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180111 시간이 멈춘 도시, 청도
이별을 만나 여행을 하고 이별과 헤어져 이별을 했다
이별과의 여행은 역시나 서툴었고 불완전하고 힘들었다
이별과의 이별은 모호해졌다
우리는 모호하다
+) 마음이 복잡할 땐 음식 에세이
<부드러운 양상추>와 함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중고] 부드러운 양상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1월
평점 :


난 음식이 나오는 책을 좋아한다
난 음식이 나오는 거면 뭐든 좋아한다
난 음식이 좋으니까 탐식이 좋으니까
부드러운 양상추라는 제목이 막연히 맘에 들었다
단촐한 흰 표지에 초록으로 실루엣을 그려놓아
산뜻하고 무해한, 나직한 편안함을 기대하게 만든다
문체에는 장식이 없으나 묘사는 속이 간질거리게 한다
현실에 절여진 내 머리채를 잡고 무심히 들어올린다
문장을 읽으며 생명같은 공기를 헛들이킨다
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의 시각을 탐할 수 있어서
따끔하게 행복한 마음으로 주욱주욱 읽어넘긴다
음식에 관한 개인적 감상문이지만 왠지
음식에 관한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소설을 읽는 듯
허공에 얼마간 떠있는 느낌이랄까, 현실감이 희미해서
영화를 보는 느낌으로 책장을 밀어넘기게 된다
한 번 읽고 던져두기엔 아쉬운 구석마저 느껴진다
여러 번 읽어도 좋을 것 같은 책은 오랜만이야
에쿠니 가오리 입문으로 딱 알맞았던 책
음식과 술을 이야기하는 그녀가 낯설지 않다
낯설지 않게 되었으니 그녀의 글도 낯설지 않을 거야
난 이제 에쿠니 가오리를 만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애호가들
정영수 지음 / 창비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랄한 기분으로 읽어서 그런지
더욱 신랄하고 냉소적으로 느껴지는 책
첫 에피소드부터 시체유기라니
맞아 우리네 삶은 냉소조차 쉽지 않지
기대할 것 없이 허망하고 잔혹한 구석이 있어
애호가 사치라는 생각이 들어
해야할 것이 과포화 상태를 이루고 있어서
얻을 것을 기대하지 않고 좋아하기만 하는 건
해서는 안 될 일, 누군가를 향한 기만인 것도 같아
누군가인지는 모르겠어
단지 좋게 느껴진다는 이유로 탐닉하는 건
가진 자의 여유, 속칭 갑질과 같이 느껴져서
변변찮은 가정에서 변변찮은 일상을 사는 내가
애호따위를 들먹이며 무언가를 하는 게
마치 해서는 안 될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아서
벌을 받아야 할 것만 같아서
그런데도 나는 그런 애호를 동경해서
애호가 아니면 당장 죽어야 할 것 같아서
사는 것에 크게 의미 둘 바가 없어서
나는 그렇게 의미 없이 사는 건 또한 싫어서
나는 어떻게 할 도리도 찾지 못하고 이렇게
그냥 이렇게 숨을 쉬면서 그냥 죽어가고 있어
몰아쉬는 것도 아니고 그냥 평범하게 호흡하면서
그냥 죽어가고 있는 거야
죽어있는 건 아니지만 죽어있는 거야
나는 나로 살지 않는다면
그냥 죽는거야
죽은 거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한 스푼의 시간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탁소 로봇.
로봇과 인간의 희미한 경계.
감정은 지식의 일부인지도 몰라.
가늠조차 못할 연산을 거친 결론과 그 행동.
다소의 함의와 그것을 파악하는 것의 관계는
정확한 개수의 해답을 정해둘 수 없지만
전형적인 답들에 대해서는 어쩌면 학습한 걸지도.
•••
사람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지
인간과 인간 아닌 것 사이의 윤리관계
인간과 인간 사이의 윤리관계
인간 사이의 예의와 존중조차 미약해진 지금
인간이라고 정의된 우리는
인간 아닌 것과 비교할 때 뭐가 다른 걸까
어떤 점이 인간을 감히 오만하게 만드는 걸까
내가 어떤 것의 우위에 있다고 여기며 행동한다면
과연 무엇이 나로 하여금 그렇게 느끼게 하는 걸까
로봇, 장애인, 저소득층, 중산층, 갑질, 인간관계
많은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으면서
지루하고 상투적으로 훈계하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과 서사적 흥미를 자극하며 사고를 돋우는
쉽고 심오하며 흥미로운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