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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이야기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집에는 강아지 한마리가 있다. 이미 가족의 한 구성원인 한 사람으로 취급받고 있는 우리집 별님이에게 마리라는 표현을 하는 것 자체가 미안한 감이 있긴하지만 말이다. 우리집 별님이는 남들이 흔히 말하는 똥개다. 그도 나름대로 부모가 있고 조상이 있을건데 왜 혈통이 없는 개 취급을 받는지 아쉬울 때가 있다. 각설하고,, 우리집 별님이의 생김새는 흡사 여우를 빼다 박았다. 내가 소개하고자 하는 이 책속에 여우의 모습과 아주 많이 닮았다. 물론 털이 모조리 흰색인 것은 아니다.
한가로운 오후 별님이와의 산책길에 별님이를 보며 신기해 하던 아이 하나가 옆에 있는 엄마한테 "엄마 저기 여우개야"라고 우리집 별님이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얘기한적이 있다. 그때 나는 속으로 아 별님이가 여우를 닮긴 닮았구나 라고 생각 했었다. 그때부터 였을까? 나는 우리집 별님이가 사실은 개가 아니고 여우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잠깐이지만 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곤 여우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하면서 여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 책도 그래서 끌렸던 거 같다. 내가좋아하는 으스스한 설정의 이야기인 기담 그리고 여우이야기..
이 책은 4가지의 기이하고 신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4가지의 독립된 이야기는 다른 주제속에 같은 소재를 엮어 얼킨 실타래와 같은 연결고리를 가지며 부딪친다. 이는 마치 옴니버스 영화를 보는 듯 하다.
여기저기 깔아놓은 복선은 읽는 이로 하여금 한순간도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들며 여러가지 기이한 설정의 이야기에 빠져있는 동안은 어두운 밤 등뒤로 무언가가 쓱 지나가는 듯한 서늘한 느낌을 떨칠수가 없게 만든다.
허름한 골동품가게 방련당, 대나무숲이 우거진 으스스한 저택 그리고 노인, 여우탈을 쓴 사내, 긴 허리와 사람의 눈을 가진 동물 등 어떠한 포장도 하지 않은 소재만 보더라도 읽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여우 이야기]
골동품가게 방련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인 나는 골동품 가게 주인으로 인해 한 저택으로 심부름을 가게 된다. 그곳에서 생기를 느낄수 없는 한 사내를 만나게 되고 "그와는 절대 거래를 해서는 안돼"라는 방련당 주인의 말을 무시한채 저택의 사내와 거래를 시작하면서 돌이킬수 없는 무서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과실속의 용]
방한가득 책을 쌓아놓고 읽으며 사람과의 소통을 즐기지 않는 방 한켠에 여행가방을 놓고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비밀이 가득한 한남자가 있다. 그 한남자를 선배로 둔 주인공 나와 선배의 여자친구 사이의 만남속에서 서서히 들어나는 선배의 은밀한 비밀 이야기 이다.
[마]
주인공인 나는 과외로 용돈벌이를 하며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이다. 어느날 새로운 과외학생을 맞게 되고, 과외학생네 마을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연쇄살인을 겪게 되는데... 연쇄살인의 살인자는 과연 사람이었을까?
[수신]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알게 되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엄마인 새할머니의 이야기 그리고 가문의 오래된 비밀이야기가 긴박하고도 느슨하게 펼쳐진다.
첫번째 이야기를 읽을 때 나는 너무 재미있어서 책을 놓아야 하는순간 업무를 볼수가 없었다. 그저 빨리 책을 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야 당연히 뒷 이야기가 궁굼해서 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결론을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사실 한마디로 말하면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을까? 라고 궁굼해서 미칠라고 했던 나의 마음에 실망을 한가득 부어버린 것만 같았다. 나는 일본서적을 많이 읽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일본기담은 원래가 이런 식으로 끝나는건가? 아니면 기담이라는 것이 우리동네에 사람으로 둔갑한 여우가 산데~ 라고 소문만 무성한 현실 처럼 그냥 그런 소문으로 끝나는 건가? 그것도 아니라면 왜 작가는 이런 방법을 택했을까? 나는 책의 내용에 대한 허탈감보다 작가의 의도에 대한 궁굼함이 더욱더 컸다. 그리곤 두번째 이야기를 읽으며 첫번째 이야기와 두번째 이야기가 무언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느끼곤 감탄했었다. 역시 이야기는 끝나지않았구나!. 모든 비밀은 마지막에 발켜지는 구나! 라며 기뻐했었다. 하지만 이 기쁨도 잠시 .. 책을다 읽고 난 지금도 역시 결론에 대한 추측은 독자의 몫이었다. 아 이런 허탈감.
나는 결론이 확실한 드라마나 영화가 좋다. 책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은 없다. 물론 결론을 독자나 관객의 몫으로 두는 것을 무조건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책은 조금 심했다. 잔뜩 궁굼증을 가지게 해놓곤 결론이 없었다. 그저 허무하다.
하지만 이야기의 전개 소름끼칠만한 소재들, 독자를 집중하게 만드는 섬세한 문장들은 너무나 완벽했다. 그래서 이러한 결말이 더 아쉬운 것일 지도 모르겠다.
또 한 가지 재미있었던 점은 책속에 땅거미 라는 단어가 엄청나게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작가의 단어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번역자의 선택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독자가 기억에 남을만큼 같은 단어가 반복되게 등장한다는 것은 풍부한 어휘를 사용하지 못했다는 데서 좋은것만은 아닌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