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환자
재스퍼 드윗 지음, 서은원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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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처음에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는 사이코패스의 살인극이나 스릴러일거라는 선입견으로 시작했는데, 중반까지 그 기대에 부응하다 중반 이후부터는 미스터리물로 급변한다. 즉, 앞 부분은 ‘‘조’라는 환자가 무슨 일을 일으키는건가?’가 궁금하다면 뒷 부분은 ‘’조’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시선이 이렇게 변하는 이유는주변의 여러가지 환경(의사나 staff를 포함해)으로 서서히 ‘조’라는 환자로 시선을 좁혀 들어가는데 이전에 ‘조’를 담당했던 의사가 쓴 기록을 토대로 ‘조’가 어떤 환자들과 방을 같이 쓰고 그 환자들이 어떤 ‘심각한 상황’이 되어 그 병원을 떠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는 것부터 어렸던 ‘조’가 어떻게 변화하며 성장했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그저 상상으로만 떠올리게 할 뿐이다. 하지만 ‘환자’라고만 여기기에 ‘조’가 갑자기 보여주는 모습은 그가 그저 갇혀있을법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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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하길, 어릴 적 악몽을 꾸면 속삭이는 괴물에게 밤새 쫓겨 다니다가 결국 잡혀 먹히곤 했는데, 조의 목소리가 그 괴물의 목소리와 비슷했다는거야. 기이한 일 아닌가. 그렇게 어린아이가 마흔 살 조무사가 어렸을 적 꾸던 꿈을 어찌 알겠나? 그래서 녹음 테이프를 유심히 들어보았지. 그런데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 모든게 프랭크의 착각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네. 녹음기 마이크의 볼륨이 최고로 되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소리도 녹음되지 않았거든.

P.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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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화들은 흔히 제 3자는 모르는 공포의 한 순간이라고 생각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예전 영화 <식스 센스>(1999,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에서 보았듯이 만약 제 3자가 아니라면 과연 그 공백에 무엇이 있을거라는 생각이 학습효과로 따라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 떄문에 ‘조’에 대해서 더 궁금해지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이런 누군가의 마음 속 공포를 지적하는 부분은 주요 인물인 원장 ‘로즈’에 대해서도 보여준다. 하지만 조금씩 드러나는 ‘조’의 모습을 대하는 ‘파커’로부터도 그 정체를 한번에 알아내는 건 쉽지 않다. 당연히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시점에서 ‘조’를 선입견 외에 확실한 근거로 정체를 밝혀내기는 어렵지만 앞 부분에서의 어떤 공포감에 이은 너무나도 멀쩡한 ‘조’와의 대화에서는 흡사 영화 <양들의 침묵>(1991, 조나단 드미 감독)의 ‘한니발 렉터’같은 천재 범죄자인가라는 넘겨짚는 생각까지 이르게 된다. 물론 그게 아니라는 단정적인 이야기를 할 수 없음이 안타깝다. 이런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건 ‘파커’의 의식이 조금 변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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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법을 어기지 않고 뭔가를 하는 건 전혀 가망이 없어 보였다. 만약 이 일을 경찰이나 의료위원회 같은 공권력에 고발한다면, 정신병자의 말만 믿고 음모론을 제기하는 미친놈 소리를 듣게 될 것이 분명했다. 나조차도 조와 만나서 대화를 나누기 전까지는, 30여 년간 ‘불치병’이라 여겨졌던 정신 질환이 치밀한 공동 범죄의 산물이며, 끔찍한 진료 기록 역시 전부 떠도는 소문에 불과하는 사실을 믿는 것이 힘들었으니까. 

P.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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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조’와의 대화 후 무언가 지금의 정신병원에서의 ‘감금’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하는 순간을 맞이하는 것도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우려와 ‘조’에 대한 선입견이 반대급부를 만든거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이런 지점까지 오면 ‘파커’에 대한 정체성이 애매해지기는 한다. 이미 처음부터 열악하기 그지 없는 병원을 보며 ‘이 병원이야말로 내 지식과 보살핌이 진정으로 절실한 곳’이라고 너무 쉽게 생각해버리는 것과 ‘겸손을 모르고 젊고 야심 찬 의사였기에 이 수수께끼같은 환자에게 매료’되었다고 할만큼 직업 정신이 투철하다는 묘사가 중반까지 이르면서 너무 쉽게 주변의 모든 것을 의심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건 탐정이나 강박을 가진 수사관들에서 나오는 모습이지, 환자와의 대화 몇번에 이미 그를 제외한 다른 병원의 의사들마저 무슨 꿍꿍이가 있다고 의심하는 건 캐릭터가 너무 급변하는 듯 하다. 그런 의미에서는 다른 캐릭터, 즉 ‘파커’가 왜 ‘조’를 치료하고 싶어하는지, 의사로써 파악한게 뭔지, ‘파커’가 ‘조’를 치료하려는 의지가 충분한지, 그리고 본인이 알고 있는게 과연 얼마나 되는 건지를 서서히 파악하고 그걸 인지시키는 ‘로즈’가 캐릭터 변화없이 전형적인 ‘더 깊이있는 의문을 만드는’ 역할에 출실한 것 같다. 단, 뒷 부분에 가서 보여주는 단 한 순간의 연약함이 그간 쌓아온 캐릭터를 무너뜨리는 것 같아 역시 아쉽긴 하다.


