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불패 - 이외수의 소생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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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내가 청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기 시작한 것은 불과 1년 전 부터 이다. 청춘은 이유없이 항상 불안하며 위태롭고 미완성의 그것이지만, 또한 이유없는 자신감으로,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무서울 게 없는 젊음의 상징 이기도 하다.  


2008년 나의 나이는 29살, 20대의 끝자락에 머물러 있었으며, 2009년을 맞이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으나, 어김없이 들이닥친 새해를 거부할 힘은 인간인나에게 존재 하지 않았다. 2009년 나는 드디어 30대와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미 사라져 재가 되어버렸으리라 생각했던 나의 청춘은 아직 그자리에 그대로 아둥바둥 버텨내고 있다. 
 

사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실은 살짝 고백하자면 주름이 생긴 것 같긴 하지만, 나는 여전히 불안하며, 미래의 행복과 안정됨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중이다. 그래도 달라진게 있다면 나의 청춘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내 스스로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일까? 부쩍 자기계발서에 열을 올리고 청춘과 나이와 관련된 서적들만 보면 남다른 애정의 눈길을 보내곤 한다.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수많은 경제, 자기계발서들이 그랬고, 지인으로 부터 선물받은 <<나이는 생각보다맛있다>>라는 책이 그랬고, 그리고 지금 내가 소개하고자 하는 도인보다 더 도인같은 이외수 선생의 청춘불패 라는 책이 그러하다.   


그대여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는 오로지 그대의 의지에 달려 있다. 


이 책은 60살이 넘은 인생선배가 들려주는 삶의 충고와 조언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이외수라는 작가에 대해 잘 모른다. 그를 처음 알게된 것은 TV를 통해서이다. 기인보다 더 기인같은 그의 특이한 외모와 지식인 같지 않은 유머와 인위적이지 않은 그의 모습에 호기심과 호감이 있었을 뿐이다.   


단순한 호기심과 호감에 처음 읽게된 그에 책은 <<글쓰기의 공중부양>>이라는 작문에 관한 책이었고, 글쓰기 초보인 나에게 상당히 도움이 되었고 그에대한 나의 우호도는 조금더 상승했다. 그리고 두번째 만난 그의 책은 <<하악하악>>이라는 에세이 집이다. 간단한 메모형식이었던 책은 썩 좋지는 않았지만 썩 나쁘지도 않았던 그냥 사는데 도움이 될만한 조언과 같았고, 어떠한 글들은 가슴속에 깊이 박히기 까지 했으니 나쁘지 않은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나의 청춘의 끝자락의 상황과 우호적이었던 그에 대한 기억 때문에 읽게 된 청춘불패는 역시 또한 나쁘지 않을만한 인생의 교훈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악하악의 내용들을 길게~ 적었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그의 글은 역시 맛깔났으며, 이표현 참 괜찮다라 할 것들이 즐비하였다.  


욕망의 끝에는 언제나 희망을 가장한 절망이 기다리고있다. 희망에도 순리와 법칙이있다. 그러나 욕망은 언제나 순리와 법칙을 위반한다. 숯덩어리가 불덩어리가 되기를 꿈꾸는 것은 희망이지만 숯덩어리가 금덩어리가 되기를 꿈꾸는 것은 욕망이다. -P140-  


열등감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들 중에서 오직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현시욕의 소산이다.알고 보면 인간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 중에서 가장 초연하지 못한 생명체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을 만물의 영장으로 착각하면서 살고 있다. -P172-   


하지만 그의 멋지고 희망적인 외침에도 불구하고 흠 이 작가 책 너무 쉽게 낸다. 라는 생각과 하악하악과 비슷하다 라는 생각을 버릴 수는 없었다. 원래 이렇게 가볍게 책한권을 내는 사람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의 소설을 접해 보지 못한 내가 그를 평가하기란 좀 어려운 감이 있기에 그의 소설들을 읽어봐야겠다 라는 생각 또한 들었다.  


책을 덮을쯤 더 놀랐던 것은 이 책은<<날다 타조>> 에 이외수 작가가 새로 집필한 원고와 정태련 작가의 그림을 더해 재편집한 개정증보판 입니다. 라는 책 맨 끝장에서 접할 수 있었던 작은 글이었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이건 <<하악하악>>의 메모형식에서 벗어난 조금 긴  비슷한 책이다 라는 느낌을 지울수 없었는데,결국 이 책은 이외수작가의 2003년 작품 <<날다 타조>>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니.  


작가의 뜻이건 출판사의 뜻이건 어쨌든 희망을 갈구하려던 청춘에게 무언가 구리구리한 기분을 남겨주었다. 적어도 나에게 만큼은.   


다시 말하자면 이 책은 읽기 편하며, 재미있을뿐더러, 청춘들에게 충분히 희망적이지만, 이외수의 하악하악과 날다타조를 읽은 사람들에겐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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