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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ㅣ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반인륜적 범죄가 늘어나는 이 시점에서 사형이란 제도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비정상회담의 장위안 말처럼, 누군가를 죽였으면 그것은 인권을 포기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당연히 난 사형제도에 찬성하는 자이기도 하다.
<십이국기> 화소의 달 편에서는 사형을 결정해야 하는 사람의 고뇌가 나온다. 비정상회담에서의 뜨거운 논쟁처럼, 사형수에게 인권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논제는 인간이 결정하긴 어려운 것 같다. 결국 실수할 수 있는 인간의 결정이고, 누군가는 법의 명령하에 사형수가 된다.
국가에게 누군가를 죽일 권리를 주면 안 된다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법은 감정이 없어야 한다는 의견에는 반대한다. 인간의 범죄에는 감정이 담기고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지르면 안 되는 게 범죄지만, 법이 인정을 배제하는 순간, <십이국기>의 방국처럼 된다.
끝까지 읽으면서는 무심하게 그냥 추리소설로 읽었으나, 막판에 덮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군가는 피해를 입었고, 그 피해에 대해 대가를 치르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 대가를 직접 치르게 된다면 무법지대가 되어 버리니, 공정한 판결을 위해 국가가 나서서 정리를 해야 하는 것이 세금을 내는 이유 중 하나다.
13계단의 이야기는 그 테두리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시각 차를 보여준다. 피해자는, 가해자뿐 아니라 사회에게 제 2의 피해를 입는다. 언론, 주변인, 심지어 경찰들까지. 지난한 재판 과정을 겪는 동안에 입는 것도 어떻게 보면 엄청난 피해다.
드라마 <히어로>의 검사의 대사도 떠오른다.
10명의 범죄자를 잡는 것보다 1명의 억울한 원죄를 만들지 않는 것이 검사들의 사명이라는.
형벌제도가 교화의 목적에 있어야 하는 것도, 하지만 인간이라는 것이 그리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닫는다. 결국 그래서 이 작가는 <제노사이드>를 쓴 게 아닐까?
일리노이 주에서 사형제도를 폐지한 발표를 보며 눈물이 울컥 솟았는데, 때마침 <13계단>까지 읽은 후라 더 그랬는지도.
그러나 사회는, 아니 인간의 도덕심은 그리 심플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교육이 더 중요한지도 모르겠다.
부모의 자격, 인간의 자격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되는 밤.
밑도 끝도 없는 말씀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나라에서는 흉악 범죄의 피해자가 된 순간 사회 전체가 가해자로 돌변합니다. 아무리 피해자를 괴롭힌들 사죄하는 사람도 없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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