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역사 - '공무도하가'에서 '사랑의 발명'까지
신형철 지음 / 난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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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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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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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를 체험하기

 

 

벵하민 라바투트의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는 수학자와 과학자들에 관한 논픽션소설이다. 하나같이 현대 과학의 역사로 남은 위대한 인물들을 다루지만, 평소 과학과 거리가 먼 독자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들이 실제 다룬 개념의 발전 과정을 홀린 듯 쫓아가게 될 테니.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호기심과 직관 때문일 것이다. 독자는 과학자들에게서 느껴지는 광기 어린 호기심과 그들의 행위로 인해 아주 큰일이 벌어지리라는 직관을 애써 짓누르며 독서를 이어가야 한다. 사실 소설집에 수록된 첫 단편 「프러시안 블루」만 읽어도 우리는 알 수 있다. 이 소설의 파괴적인 결말을. 그럼에도 끝까지 독서를 멈추지 않는 자신을 보며 숨은 과학자적 본성까지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이 소설집이 주는 스산한 체험 중 하나다. 딱딱한 과학적 지식 사이사이에 분명하면서도 알 수 없는 인간의 마음을 채워 넣어준 작가의 솜씨 덕분이다.  


 

이 음산한 이야기는 앞과 같은 속도와 톤으로 마지막에 도달한다. 반드시 말해져야 한다는 듯이 꼿꼿하게 간다. 마지막으로 수록된 단편 「밤의 정원사」에서는 알 수 없는 죽음들이 일상적으로 계속되는데, 명확한 인과로 설명되지 않더라도 알 수 있다. 우연적으로, 확률적으로, 그것이 인간의 어떤 발명과 이해에 대한 끝없는 욕심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이 캄캄하고 섬뜩한 정원에서 나온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과학자의 불행은 자신이 하는 일의 시작과 끝은 물론 그 파워를 자신조차 가늠할 수 없다는 것에서 온다. 더 큰 불행은 그 힘이 가해지는 대상이 이 넓은 세상, 그 세상에 사는 모든 인간들이라는 것이다. 태어난 지 몇 시간 만에 또 새끼를 낳는 기이한 동물처럼 과학은 걷잡을 수 없는 부작용마저 낳고 또 낳는다. 결국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길 멈추기로 결정하는 순간은 아주 많은 것들이 파괴되고 난 후일까. 우리는 그 순간을 앞당길 수 있을까.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는 그 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제 남은 건 우리의 몫이다. 우리는 이 정원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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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주윤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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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 장기자랑 시간, 직장인은 억지로 걸그룹 춤을 췄다. 인기상을 받았다. '제일 하기 싫어하더니 제일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명절이 돌아왔다. 딸은 전을 부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 혼자 고생할 그림이 상상됐다. 결국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자에게 결혼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들을 때마다 불쾌하고 괜히 초조하다. 결혼식장에서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서로 이야기를 하던 중 여자는 친구에게 물었다. "남자친구랑 오래 만났잖아. 결혼은 언제 해?"
.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의 저자는 서툰 자신의 모습을 가감없이 유쾌하게 풀어낸다. 그녀는 평범한 여자이고 딸이며 직장인이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실수와 변명들에서 종종 나의 그것들을 발견한다. 생각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많은 실수와 후회를 거듭해야 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변하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과 먹지 않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계속해서 넘어지는 결과보다 계속해서 일어나는 과정에서 사람은 달라진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여지를 두는 저자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제목에서도 느껴진다.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어요, 좋은 사람이 생기면 할 수도 있고 좋은 사람이 생겨도 안 할 수도 있어요, 같은 것.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 혹은 '하지 않겠다' 식의 선언이 아니라 선택 언저리에 존재하는 공백을 드러내는 저자가 솔직하다고 생각했다. 대담하게 내뱉고 수줍게 내빼는 모습에서 뻔뻔함보다는 편안함이 느껴졌다.

사람과 상황 안에서 성찰하는 저자의 글은 순식간에 읽혔다. 최근에 이토록 책을 빨리 재밌게 읽었던 적이 있었던가. 그렇다고 결코 가벼운 내용은 아니다. 키득키득 웃다가도 나의 어떤 것이 떠올라 아득해질 때가 있었다. 이렇게 재밌게 글쓰는 건 참 어려운데, 그런 면에서 이주윤 작가의 글은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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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 - 누가 뭐라고 해도
손미나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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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미나 작가의 글을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녀의 책이 굉장히 잘 팔린다는 소리를 어디선가 듣기만 했는데 이번 리더스클럽 활동으로 읽어볼 기회가 생겼다. 책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이다.

제목을 보고 살짝 기웃했다. 제목스러운 이야기들만 담겨있는 건 아닐까 싶어서. 막상 읽어보니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해외에 나가본 적이 한 번도 없는 내게 그녀가 들려주는 외국과 외국인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새로운 세계와 생각들을 마주하면서 당황했을 이전의 그녀와 비슷한 마음을 나도 느꼈다.

사실 예상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녀는 용감했고 스스로 더 좋은 곳을 향해 걸어나갔다. 사십대 후반이 된 그녀가 삶의 궤적을 되돌아보며 하는 이야기를 나는 귀를 기울여 들었다. 모두의 삶은 다르며 삶의 방식은 각자 삶의 주인이 찾아야하는 것이므로 그녀의 말이 내게 당장의 큰 도움을 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자꾸 다른 삶을 들춰 보고 듣는 이유는 더 잘 살고 싶은 욕구 때문일 것이다.

간혹, 이런 수필은 다 고만고만하기 때문에 읽는 것이 시간 낭비라고 말하는 사람을 본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무엇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책을 읽었을 때 해당되는 이야기 같다. 대부분 사람은 다 고만고만하기 때문에 그들이 쓰는 에세이도 고만고만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가끔 나는 거기에 진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직접 써보면 알게 될 것이다. 그 사소해보이는 글을 쓰고 또 모으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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