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엘리베이터 살림 펀픽션 1
기노시타 한타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나는 블랙코미디 스러운 추리소설이 너무나 좋다. 그렇다고 추리소설만 엄청나게 쌓아놓고 즐겨 읽는 것은 아니다. 그저 좋다. 어두운 이야기임에 틀림없는데 천연덕스러운 표정에서 나오는 대사들이 좋고, 숨죽이고 지켜봐야할 순간에서 터져나오는 어이없는 웃음이 좋다. 이처럼 황당한 상황속에서 뿜어나오는 웃음과 코미디는 어떠한 인위적 포장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의 삶이라는 공간과 오버랩 되어지기도 한다.

악몽이란 꿈이기에 천만다행인 기분나쁘고 찜찜한 기억의 잔해이다.여기 한바탕 악몽으로 끝났으면 좋았을 만한 잔혹한 이야기가 있다. 이 악몽과 같은 소설은 1974년생인 영화각본가 일본인 기노시타 한타의 처녀작 악몽의 엘리베이터 이다.

어느날, 최악의 사람들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갇힌다면?
비밀이 하나 밝혀질 때마다, 악몽은 하나씩 늘어난다!
평범한 직장인 오가와, 아르바이트생을 데려다 주고 아파트를 나서려는 순간, 정신을 잃는다. 눈을 떠 보니 엘리베이터 안. 어쩐지 이상한 사람들과 갇혔다. 자살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는 분위기가 왠지 음산한 까만 옷의 젊은 여자, 그리고 도둑질을 위해 왔다는 수염이 삐죽 난 무서워 보이는 중년의 남자, 그리고편의점에 다녀오는 길이라는 괴이한 분위기의 젊은 남자, 과연 왜 오가와는 그들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갇히게 되었을까?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엘리베이터 안의 공포는 점점 강도를 더해 가는데....... [해설문 인용]

악몽 그리고 엘리베이터 이 두단어 만으로도 독자들은 충분히 어두운 상상력을 총동원하며 머리를 굴리기 시작할 것이다. 일어나고 싶어도 일어날 수 없는, 분명 열심히 뛰고 있는데 계속 슬로우모션인 다리, 흔히들 말하는 가위눌렸다의 그 악몽과 밀페된 공간의 대명사이자 가끔씩 뉴스에서 접해볼만한 살인,강간, 상해사건의 장소인 엘리베이터, 이 소설은 이 두개의 단어 조합만으로도 충분히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하는데 성공을 거둔 셈이다. 화려한 색감 그리고 한사내의 모습과 그 사내를 둘러싼 정체모를 사람들의 겉표지를 보고 궁굼하지 않을 독자는 전혀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내용뿐만 아니라 겉표지 선택면에서도 아주 탁월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근래들어 이처럼 단숨에 훑어버린 책을 만난지가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내용또한 대화체의 형식으로 되어있어 전혀 지루하지 않았을 뿐더러 그로 인한 여백은 책읽기의 부담을 덜어주었고, 그의 글은 읽는내내 머리속에 상황이 그려질만큼 자세하고 친절했다.

또한 밀페된 공간이라는 특정 장소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였음에 불구하고 엘리베이터라는 공간을 통한 인간심리에 대한 번뜩이는 묘사는 제한적공간에서 오는 지루함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인간은 겉으로 보이는 건강한 육체와는 상관없이 누구나 나약함이라는 두려움을 마음속에 키우고 있는 존재들이다. 악몽의 엘리베이터는 극한의 상황과 밀페된 공간이라는 장소를 통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탐욕과 무절제 그리고 동시에 연민과 동정을 이끌어 냈을뿐만 아니라, 이렇게 끝나는 구나 싶을 무렵 또하나의 반전을 건네주며 독자로 하여금 끝까지 헤이해 질 틈을 주지 않는다.

키노시타 한타의 악몽의 엘리베이터로 인해 추리소설을 향한 나의 사랑은 한동안 계속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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