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의 아이디어 - 창의성을 깨우는 열두 잔의 대화
김하나 지음 / 씨네21북스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간디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영국은 적은 수의 군대로 인구가 3억이나 되는 큰 나라 인도를 효율적으로 통치해왔습니다. 간디는 영국 유학파로 오랫동안 '영국 없는 인도는 있을 수 없다'고 믿었던 사람이었지요. 영국의 지배는 의심해본 적 없는 전제였던 거예요. 하지만 변호사로서 인도인에 대한 차별 대우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간디는 점점 영국의 참모습을 알게 되었습니다. 몇 걸음 물러나 자신 앞을 가로막고 있던 벽 너머를 상상할 수 있게 된 거죠. 그는 모든 아이디어를 동원해 인도인의 단합을 촉구하기 시작합니다. 고소, 신문 기고, 잡지 발행, 연설, 인도인 자립공동체 건설 등의 아이디어를 차근차근 실행했지요.

영향력 있는 정치 지도자가 된 후 간디는 비폭력 불복종의 아이디어를 실행할 깨알 같은 아이디어들을 내놓습니다. 영국인 학교 다니지 않기, 영국인 법정에서 진술하지 않기, 영국인 회사에서 일하지 않기, 영국에서 만든 옷 입지 않기 등. 이때 물레 아이디어가 등장하지요. 사실 간디는 그때까지 물레를 본 적도 없었답니다.

영국은 인도산 목화를 수입해다가 옷을 만들어서 비싼 값으로 인도에 되팔아먹었어요. 간디는 비싼 영국 옷 대신 인도 사람들이 직접 옷을 만들어 입으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요. 그는 수소문 끝에 물레질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내서 직접 실 잣는 법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공동체를 이룬 다른 사람들에게도 가르쳐줬지요. 수많은 사람들을 모아 집회를 한 후엔 너도 나도 입고 있던 영국제 옷을 벗어 산더미같이 쌓아놓고 간디가 직접 성냥불을 그어 태워버렸답니다. 젊은 시절 최고급 영국 수트를 입고 다니던 댄디 가이 간디는 이제 앙상한 몸에 인도산 천으로 만든 옷을 두르고 다닙니다. 간디가 이끌던 국민의회 깃발에도 물레를 넣자는 아이디어가 등장하지요.

간디는 늘 물레질을 했는데, 그건 청렴한 생활보다 인도의 경제적 독립을 상징하는 행위였지요. 물레를 돌리는 간디의 사진은 전 세계에 강렬한 이미지로 타전됩니다. 시위 끝에 체포되면서도 간디는 스스로를 변호사라 하지 않고 "농부이며 천을 짜는 사람"이라 고 밝혔지요.

(중략)

간디는 지금가지 말한 철저히 비폭력적이고 인도적인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세계 여론의 힘을 자신과 인도 편으로 돌려세웠던 겁니다. 얼마나 위대합니까. 얼마나 위대한 '아이디어 전쟁'입니까. 우리는 간디의 '고결한 정신'만을 기억합니다. 저는 고결하게 태어나는 인간은 없다고 생각해요. 고결함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이 있을 뿐.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각자의 자리에서 맞닥뜨린 벽입니다. 한걸음 나아가기 위해선 벽이 무엇인지 발견하는 게 우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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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다는 건 효율적인 방법일 수도 있지만 고정관념일 수도 있다. 오른손을 바른손이라고 한 것처럼. 오른손잡이가 많기는 하지만 '바른' 건 뭐랍니까?

전쟁은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피를 흘려야 한다는 개념을 꺠버린 간디는 그 어떤 사람보다도 치열한 전투를 치렀다.  질소 과자로 한강 건너기 퍼포먼스처럼,  모든 일에는 '아이디어'가 적용된다.

불현듯 내가 왜 소설을 주로 읽게 될까 생각하게 된다.

어떤 고정관념의 벽을 발견하고, 깨부수어 한 발 나아가기 위함이 아닐까.  아니 더 나아가서 독서라는 행위는, 예전 어디에서 독서량에 따른 사람의 시야를 그린 것처럼  높이 저 멀리, 벽 넘어를 볼 수 있게 만드는 진취적이고 치열한 행위가 아닐까.

그나저나 댄디가이, 간디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말이지. 

이 책 하나만으로 고정관념, 즉 Fixed idea를 여럿 깨게 된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고정관념이 되고, 그것을 깨부수는 사람이 나타나고, 결국 이로 인해 인류는 발전한다. 

거창하지 않은 대화를 통해, 거창한 무언가를 배운 느낌. 

바 셀로나에 가서 한잔 마시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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