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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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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사람

 

이 세상을 너무도 사랑하는 사람이므로, 그의 시는 곧 사랑의 기록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축조된 풍부한 시 세계를 한 단어로 집약할 수 있다니, 그리고 그 단어가 사랑이라니……. 청명한 하늘뿐만 아니라 그 아래에 지는 그늘까지도 끌어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사랑은 참 어려운 행위가 아닌가. 그러나 시인은 마치 사랑만큼 쉬운 게 또 없다는 듯이 노래한다. 사랑은 행위가 아닌 태도라고. 다만 사랑은 무척이나 힘이 세서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그래서 사랑을 하는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것은 쉬워진다고. 설령 그것이 그늘을 끌어안는 일일지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

 

이 선집에 실려 있는 시 275편에는 실로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모든 사람에게서 시를 본다.”는 시인의 말이 자연히 함께 떠오른다. 모난 세상 속에서도 꾸준하게 둥근 이 얼굴들은 슬프면 슬픈 대로, 아프면 아픈 대로, 배고프면 배고픈 대로, 저마다의 형태로 사랑스럽다. 나 또한 앞으로 살아가면서 마주할 수많은 얼굴들로부터 시와 사랑과 고통을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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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비채(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손에 많은 것을 쥐고 있어도 한 손은 늘 비워둘 것
내 손이 먼저 빈손이 되어 다른 사람의 손을 자주 잡을 것
하루에 한번씩은 꼭 책을 쓰다듬고
어둠 속에서도 노동의 굳은살이 박인 두 손을 모아
홀로 기도할 것 - P326

그러나 오직 단 하나
사랑이라는 글씨만은 모두
비에 젖지 않는다
사라지지 않는다 -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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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과학 지식 - 지식은 어떻게 문명을 만들었는가
루이스 다트넬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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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피엔스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과학 지식은 제목 그대로 사피엔스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과학 지식을 담고 있다. 현대인이나 교양인으로서가 아니라, 사피엔스로 불리는 이 지구 위의 생명체로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지식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우리의 터전에 재앙이 찾아와 기존의 네트워크와 기반 시설이 모두 무너져 버린다면, 사피엔스는 사피엔스다운 삶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극단적인 가정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으나, 종말과 비극은 언제나 우리 곁을 맴돌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자.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점차 우리의 삶을 지탱해 주고 있는 테크놀로지의 본질에 집중하게 되었다. 예컨대 저자는 ‘04. 식량과 옷에서 요리를 식재료의 독성을 억제하고 영양분은 끌어 올리는 과정으로, 음식을 담는 그릇을 우리 몸 바깥에 존재하는 추가적인 소화기관으로 바라본다. 이처럼 익숙해서 자각하지 못하고 있던 일상 속 요소들과 그 본래의 목적들을 환기해 보는 것은 실로 유의미한 경험이었다.

 

저자는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이 세상이 어떠한 방식으로 스러지게 될지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따라서 책 속에 펼쳐진 재앙 이후의 세상은 마냥 멀리 떨어져 있는 가상의 공간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한편 이토록 생생하게 몰락의 풍경을 피부로 느꼈음에도, 그것이 자꾸만 나쁘지 않게생각되어 스스로 조금 놀라기도 했다. 초록빛 식물들이 도로와 건물을 덮어 버릴 세계가 차라리 희망적으로 느껴졌다. 이러한 감정부터 들다니, 나는 얼마나 자연에 해로운 존재인가? 인간에게 문명화된 삶을 재건할 자격이 있을까? 아직 완전히 무너지지 않은 땅 위에서 나는 어떠한 숨을 쉬어야 할까?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곧 삶에 대한 이야기고 상처에 대한 이야기가 곧 치유에 대한 이야기인 것처럼,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너무나도 지금 이 순간에 대한 이야기임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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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따라서 이 책을 덮을 때가 되면 당신은 문명화된 생활방식을 위한 하부구조를 어떻게 다시 세워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과학 자체의 기본적인 원칙들에 대해서도 더욱 확고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중략)…… 과학은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실히 알아내기 위해서 적용해야 하는 방법론이다. - P29

