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가들
정영수 지음 / 창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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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랄한 기분으로 읽어서 그런지
더욱 신랄하고 냉소적으로 느껴지는 책
첫 에피소드부터 시체유기라니
맞아 우리네 삶은 냉소조차 쉽지 않지
기대할 것 없이 허망하고 잔혹한 구석이 있어
애호가 사치라는 생각이 들어
해야할 것이 과포화 상태를 이루고 있어서
얻을 것을 기대하지 않고 좋아하기만 하는 건
해서는 안 될 일, 누군가를 향한 기만인 것도 같아
누군가인지는 모르겠어
단지 좋게 느껴진다는 이유로 탐닉하는 건
가진 자의 여유, 속칭 갑질과 같이 느껴져서
변변찮은 가정에서 변변찮은 일상을 사는 내가
애호따위를 들먹이며 무언가를 하는 게
마치 해서는 안 될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아서
벌을 받아야 할 것만 같아서
그런데도 나는 그런 애호를 동경해서
애호가 아니면 당장 죽어야 할 것 같아서
사는 것에 크게 의미 둘 바가 없어서
나는 그렇게 의미 없이 사는 건 또한 싫어서
나는 어떻게 할 도리도 찾지 못하고 이렇게
그냥 이렇게 숨을 쉬면서 그냥 죽어가고 있어
몰아쉬는 것도 아니고 그냥 평범하게 호흡하면서
그냥 죽어가고 있는 거야
죽어있는 건 아니지만 죽어있는 거야
나는 나로 살지 않는다면
그냥 죽는거야
죽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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