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365일 1
블란카 리핀스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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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넷플릭스Netflix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영화의 원작-아주 많이 야하다는 감상평이 많다-이라고 하는데, 이런 문구보다도 심심찮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E.L. 제임스 作)와 비교된다는 게 이 책이 보여주는 게 무엇인지 알려주는게 아닐까 한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읽지 않아 두 소설이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유사한지를 비교할 수 없지만, 주요 내용이 ‘으른들’의 성적 판타지라는 건 비슷할거란 추측이 든다.


여자주인공인 ‘라우라’는 매우 매력적이고 자신의 일까지 잘 해내는 멋진 여성이며, 남자주인공인 ‘마시모’는 이탈리아의 한 지역을 관장하는 마피아의 젊은 수장이다. 뭐 젊은 사람들의 불꽃튀는 사랑까지는 어찌어찌 드라마틱하게 그려질 수 있지만 그 과정까지가 너무 격하고, 공격적인데다, 반인격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겠다. 애인,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있는데 혼란을 틈타 약으로 기절시킨 후 납치를 하고, 그 친구들에겐 먼저 돌아간다는 거짓 편지를 남긴 후 가족을 들먹이며 본인과 1년을 함께 있어야 한다는 건 쉽게 공감이 갈 만한 스토리 전개로는 어렵지 않을까? 


그럼에도 이 소설-정확히는 먼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영화-를 사람들이 좋아했다는 건 자극적인 소재와 더불어 이런 일이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한 몫 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과정에 옳고 그름을 따지기 보다는 뒷부분에서는 무얼 보여줄지 궁금해지는 자극 그 자체를 따라가는게 이 소설이 보여주고자 하는게 아닐까 해서다. 사뭇 느낌도 다르고 상황도 다르지만 둘이서 서로를 자극하는 행위는 <외등>(박범신 作)의 미국 횡단 부분과 유사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다만 <외등>에서는 그들의 허무를 보여주기 위한거였다면, 이 <365일>에서는 그냥 말초신경의 자극을 위한 것이라는 거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이 소설에 흥미를 갖는 건 단순한 이야기 구조와 꽤 수위가 높은 자극 때문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없는 나쁜 놈이 조건없이 모든 걸 주는 사랑이라면 어떤이에겐 그동안 부족했던 격한 로맨스라고 여길 수도 있다는 건데, 특히 소설의 인물을 그대로 그려냈다는 영화 주인공과 비교해본다면 소재의 불편함에도 여성시청자들이 많았는지 일정 부분 이해가 되지는 않을까? 


소설의 시점은 처음 부분을 제외하면 대부분 ‘라우라’의 시점으로 보여지는데, 그래서 그런지 ‘라우라’의 철없음이나 답답함이 그대로 나타나 그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듯 하다. 그런데 반대로 막나가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하는 ‘마시모’는 딱 주인공 느낌이긴 하다.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다는 말에 딱 맞춘듯이 너무나 필요한 상황에 잘 등장하니 해결사이면서 슈퍼맨이자 백마탄 왕자와 다르지 않다. 심지어 ‘아니 도대체 마피아 보스가 이렇게 시간이 많은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만큼 그가 하는 모든 행동은 ‘사랑’으로 포장하고, 그걸 꼭 말로 표현하니 더 ‘라우라’가 미약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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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교활한 미소 역시 사라지더니, 표정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마시모는 일어서서 다가와 내 어깨를 두 손으로 잡고 들어 올리더니 날 세면대 옆 탁자에 앉혔다.

“지금 여기 보이는 것들은 전부 내 소유야.”

그는 내 머리를 잡아 거울 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분노 어린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보이는 것 전부 가. 그리고 내 것에 손대는 놈이 있다면 누구든 다 죽여버릴거야.”

P. 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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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잠깐 보이는 날카로운 눈빛의 사업가적 면모를 보이는 마피아 보스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남성성을 묘사하기에 좋은 듯 하다. 하지만 능력있는 커리어우먼으로써의 ‘라우라’의 모습이 너-무 적게 그려지고 단순히 의상이나 댄스 같은 것으로만 매력을 보이는 건 아쉽다. 게다가 후반부는 너무 ‘마시모’에게 의지하는데 앞서 보여주는 당찬 대사와는 너무 다르다. 어떤 이유로든 유혹에 쉽게 빠져드는 여성을 그린 거라면, 그와는 다르게 그녀가 다른 이에게 보여질 또 다른 매력도 훨씬 더 크다는 걸 보여주는 ‘오직 그녀의 삶’을 더 보여줬다면 좋았겠다. ‘마시모’는 쉽게 흥분하고, 쉽게 격해지며, 쉽게 공격적으로 변한다. 그런 걸 즐기려는 ‘라우라’의 생각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가끔 당황스럽기도 하다.어찌 되었든 우리나라에서 표현해왔던 애정 표현보다는 확실히 직설적이고 디테일하다. 어찌보면 그런게 더욱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이유일 수는 있겠다. 


남녀간의 뜨거운 사랑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건 나름대로 성공적인 것 같지만, 주인공이 ‘마피아 보스’라면 조금 더 그 부분을 강조했으면 느와르적인 요소도 보여줄 수 있었을텐데 그게 아쉽다. 아마도 더 폭력적이었을 것이고, 그러기엔 두 사람이 보여줘야 할 상황이 부족해질 수 있었더라도 왜 ‘마시모’가 죽을 뻔 했는지, 그들이 하는 비즈니스란 건 무엇인지, ‘라우라’ 때문에 포기한 것, 지금 ‘마시모’가 조심하고 있는 또 다른 조직의 위협, 그들의 숨겨진 비밀 같은 걸 보여줬다면 이야기가 더 풍부해졌을 것이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보다 잘 쓰여진 작품일지, 아니면 그냥 자극적인 범작이 될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최소한 영화는 그보다 더 잘 만들어졌다고 하니 영화와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겠다. 책 역시 2권이 곧 나올 것 같은데, 1권에서 부족했던 부분들이 조금 더 채워질 수 있을지, 1권보다 더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사뭇 궁금증이 든다. 


덧붙인다면?

1. 중간에 ‘라우라’가 ‘도메니코’와 친해지는 부분이 있는데 번역을 경어에서 갑자기 반말로 바꾼건 어색했다. 그냥 이름을 편하게 부르는 정도는 어땠을까? 


2. 등장인물이 꽤 많이 나오지만 중심 이야기를 위한 인물은 몇 안된다. 중반 이후 나오는 이름들은 굳이 외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3. 꽤 자극적인 애정愛情소설, 또는 화제가 된 영화의 원작이 궁금하다면 추천, 굳이 영화로 본 이상 감춰진 다양한 이야기엔 관심 없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다산북스(다산책방)'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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