 있잖아요.”
제트의 눈빛이 누그러졌다. 그의 눈빛에서 나는 동정심을 읽을 수 있었다. 그가 고개를 저었다.
“이브가 이미 게임에서 이긴 것 같네요.”
P. 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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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을 끊고 지낸 어머니의 사망 소식과 부자였던 어머니에게서 유일하게 받은 시골 구석의 작은 집. 그 집에서 살아야 하는 조건까지 있다면 과연 그것을 유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소설은도대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는 켈시를 추적하는 1997년의 이브의 시점과 일정한 거처와 돈벌이 없이 방황을 하다 이브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 현재의 코니가 교차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공개된 줄거리만으로는 이런 구조의 이야기일 거라는 게 예상되지 않는데 이 두 가지의 사건들이 교차하는 곳은 어디쯤일까 기다리며 읽게 된다. 그것을 코니는 엄마가 계획한 게임이라고 표현하는데, 과연 그 게임의 시작은 무엇인지도 궁금해진다.
인상깊은 부분은?
코니가 뉴멕시코의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겪게되는 낯설음과 이질감은 공포라기 보다는 이방인에 대한 경계심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그녀가 이브의 딸이라는 것이 그 경계심을 더 크게 만들게 되는데 오랫동안 일어나지 않은 살인사건이 그 시점에 다시 일어나는 건 이야기에 다양성을 주기보다는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면에서는 이브의 도발적인 성격과 진취적인 성격이 더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든다.
기가 막힌 반전이라고 하기엔 범인의 정체가 갑작스럽다. 소설 중간중간 복선을 깔아놓고 나중에 그것을 복기하면서 놀랍다기 보다는 내용이기 보다는 ‘언제 이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물론 그렇기에 더 놀라운 결말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이야기 층을 쌓아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낯선 마무리일 수 있다. 중반까지는 추적극으로써 재미가 있고, 코니의 시점에서는 스릴도 느껴지지만, 역시 벌여놓은 이야기를 주워담기엔 범인의 등장이 조금 심심하게 느껴진다.
덧붙인다면?
1. 닐라 마을의 모든 걸 좌지우지한다는 권력자 치고 ‘그들’은 너무 하는 일이 없다.
2. 인물의 심리묘사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추적 스릴러를 원한다면 추천, 치밀한 복선과 범인의 등장하는 순간의 카타르시스를 원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그늘'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