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겨울같은 글을 읽었다. 올해 들어서 난 시인에 대한 동경심을 갖게 되었다. 시인의 글은 날카롭고 따뜻하다. 모든 글의 하나 하나 정성이 담긴 글을 읽다보니 슬프고 행복했다. 나의 말들이 모두 모순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이 책을 읽은 나의 평은 이러하다. 여름과 루비는 소설이라기보다 장편의 시에 가깝다. 책을 읽는 동안 거친 폭풍속을 걷고 있다기 보다는 회오리의 중심축에 앉아있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유치한 아이들의 싸움이야기도 단순히 엄마가 아이를 버리고 간 결핍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다. 물론 행복한 치유와 회복의 이야기도 절대 아니다. 단지 이 책은 뜨거운 여름속에 읽는 붉은 피의 색을 띤 루비 이야기다. ❝사랑이 시작되는 건 한순간이다. 미움이 쌓이는 데엔 평생이 걸릴 수 있지만. 누군가를 미워하기 위해선 평생을 노력해야 할 수도 있다는 걸. 단박에 알았다.❞ ❝알면서 모른 척하는 건 모르면서 아는척하는 일보다 어렵다.❞ ❝ 원래 지니고 있는 보다 좀 더 나아 보일 수 있다면, 그게 거짓말이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게 분명했다. 세상에는 꾸며야 살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그때 나는 몰랐다.❞ ❝ 너네 말이야. 걱정이 생기잖아? 그럴 땐 딱 하나만 생각해. 가장 원하는게 뭔가.❞ ❝ 누군가의 마음이 쓰이도록 행동할 줄 아는것, 그런 건 타고나는 일인지도 모른다.❞ ❝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유년이 시절이라는 것. 유년은 ‘시절’이 아니다. 어느 곳에서 멈추거나 끝나지 않는다. 돌아온다. 지나갔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 컸다고 착각하는 틈을 비집고 돌아와 현재를 헤집어놓는다.❞ ❝ 모든 ‘처음’이 사라질 때 즈음, 그때부터 인간은 ‘뒤’를 생각하다 잠든다.❞ ❝ 겁이 많은 사람이 대부분 나쁜 건 아니지만 나쁜 사람들은 대부분 겁이 많다. ❞ ❝ 허영의 뒷모습은 외로움이다.❞ ❝ 이야기를 탐하는 사람은 상처를 재배열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자다.❞ ❝ 모든 걸 괜찮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피로해진다. 괜찮지 않은 것도 괜찮게 보여야 하고 괜찮은 것은 더 괜찮게 보이려 하다 보면 거짓이 침투하고 외로움이 스며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