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주윤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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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 장기자랑 시간, 직장인은 억지로 걸그룹 춤을 췄다. 인기상을 받았다. '제일 하기 싫어하더니 제일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명절이 돌아왔다. 딸은 전을 부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 혼자 고생할 그림이 상상됐다. 결국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자에게 결혼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들을 때마다 불쾌하고 괜히 초조하다. 결혼식장에서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서로 이야기를 하던 중 여자는 친구에게 물었다. "남자친구랑 오래 만났잖아. 결혼은 언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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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의 저자는 서툰 자신의 모습을 가감없이 유쾌하게 풀어낸다. 그녀는 평범한 여자이고 딸이며 직장인이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실수와 변명들에서 종종 나의 그것들을 발견한다. 생각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많은 실수와 후회를 거듭해야 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변하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과 먹지 않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계속해서 넘어지는 결과보다 계속해서 일어나는 과정에서 사람은 달라진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여지를 두는 저자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제목에서도 느껴진다.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어요, 좋은 사람이 생기면 할 수도 있고 좋은 사람이 생겨도 안 할 수도 있어요, 같은 것.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 혹은 '하지 않겠다' 식의 선언이 아니라 선택 언저리에 존재하는 공백을 드러내는 저자가 솔직하다고 생각했다. 대담하게 내뱉고 수줍게 내빼는 모습에서 뻔뻔함보다는 편안함이 느껴졌다.

사람과 상황 안에서 성찰하는 저자의 글은 순식간에 읽혔다. 최근에 이토록 책을 빨리 재밌게 읽었던 적이 있었던가. 그렇다고 결코 가벼운 내용은 아니다. 키득키득 웃다가도 나의 어떤 것이 떠올라 아득해질 때가 있었다. 이렇게 재밌게 글쓰는 건 참 어려운데, 그런 면에서 이주윤 작가의 글은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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