인상깊은 부분은?

사실 이런 분위기의 소설은 ‘스티븐 킹’의 다양한 작품속에서 느낄 수가 있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새롭다고 보긴 어렵고, 뒤에 보여주는 반전도 사람에 따라 굉장히 충격적일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예상이 가기도 하고,(어느 정도다! 전부가 아니라) 중간중간 나오는 단서들이 나중에 문득 떠오르긴 한다. ‘파커’가 찾아보는 병원 기록, 그리고 환자와의 면담이 담긴 테잎들에서 어떤 이미지를 떠올려가는 부분까지 다다르면 그 다음부터는 ‘파커’ 역시 혼란을 겪는다는 걸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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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에 따른 엄청난 압박감이 한꺼번에 나를 짓눌렀다. 안그래도 이미 불법 행위를 저지른다는 불안감에 극도로흥분한 상태였다. 그 때, 뭔가 섬뜩한 소리가 들렸다. 조의 방에서 누군가 웃고 있었다. 도는 아니었고, 그럴 리도 없었다. 대신 음산하고 축축한 목소리로 킥킥대는 웃음이 꼭 썩어가는 목구멍에서 나는 것 같았다. 

(중략)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지만 행크와 브루스는 아무렇지 않는 듯 보였다. 두 사람이 웃음소리를 들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았고 솔직히 나도 물어볼 경황이 없었다.

P.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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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 소설이 ‘미스터리’로 변하는 것 같다는 건 이런 묘사 뿐만이 아니다. ‘조’의 집을 찾아가서 그의 어머니와 만나 알게되는 것들(집 안에 남편이 직접 만들었다는 동물의 머리 모양)이나 ‘조’가 벌레를 그렇게 무서워 했음에도 자신이 생각한 공포의 대상을 아무렇지 않게 곤충과 비교해 묘사했다는 건 ‘조’의 실체에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복선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파커’를 의사보다는 탐정이나 수사관같다고 한건 순전히 이런 단서에 단서를 찾아내고 추적하는 건 역시 ‘의사의 사명감’보다는 ‘추적’에 가까워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후반부 ‘조’의 엄마가 얘기해주는 과거를 통해 지금과의 어떤 차이점을 떠올리는 건 의사의 본분을 충분히 다하는 것이기도 하다. ‘파커’가 추적자로써의 모습으로 ‘조’의 실체를 확인한 후에는 갑자기 의사로써 그를 판단하려 한다. 정신적으로 피폐한 이들에 둘러사여 갇혀 지내길 원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럼 왜 이제 와서 탈출하는지, 병원에서 편안히 지내며 모든 위협을 무력화했는데 갑자기 병원을 벗어난 것 무엇 때문인가에 대한 답을 내려 하지만 이미 그건 의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긴 하다. 그래서 ‘파커’가 의사로써 보여주는 캐릭터가 처음에 소비되고 나서는 큰 감흥을 주지 못하는 이유인 것 같기도 하다. 만약 그런 모습을 더 보여주려 했다면 ‘조’의 가정사 또는 ‘파커’의 가정사를 더 많이 보여주고 거기서 단서를 찾아갈만한 모습을 더 나타냈어야 하는데, 그런 걸 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면서 ‘의학’이라는 포인트를 약하게 만든 이유인 듯 하다.


앞에서 중간중간 공포감을 주며 끈기있게 이어오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건 뒷 부분 40~50page이다. 여기서 존재에 대한 정체도 드러나고 그간 잠깐씩 노출되던 복선도 한번에 결말을 보여주기 떄문인데, 마지막 장면에 다다르고 ‘조’에 대한 모든 사실이 밝혀진다고 해서 앞으로 다시 돌아가 그 부분들을 다시 읽게 되는 건 아니다. 여전히 궁금한 건 왜 ‘파커’였는지, 그리고 ‘조’가 원했던 건 단지 ‘그것’뿐인지가 너무 짧게 그려진거 같아 조금 아쉽다. 그리고 누군가의 고백같은 액자식 구성이 대단히 큰 효과는 아니기도 하고, 집중해 읽어가지 않으면 ‘조’의 정체가 조금은 썡뚱맞게 생각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선입견없이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가면 의학스릴러에서 공포물 그리고 미스터리로의 순간순간 변화하는 소설을 경험할 것 같다.


덧붙인다면?

1. 생각보다 책이 두껍지 않다. 전체 300 page가 채 안되는데,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좀 더 깊이 다뤘다면 내용도 풍부해지고 잔재미가 더 많아졌을 것 같다. 


2. 마케팅인건지 모르겠지만 판권 계약도 여러 나라와 하고 20세기 폭스사에서 영화화를 한다고 하는데, 현실화되기까지는 기대하기 어렵다 치더라도 ‘조’를 누가 연기하게 될지 궁금하긴 하다.


3. 병원 배경의 차가운 스릴러 또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비밀의 존재에 대한 정체를 찾아가는 미스터리가 궁금하다면 추천, 깊이있는 의학스릴러나 사이코패스가 숨겨놓은 단서를 좇는 현실적인 스릴러가 보고 싶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시월이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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