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러스먼트 게임
이노우에 유미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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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본격 오피스물로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배경으로 하는데, 아마도 컴플라이언스팀이라는 조직에 대해 듣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어느 정도 와닿을만한 내용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회사마다 조금씩 범위가 다르므로 컴플라이언스팀이라는 것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겠지만, 사내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 내규나 법compliance에 위배되는 일을 찾고 그에 대한 조사를 한 후 어떻게 처리할지를 결정한다고 보면 되겠다.


예전에는 갑질이나 사내정치에 따른 차별, 성희롱, 왕따 등에 대해 무감각하거나 기업문화라고 지나친 적이 있다면 최근에는 그것들이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게까지 하는 큰 사건의 이유가 되면서 그것들을 그냥 넘기지 않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물론 그렇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을 거다) 이 소설이 그런걸 해결하고자 동분서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전체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이 개별 사건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단 하나의 사건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사건만 보면 의외로 쉽게 잘 풀릴 거 같지만 절대 한가지만 해결된다고 끝이 아닌만큼 마지막까지는 보아야 각 장마다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직장인들이 많이 들었을 만한 Sexual harassment, Power harassment도 나오지만 낯설거나 영어 단어로써 찾아볼 수 없는 harassment도 나오니 읽으면서 알아가는 것도 잔재미일 수는 있을 텐데, 물론 주인공도 예의는 아니며 그에 맞는 사연도 갖고 있다.

"말해도 괜찮아요. 이번 실장은 과거에 파워하라 때문에 잘린 남자라고."

야자와 변호사는 할 말을 잃었다. 마코토도 몹시 놀랐다.

야카쓰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

"숨길 일도 아니야. 점포개발부에 있을 때 부하 직원이 계속 출근하지 않다가 결국 그만뒀지. 내가 너무 부담을 준 게 파워하라였다고 하더군. 그래서 책임을 졌어. 

(중략)

"그 정도로 심한 말을 했었나요?"

"아니, 키워주고 싶어서 열심히 하라고 말했을 뿐이야."

P. 63


위에서 말한 파워하라는 'Power harassment'의 일본식 줄임말을 그대로 쓴 듯 하다. 이런 표현이 자주 나오니 그 정도는 편하게 읽어나가면 될 듯 하다. 아무튼 주인공이 법전을 끼고 다닐 것 같은 정의에 사로잡힌 사람이 아니며, 이런 이유로 좌천된 후 다시 돌아와서도 그런 것에 얽매여 있지 않다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기는 하다. 


그리고 오피스물이어서 너무 진중하고 무거울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이야기인만큼 너무 극단적으로 치닫지 않는 게 장점이긴 하다. 그래서 계속 어둡고 슬픈 사연만 있는 것은 아닌데다 중간중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부분도 있어 분위기를 바꿔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드라마로 치면 조연의 맛깔스러운 연기를 보는 것 같다랄까, 각자 다른 이유로 합류하게 된 사람들로써 어색하지만 어울리는 조합들이다.

"냉정하시네요. 그 역시 대를 위해 한 사람쯤 희생돼도 상관없다는 사고방식이잖아요."

"너무 극단적이십니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먼 훗날에 대한 전망까지 생각하는 동물이거든요."

"남자가 더 사려깊다는 말씀은 젠더 해러스먼트예요. 변호사면서 부끄럽지도 않으세요!"

야자와 변호사는 발끈하며 대꾸했다.

"그, 그거야말로 직업 차별이죠. 변호사 해러스먼트예요!"

"변호사 해러스먼트? 그런 말은 들어본 적 없습니다."

P. 129


하지만 기업의 컴플라이언스팀의 인원이 너무 작다는 건 기업의 규모나 힘이 없는 부서라는 컨셉보다는 다른 조연이 필요없는 것 같은 단조로운 느낌이어서 다양한 인물이 없는 건 아쉽다.


인상깊은 부분은?

앞에 언급했지만 전체 5장 중 5번째 에피소드가 개인적으로는 제일 재미있었다. 단순한 위반행위에 대한 조사와 더불어 예상치 못한 '사건'도 일어나는데, 조금은 억지스럽기도 하고 극적 효과로써 쓰인 것 같긴 하지만 다양한 이야기가 겹쳐져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그냥 사무실에서만 머무른 게 아닌 액티브 Active한 야키쓰의 활약을 볼 수도 있어 새롭다.

에이코는 아키쓰로부터 몸을 떼며 말했다.

"이런 남편이라도 없으니까 쓸쓸하더라."

이미 평소의 에이코로 돌아와 있었다.

"자, 빨리 씻고 나와. 어제 안 들어와서 몸에서 냄새난다."

나쓰미도 얼굴을 찡그렸다.

"어휴! 생선 냄새! 몸에 밴 거야?"

"미안, 미안!"

P. 340

그냥 평범한 부부의 만남 같겠지만 5장을 다 읽고 나면 이 부분이 얼마나 찡한 부분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것으로 사무실에서만 일어나는 일 뿐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스토리를 보여줄지 상상할 수 없게 하기도 한다.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는 직접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또 한가지, 이 소설의 반전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주인공인 아키쓰와 적대(?)관계라고 볼 수 있는 인물, 와키타 상무의 마지막 모습이 인상적이다. 앞부분에서의 인상이라면 뒤에는 뭔가 큰 뒤통수를 맞는다든지 아키쓰의 활약으로 초라한 뒷모습으로 끝날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결말을 보여주며 또 다른 이야기를 기대하게 해서 소설이지만 다음 시즌을 기약하고 싶을 정도였다. 과연 각자의 자리에 선 두 사람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드라마 작가가 쓴 소설로 읽다 보면 딱 드라마화하기 알맞은 길이의 줄거리와 인물들이 나온다. 인물 관계가 너무 복잡하지 않고 주연을 비롯 2~3명 정도 조연(엑스트라 제외)으로 극화하기 딱 좋은데,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만큼 구성이 심플하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일본소설과 유사한 사건 해결 구조와 기시감이 드는 것도 사실인데, 다른 일본 소설, 드라마와 조금 비교되면서 한자와 나오키(이케이도 준 作, 드라마로 제작)과 감사역 노자키(슈 로카 作, 드라마로 제작, 국내에서도 '더 뱅커'라는 드라마로 제작, 방영)가 조금은 떠오른다. 하지만 chapter별로 다루는 주요 소재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는게 큰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덧붙인다면?

1.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면서 검색해보니 역시나 일본에서 2018년도에 일본에서 드라마로 제작, 방영되었다. 혹시 관심이 있다면 찾아서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을 듯 하다.


2. 읽다 보면 정-말 다양한 harassment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것도 harassment에 속하는 건가?'라고 생각할 만큼 많은 경우가 있는데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자신의 경우에 비추어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었으면 좋겠다. 


3. 드라마를 보는 듯 한 빠른 스토리 전개의 현실적 오피스 추적물을 보고 싶다면 추천,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뒷통수가 얼얼할 만한 기업 내 미스테리를 원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위즈덤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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