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111 시간이 멈춘 도시, 청도이별을 만나 여행을 하고 이별과 헤어져 이별을 했다이별과의 여행은 역시나 서툴었고 불완전하고 힘들었다이별과의 이별은 모호해졌다우리는 모호하다+) 마음이 복잡할 땐 음식 에세이<부드러운 양상추>와 함께
난 음식이 나오는 책을 좋아한다난 음식이 나오는 거면 뭐든 좋아한다난 음식이 좋으니까 탐식이 좋으니까부드러운 양상추라는 제목이 막연히 맘에 들었다단촐한 흰 표지에 초록으로 실루엣을 그려놓아산뜻하고 무해한, 나직한 편안함을 기대하게 만든다문체에는 장식이 없으나 묘사는 속이 간질거리게 한다현실에 절여진 내 머리채를 잡고 무심히 들어올린다문장을 읽으며 생명같은 공기를 헛들이킨다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의 시각을 탐할 수 있어서따끔하게 행복한 마음으로 주욱주욱 읽어넘긴다음식에 관한 개인적 감상문이지만 왠지음식에 관한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소설을 읽는 듯허공에 얼마간 떠있는 느낌이랄까, 현실감이 희미해서영화를 보는 느낌으로 책장을 밀어넘기게 된다한 번 읽고 던져두기엔 아쉬운 구석마저 느껴진다여러 번 읽어도 좋을 것 같은 책은 오랜만이야에쿠니 가오리 입문으로 딱 알맞았던 책음식과 술을 이야기하는 그녀가 낯설지 않다낯설지 않게 되었으니 그녀의 글도 낯설지 않을 거야난 이제 에쿠니 가오리를 만난다
신랄한 기분으로 읽어서 그런지더욱 신랄하고 냉소적으로 느껴지는 책첫 에피소드부터 시체유기라니맞아 우리네 삶은 냉소조차 쉽지 않지기대할 것 없이 허망하고 잔혹한 구석이 있어애호가 사치라는 생각이 들어해야할 것이 과포화 상태를 이루고 있어서얻을 것을 기대하지 않고 좋아하기만 하는 건해서는 안 될 일, 누군가를 향한 기만인 것도 같아누군가인지는 모르겠어단지 좋게 느껴진다는 이유로 탐닉하는 건가진 자의 여유, 속칭 갑질과 같이 느껴져서변변찮은 가정에서 변변찮은 일상을 사는 내가애호따위를 들먹이며 무언가를 하는 게마치 해서는 안 될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아서벌을 받아야 할 것만 같아서그런데도 나는 그런 애호를 동경해서애호가 아니면 당장 죽어야 할 것 같아서사는 것에 크게 의미 둘 바가 없어서나는 그렇게 의미 없이 사는 건 또한 싫어서나는 어떻게 할 도리도 찾지 못하고 이렇게그냥 이렇게 숨을 쉬면서 그냥 죽어가고 있어몰아쉬는 것도 아니고 그냥 평범하게 호흡하면서그냥 죽어가고 있는 거야죽어있는 건 아니지만 죽어있는 거야나는 나로 살지 않는다면그냥 죽는거야죽은 거야
세탁소 로봇.로봇과 인간의 희미한 경계.감정은 지식의 일부인지도 몰라.가늠조차 못할 연산을 거친 결론과 그 행동.다소의 함의와 그것을 파악하는 것의 관계는정확한 개수의 해답을 정해둘 수 없지만전형적인 답들에 대해서는 어쩌면 학습한 걸지도.•••사람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지인간과 인간 아닌 것 사이의 윤리관계인간과 인간 사이의 윤리관계인간 사이의 예의와 존중조차 미약해진 지금인간이라고 정의된 우리는인간 아닌 것과 비교할 때 뭐가 다른 걸까어떤 점이 인간을 감히 오만하게 만드는 걸까내가 어떤 것의 우위에 있다고 여기며 행동한다면과연 무엇이 나로 하여금 그렇게 느끼게 하는 걸까로봇, 장애인, 저소득층, 중산층, 갑질, 인간관계많은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으면서지루하고 상투적으로 훈계하는 것이 아니라호기심과 서사적 흥미를 자극하며 사고를 돋우는쉽고 심오하며 흥미로운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