시간이 지나면서 식물이 분해되어 흙으로 변하는 과정이 되풀이되면, 그에 따라 건물이 무너지며 생긴 돌무더기도 흙으로 뒤덮여 부드러워지고, 싹을 내민 나무들로 뒤덮인 작은 언덕으로 변해갈 것이다. 한때 하늘로 치솟던 고층 건물이 무너진 잔해도 울창한 식물에 완전히 묻히고 감춰질 것이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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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 밀라논나 이야기
장명숙 지음 / 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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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그동안 살아 온 이야기를, 그리고 앞으로 살아 갈 이야기를 차근하게 들려 줄 뿐인데, 저자의 문장들은 독자를 자꾸만 어딘가로 이끈다. 저자를 따라 맞닥뜨리는 길목마다 과거의 미성숙과 요즘의 고민거리들이 기다리고 있어 생각이 많아진다. 그러나 조금은 품이 들더라도 그에 마땅히 끌려가고 싶은 까닭은 첫째, 체험이 담겨 있는 이상 지은이의 말은 공허한 훈계일 수 없기 때문이고, 둘째, 억지로 손을 잡아끄는 대신 읽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그를 따르도록 하기 때문이며, 셋째,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므로 저자와 함께 도착할 곳은 그게 어디일지라도 분명 아름다운 세계일 것이기 때문이다.

 

부드러이 쓰다듬는 손길에 마음이 열리는 여느 동식물들처럼, 인간 또한 충실하게 감각하는 생물이다. 고로 오감을 살뜰히 건드리는 것들을, 그리고 그것들이 가져 오는 감정을 잘 포착해 두어야 한다. 감각은 거의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는 점에서 행복의 버튼이 되어 줄 수 있기에 정말 중요하다. 켜켜이 쌓인 풍성한 구름의 빛깔, 단단하게 노래하는 자의 목소리, 살갗에 닿는 따뜻한 찻잔의 온기, 아주 달지만은 않은 과일의 맛, 살짝 젖은 풀잎의 냄새 같은 것들을 자주자주 느끼자.

 

오래전에 좋아했던 것들에 썼던 시간과 (특히) 돈을 아깝게 여긴 적이 있다. 지금은 시들해진 것들이 대부분이라 그 돈을 안 쓰고 모았더라면…….”이라는 생각이 들고는 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마음이 동하는 대상에 침잠해 봄으로써 현명하게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일상을 지탱해 줄 힘을 얻었으며, 힘들 때 꺼내어 볼 추억도 많이 비축해 둘 수 있었다. 세상의 모서리들을 다양하게 만져 볼수록 나의 결을 이해하기 쉽다. 그렇게 취향껏꾸린 기쁨만이 진정한 나의 몫이다.

  

무력하게 바라보며 아파하느니, 한 뼘만큼의 평화일지언정 직접 일구어 내겠다.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더 있다면, 관조하고 있을 수만은 없어 움직이는 존재가 나뿐만이 아님을 믿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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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가제본 원고)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행복이란, 매 순간 내 오감이 만족할 때 오는 것 아닐까? 자기 몸에 집중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를 갖고 살며, 내 오감 중 어떤 감각이 가장 잘 발달했는지 깨달을 정도로 자신을 관찰하고 사랑해야 자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머리만 굴리며 살지 않고 몸으로 느끼며 살아야 한다. 자기 자신의 몸을 토닥이고 쓸어주어야 행복해진다. - P106

자기 취향이란 단어에는 여러 가지 뜻이 함축돼 있다. 취향이 확고하게 정립되려면 성숙한 내면, 자존감, 정서적 안정이 필요하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찾기 위한 시행착오도 거쳐야 한다. - P179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열심히 실행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요것뿐. 그래서 서글프지만, 우두커니 바라보는 것보단 낫겠지.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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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쓰는 용기 - 정여울의 글쓰기 수업
정여울 지음, 이내 그림 / 김영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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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밀한 사정으로 인해 저자의 말처럼 이는 나의 가장 소중한 테마겠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 듯하다. 꽤 오랫동안 외면해 왔지만, 책을 읽으며 결국 나는 글쓰기를 참 좋아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자각하였다. 그렇게 될까 봐 일부러 후루룩 읽었는데도 눈물이 났다. 끝까지 쓰는 용기는 딱딱한 교설을 들려 주는대신 쓰는 삶, 그 자체를 보여 주기때문이다. 저자의 삶을 지탱해 준 끝까지 쓰는 용기는 내가 그동안 열심히 외면해 온 것들을 모조리 건드려 버리는 헥토르의 용기였다. 나는 이제 무어라도 쓰고 싶어진다.

