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함
김태우.배상열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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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일본은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제정된 헌법 제 9조에 의해 군대를 보유할 수 없다. 하지만 ‘자위대’라는 군대 대체 조직이 어느 순간 원래 기능 이상의 것들을 추구하며 ‘군대’ 그 자체의 모습과 다르지 않고, 2020년 기준 세계 군사력 순위가 5위(대한민국이 6위)로 랭크되어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읽은 독도함은 일본의 ‘의도적인’ 군사 행보가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만큼 지금의 현실과도 맞물려있다. 


표면적으로는 동일본 지진 이후 일본 내부의 경제 악화, 사회적 불안, 노령화, 이웃국가들과의 관계 악화, 그리고 코로나19 등의 복잡한 이유들로 인해 심각해진 상황에서 자국을 보호한다는 ‘어설픈’ 이유로 포장하여 자위대를 강화하여 군대를 만드려고 하는 것이 현실인 듯 하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자국 내의 수많은 어려움 때문이 아니라 그저 예전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그랬듯이 외부로 눈길을 돌리기 위한 것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고, 이는 일본 내 극우파의 근본적인 목표가 아닐까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에서 너무 길게 다루지는 않지만 이런 역학관계를 잘 알려주고 있어 더 실제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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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일본이 한반도를 침략하기 위해 내세운 정한론(征韓論)은 아직도 유효했다. 특히 중국을 하청공장으로 전락시키려는 미국의 의도에 편승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반도를 발판으로 삼아야 했다.

“그것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이유에 지나지 않습니다.”

국장이 차분하게 반박했다.

(중략)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일본의 문제 가운데 먼저 지적될 것은 국민의식 변화입니다.”

일본국민은 민주국가 국민으로 합당하지 않은 점이 적지 않았다. 공중도덕을 철저히 준수하고 절대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입력된 습관의 이면에는 공포가 존재했다. 약간이라도 거슬리면 베어버리는 사무라이에 의한 지배가 오래도록 지속된 결과여싸. 대대로 그렇게 살았던 그들은 위에서 명령하면 무조건 따랐다.

P.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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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일본은 우리를 이웃국가로 생각할 것인가, 대한민국을 적대시하는 게 소수 우익의 극성인가라는 것에 쉽게 답을 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일본의 독도 점거와 바로 울릉도까지 넘보는 부분까지 이르면 ‘그들은 실제 그럴 것이다’라는 기분까지 들기 떄문에 집중하게 되는데, 그만큼 허우맹랑한 이야기도 아닌데다 역사 그 어느 사이에 있던 침략의 또 다시 반복되는 느낌에 더 분노가 느껴지기도 하는 듯 하다. 


전투 장면에 이어져 현상황을 브리핑하는 듯한 시퀀스가 바로 붙는 건 약간 흐름이 끊기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미국이 왜 갑자기 그렇게 갑작스레 변하는건지, 전시상황을 왜 그렇게 만드는지, 대한민국의 전력을 그냥 둘 수 없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다. 전체적으로 이야기 중심을 전쟁상황 쪽으로 몰다보니 그런걸 테지만 정치적인 상황이나 위험을 축소하려는 당위성을 진지하게 이어갔다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긴하다. 


인상깊은 부분은?

소설에서 눈에 띄는 건 다양하게 등장하는 무기와 지역명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더 현실적이 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전투의 모습에 충실한만큼 현장감을 묘사하는게 아주 현실적이다. 다만 미국의 전쟁 블록버스터같은 요란한 폭발과 사방에 널리는 떼죽음이 아닌 좁은 곳으로 향하는 타격감과 거기에 인물의 고뇌가 전해지는 중반부를 보면 화려한 액션은 아니어도 충분히 치열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작가들이 무기에 대해서도 충분한 지식을 갖고 썼다는 건 다양한 곳에서 알 수 있긴 하다. 다만 일본에서도 퇴역했다가 다시 등장하는 F-4 팬텀이 등장하는 건 과거 무기의 향수인지, 이제 남은 마지막까지 다 짜내려는 미련인지 아리송하긴 했다. 다만 주인공 외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그려지지 못하는 건 아쉽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을 벗어나면 빠른 전개가 주는 속도감에 쾌감이 들기도 한다. 잠수함이라는 소재 때문에 ‘톰 클랜시’의 <붉은 10월>(1990)이 줬던 이미지가 처음부터 떠오르긴 했지만 그보다 큰 규모의 전투와 점점 거세지는 전투 묘사에 놀랄 것이다. 계속되는 전투에 지칠 법도 하지만, 앞서 경험한 위험이 다시 떠오르긴 하지만 그 위기감을 이겨내는 건 오롯이 대한민국 독도함의 힘이니 다시 또 승리하기를 바라기도 한다.


일본과의 전쟁을 그리는 것에 감정이 이입되는 건 당연하겠지만 그 와중에 우리가 대한민국 국민임을 잊지 않고 지금보다 더 성숙한 국민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도 들게 하는데, 이를 작가가 의도한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역시 우리의 경험과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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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촛불이 화사하게 타올랐다.

애국의 성지인 광화문 광장은 물론, 전국 곳곳의 작은 마을들과 독도에 이르기까지 촛불이 타오르지 않는 국토는 존재하지 않았다. 전쟁에 이겼으면서도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일본처럼 날뛰거나 환호하지 않았다. 전사자의 가족들을 위로하고 전국적인 모금에 나서는 한편 온라인분향소가 설치되었다.

5천이 넘는 전사자의 대다수는 해군이었다.

중상을 당했다가 끝내 목숨을 잃은 해군장병들이 계속 분향소의 명단에 포함되는 상태였다.

실종자들도 전사자와 동일하게 취급되었다.

P. 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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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장면과 정치적인 부분까지 떠올려보아야 하는 후반부는 오래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겠지만, 사실 결말은 너무 아쉽다. 중반 이후 가장 원치 않았던 결말이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누군가를 끝까지 너무 몰아세우는 듣한 느낌도 썩 이해하기 어렵고, 결말까지 이르는 과정, 그리고 밝힐 수 없지만 마지막 장면까지도 아쉬운 마음은 계속 남았지만 어쩌면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는 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듯 싶다. 그럼에도 최근 이런 국가대 국가의 대결을 그린 소설을 읽지 못해서 그런지 꽤 탄탄한 이야기가 전개되어 흥미로웠고 침략에 대한 대응을 계획하기보다 전쟁의 시작과 동시에 더 확대되기 전에 주요 지점을 타격해야 하고 그 부분에 대한 준비가 더 효과적이겠다는 ‘국방’감각을 따올려 본 책이었다. 


덧붙인다면?

1. ‘독도함’이라는 제목만으로 왜 멋진 해상 항모를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이미 표지부터 답은 나와있는데.


2. 대체 역사가 아닌 대체 미래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주변 국가에 대한 묘사가 꽤 솔직하고 공격적이다. 


3. 전쟁소설에 흥미가 있거나 실제 있을법한 국가 간 위기를 그려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추천, 국가간 첩보나 정치에 대한 복잡한 스토리, 좁은 공간에서의 심리싸움을 원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고즈넉이엔티'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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