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 도둑 - 김주영 상상우화집
김주영 지음, 박상훈 그림 / 비채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여느날과 다를 것 없이 또 시작되는 하루. 나는 허겁지겁 일어나 하다만듯한 화장을 마치고 집을 나선다.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린다. 오늘따라 버스가 늦는다. 파란색으로 채색한듯한 버스가 내 앞에 도착했다. 나는 버스에 올라탄다. 그리고 자리를 물색해 앉는다. 책을 꺼내 든다. 창밖에 스쳐지나 가는 풍경들은 매일이 그렇듯 언제나 정직하게 묵묵히 그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는 그런 바깥 풍경은 이미 지겹다는 듯 조금의 관심도 갖지 않고 책에 몰두한다. 그런데 이때 사람들의 원성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기사 아저씨 지금 어디로 가시는거예요? 이길로 가는게 아니잖아요?" 기사아저씨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채 버스의 노선과는 전혀 상관없는 길들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갑자기 이때 몸이 붕~하며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한다.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나와 다른 승객을 실은 버스는 하늘을 날기 시작한다. 사람들의 원성소리는 호기심의 탄성으로 바뀌었다. 모두들 창문을 열어 손만 내밀면 닿을듯한 구름을 한점 떼어내어 조물딱 거린다. 열심을 하늘을 날고 있던 새들은 우리를 보고 화들짝 놀랜다. 창문아래로 보이는 개미같은 사람들과 집을 바라본다. 시원한 바람이 분다. 기분이 너무 좋다. 

누구나 알겠지만 이것은 상상이다. 매일아침 출근길에 셀수도 없을만큼 나의 머리에 담아두었던 상상이다. 우리는 가질 수 없는 것, 이뤄질 수 없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갈구하고 동경한다. 비단 나만 그런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여기에 이미 어른이 되어 굳어버린 우리 뇌속에 생명을 불어넣어줄 책이 있다. 바로 김주영 작가의 상상우화집 달나라 도둑이다.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그가 마주한 질문들을 상상력 이라는 거대한 용광로에 녹여낸 우화집이다. 일흔이 넘은 작가의 상상력이라는게 더욱더 놀랍다.

보고 듣고 만진 것만이 진실이라고 믿고 사는 우리들에게 62가지의 단편적 우화는 우리들에게 몸으로 행하는 행동적 일탈이 아닌 정신적 일탈을 선물한다.

지구의 마지막 주인
인간의 무자비한 개발로 집을 잃은 너구리 한마리가 인가에 있는 쓰레기통을 뒤지며 목숨을 지탱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집주인이 몸을 숨기고 있다가 쓰레기통으로 접근하는 너구리를 야구방망이로 때려잡는다. 그날밤 길 건너편 느티나무 위에 앉아 있던 올빼미가 이를 목격하고 인간이 저지른 야만적인 살육의 전말을 동물 세계에 알라기에 이른다. 수천년동안 동물 세계는 인간으로 부터 받은 수 많은 치욕적인 순간을 감내해왔기에 덩치 큰 고릴라서부터 작은 말똥구리에 이르기까지 인간과의 전쟁을 사양하지 않았다.지구촌은 그로써 크나큰 전쟁에 휩싸이게 된다 .[본문요약] 

전쟁의 승자는 여러분의 상상력에 맡기겠다. 

이는 참으로 흥미로운 우화임과 동시에 인간에 무차별적 행태에 대한 경고라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 책은 이렇듯 우리에게 재미있는 상상력을 보여줌과 동시에 넌지시 삶의 교훈을 주고 있다. 물론 메세지랄 것이 없는 글들 또한 있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 상관없다. 그저 상상력 이라는  세계만으로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무료한 나의 일상에 휴식을 주었다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현실은 너무나 건조하고 딱딱하다. 현실생활속에 즐거움은 현실이라는 대괄호 안에서 더이상 우리에게 흥미거리가 되지 않는다. 우리가 그토록 상상속에 가둬두었던 외계인이 어느날 갑자기 찾아와 외계인과 함께 사는 세상이 돼 더이상의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되었을때 외계인은 더이상 신비하고 흥미로운 존재의 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언제 외계인을 만날수 있겠냐는 고지식한 생각은 버려라 나는 어렸을때 미래를 상상하며 미래에는 물을 사먹을지도 몰라. 미래에는 컴퓨터 하나로 모든 음식을 주문해서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데 라는 상상을 하곤 했다. 2009년을 사는 당신들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들이 당신삶속에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상상력은 우리의 찌든 머리를 청소함과 동시에 미래로 향하는 기술발전의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매일이 다를 것 없는 그대여 당신이 상상하던 그것이 현실이 되어버리기 전에 마음껏 상상하라 그리고 즐겨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