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의 해신 서의 창해 ㅣ 십이국기 3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2월
평점 :
스스로, 틀리지 않았다 말하고 싶은 건 아닐까?
"아쓰유는 똑 부러진 아이야. 못하는 일이 없지. 이치를 알고 정을 알고 영특하기가 비할 데 없어. 하나, 그놈에게는 딱 하나 빠진 것이 있지. 놈은 자신의 실패를 인정할 수 없는 게야." 겐 가이는 킥킥 웃는다. "왕이 붕어한 뒤 그놈이 승산했나? 기린에게 천의를 물었나? 하지 않았겠지. 그놈은 그러지 못할 놈이야. 승산했는데 왕이 아닐면 망신이지. 아쓰유는 그런 치욕을 견디지 못해." "하지만........" "대담한가? 무엇이든 잘하는 걸출한 인간으로 보이는가? 암, 그렇게 보이겠지. 잘못은 남에게 덮어씌우고 과오는 없던 일로 하니까. 그놈은 한 번도 자신이 잘못한 적이 없다고 믿고 있어. 얼마든지 대담해질 수 있지." 로쿠타는 흐릿해지는 눈으로 시선을 가만히 발치로 떨어뜨렸다. 겐 가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가슴속에 스멀스멀 치미는 불안을 느꼈다. -그 죄수. "그놈은 자기가 완벽하다고 믿고 있어. 완벽하다고 믿고 싶은 게야. 상처 입히는 것은 무시하지. 상처를 감추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한다. 그런 놈이니까." 로쿠타는 도망쳤다. 아쓰유는 백성을 위해 봉기했다고 했다. 아쓰유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그래서 얌전히 원주에 잡혀 있었던 것이다. 로쿠타는 정의를 말하는 자가 반드시 정의로은 자가 아님을 잊고 있지 않았던가. 사람은 정의를 내세운다. 왕이나 군주조차 정의의 명분이 없다면 병사를 움직일 수 없다. 실체 없는 정의다. 그러니까 정의를 행하면 백성은 그만큼 괴로워진다. 내란이 일어나면 백성만 고생한다고 아쓰유에게 여러 차례 말했다. 백성을 생각한다면서 아쓰유가 굳의 거병하겠다는 것은 어찌된 영문인가. 진실로 백성을 생각하는 자가 그렇게까지 거병에 집착할까. 아쓰유를 설득하려 할 때마다 기묘하게 맛보아야 했던 무력감이 아쓰유의 정의에 실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