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남도 좋긴 하지만 이 글의 남주처럼 종잡을 수 없고 좀 제멋대로인 남주, 자기 자신의 감정도 잘 몰라서 멋대로 굴어놓고 또 나중에 언제 그랬냐는 듯 여주에게 집착하는 남주 캐릭터도 좋아하는 편이라서 생각보다 취향인 부분이 있었습니다. 여주 입장에선 마음 고생을 꽤 하게 되는 남주이긴 하지만 오랜만에 이기적이고 멋대로인 남주 캐릭터를 보니 나름 또 재밌기도 했어요. 잘 봤습니다.
처음 앞 부분에서는 여주가 처한 상황들이 꽤 피폐해 보여서 취향에 맞을까 고민을 했지만 작가님 전작이 취향인지라 그냥 믿고 구매했는데 꽤 재밌게 읽었습니다. 아편소굴인 곳에서 여주는 한없이 무기력하게 자신의 약점을 쥐고 있는 자에게 종속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어느날 아편으로 중독시키라는 대상인 남주를 만나게 되면서 점점 자신만의 의지를 지니게 되는 과정들이 재밌습니다. 여주가 처한 상황들이 피폐하지만 또 남주가 그보다 더 강한 타입이라서 든든한 느낌도 들었어요. 인간 불신에 가득한 남주가 여주를 알게 되면서 점점 빠져드는 모습도 피폐한 설정과는 달리 은근히 달달합니다.
남주의 내면에 잠재된 비틀린 심리를 간파한 여주인공과 여주를 향한 끊임없는 집착을 이어가는 남주 캐릭터의 조합이라서 클리셰 요소도 있긴 했지만 작가님 글을 좋아해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자신의 여주를 향한 소유욕과 집착을 위해서 계략도 마다 않고 때론 그 방식이 여주를 숨 막히게 하지만 로설인만큼 그런 점 마저도 남주 캐릭터의 매력으로 느껴지기도 하네요. 두 사람이 이어지기까지 많은 굴곡이 있었지만 그래도 상당히 재밌게 읽었어요. 다음 글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