 

칭찬을 들으면 들었지 딱히 글로 인해 큰 고초를 겪은 적이 없는데도 항상 겁이 나 있었다. 언제나 잘 다듬어진 문장만을 꺼내어 보이고 싶었고, 나의 불완전함이 단순한 역량 부족이 아닌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무지일까 봐 걱정됐다. 어떤 사안에 대한 견해를 공유할 때는 물론이거니와 단순하게 어떤 작품에 대한 감상을 나눌 때도 입을 다물고는 했다. 늘 타인의 해석이 더 옳고, 더 멋져 보였다. 나 자신의 감정에까지 채점을 하려 들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별로였지만, 어차피 말할 데도 없다는 생각으로 인해 나의 취향을 깊이 들여다 보지조차 않게 되었다는 점이 최악이었다. 이건 글쓰기의 문제를 떠나, 마음이 빈곤해지는 일이다. 이에 뒤늦게나마 근거 없는 두려움을 떨쳐 내고 몇 글자씩이라도 적어 보려 하는 요즘이다.

 

나는 많은 것들로부터 곧잘 즐거움을 느끼는 편이고, 그래서 좋아하는 것들이 많다. 몇몇 친구들과 성격이 잘 안 맞는다고 느끼다가도 재미있던 순간들이 떠올라 금세 그리워지고, 공연이나 영화를 볼 때도 매료되는 정도에는 차이가 있었을지언정 완전한 불호(不好)를 표했던 적은 많지 않다. 한때는 어떤 대상의 허점이나 결점을 꼬집는 글이 훨씬 세련된 것 같아 고민이 많았었지만, 지금은 다정한 촉각을 세우고 좋음에 대하여 세심하게 말하는 글 역시 세련됨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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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열정적으로 글을 쓰는 작가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슬럼프가 아니라 타인의 오해 때문에 차라리 침묵해야겠다는 자기비하의 감정입니다. - P108

하지만 제가 기쁨을 느끼는 순간은 논리와 비판적 사고로 냉정하게 판단을 내릴 때가 아니라 감성과 공감의 사고로 타인을 온몸으로 끌어안을 때이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글쓰기는 무언가를 사랑하고 긍정하는 글쓰기였어요. 무언가를 사랑해야 좋은 글이 나오더라고요. 대상을 향한 뜨거운 사랑에서 분명 맑고 환한 에너지가 나와요.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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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H2O인가? - 증거, 실재론, 다원주의
장하석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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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첨자가 적용되지 않아 부득이 물의 화학식을 ‘H2O’라고 적는다.

 

책의 내용에만큼이나 그 너머의 저자에도 주목을 하게 되는 책이 있다. 물은 H2O인가?가 그렇다. 꼭지마다 녹아 있는 신선한 통찰에 감탄하다 보면 자연스레 저자가 정말 과학을 사랑하는 사람임을 느끼게 된다. 예컨대 이 책은 굵직한 뼈대를 소개하고 흥미를 유발하는 1절과 저자의 입장이 완전하게 드러나는 2, 그리고 논의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줄 전문적인 세부 사항과 예상 반론이 담겨 있는 3절로 각 장이 구성되어 있다. 또한 큰 주제가 바뀌는 지점마다 앞으로의 전개 방식도 설명되어 있어 독자는 이를 바탕으로 똑똑하게발췌독을, 혹은 완독을 해낼 수 있다. 저자가 이토록 방대한 내용을 친절하게 풀어 써 보기로 결심한 까닭은 아마도 자신이 사랑하는 과학의 매력이 최대한 많은 독자들에게 가닿을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의 밑바탕에는 과학을 향한 애정이 소복이 깔려 있을 수밖에 없다.

 

살면서 마주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이분법적으로 딱 떨어지지 않음에도 왜 과학만큼은 그러하리라 생각했을까? 믿음이 향해야 할 곳은 바깥의 (실재하는지조차 모를) 특정한 진리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처음 접하는 관점이므로, 그리고 물이라는 하나의 사례만을 접했으므로 독자는 저자가 강조하는 능동적 규범적 인식적 다원주의를 추상적으로 느끼기 쉽다. 이에 저자는 다원주의와 상대주의 사이에 명확한 선을 긋고, (특히 일원주의적 관점에서) 누군가가 제기할 법한 질문들을 미리 치열하게 반박한다. 덕분에 독자는 비로소 다원주의가 역동적태도임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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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과학적 실천을 이해하고 촉진하기 위하여 나는 앎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근본적으로 재정향(re-orientation)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앎을 믿음이라기보다 능력으로 생각할 것을 말이다. ……(중략)…… 이와 관련된 또 하나의 논점은 능력의 차이는 흔히 흑백의 ‘할 수 있음/없음’으로 나타는 것이 아니라 연속적인 정도의 차이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 P452

다음 문장은 멍청한 얘기로 느껴질지 몰라도 명확히 진술해둘 필요가 있다. ‘다원주의의 가장 결정적인 특징은 다원성의 요구다.’ 다원주의에서 관건은 실제로 다수의 시스템들이 공존할 때 얻어지는 혜택이다. - P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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