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조선 - 우리가 몰랐던 조선의 질병과 의료, 명의 이야기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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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살짝씩은 엿보아 왔으므로, 우리에게 조선과 의학이라는 연결고리 자체는 크게 낯설지가 않다. 그러나 한 겹 더 들어가 보았을 때, 조선의 의학 수준과 환경을 속속들이 알고 있으며 이를 의학사라는 하나의 거시적인 흐름으로서 이해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는 선뜻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메디컬 조선』은 이러한 독자들로 하여금 조선의 의료 체계 및 시설부터 늘 조선 사람들의 곁에 있었던 10대 질병, 당대 왕들의 이런저런 병치레와 그 말로, 나아가 이름난 명의들과 의서들까지 한눈에 둘러볼 수 있도록 이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조선 왕들의 질병과 죽음을 다룬 3장이다. 조선의 왕들이 어떤 업적 혹은 과오를 남겼는지, 어떤 분야에 조예가 깊었는지, 또 어떤 사건에 휘말렸었는지 등은 잘 아는 편이지만 그들이 어떠한 죽음을 맞이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 번도 알아보려 했던 적이 없었다. 병사(病死)는 너무나도 흔한 일이지만, 한 국가를 다스렸던 권력자라는 인상 때문인지 특별하고 엄청난 계기로 인해 세상을 떴을 거라고 막연하게 추측했던 듯하다. 그래서 왕들이 어떤 병을 앓았으며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를 들여다보는 과정이 즐거웠고, 특히 왕 역시 질병의 영향 아래 자유롭지 않았던 존재임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어 뜻깊었다. 네 자리의 몰년(沒年)으로만 표현되었던 그들의 죽음에 맥락이 부여되는 순간, 그렇게 조선의 왕은 비로소 하나의 상징이 아닌 사람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 『메디컬 조선이 아우르고 있는 조선의 의학 이야기는 실로 방대한데, 이 덕분에 저자가 들어가는 말에서 사용한 조선인들의 질병 투쟁기라는 표현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조선 사람들이 병마를 극복하기 위해 기울였던 국가 및 개인 차원의 모든 노력들이 그야말로 치열하게느껴졌다. 전의감, 혜민서, 활인서 등 한자로 된 기관명이나 생소하게만 느껴지는 당시의 치료법이 숱하게 등장함에도 이 책이 들려 주는 이야기가 지금으로부터 마냥 멀리 동떨어진 옛날 같지만은 않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상대가 바뀔지언정 우리는 늘 무언가와 투쟁하고 있으므로, 삶을 지키려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결코 짐짐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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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조선 왕들의 평균 수명이 일반 백성보다 길었던 까닭은 무엇보다도 생활환경이 좋고 의료 혜택을 많이 받았던 덕이었다. 그러나 그들 역시 질병을 피하지는 못했다. 그나마 전국에서 가장 뛰어난 의사들의 치료를 받았던 덕에 수명을 연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 P137

의학 관련 서적이라 제목만 듣고 너무 전문적이고 딱딱할 것이라는 편견을 갖기 십상이겠다. 그러나 막상 책을 펼치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 역사의 감춰진 속살과 풍속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모쪼록 조선인들의 질병 투쟁기가 조선 역사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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