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ㅣ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6월
평점 :
'그 후로 내 안에는 하나의 확신이 생겨났네. 인간은 기본적으로 선량하고 건설적이야. 하지만 특정 상황에 놓이면 그래도 여전히 선량하고 건설적일 수 있는 타입과 상황에 삼켜져 양심을 잃어버리는 타입으로 나뉘네. 그 특정 상황의 전형적인 사례가 군대고 전생일세. '
극한 상태의 작은 권력에 취해 자신 안의 짐승성을 해방했다.
'누군가를 공격하는 게 즐거울 때가 있네. 상대가 궁지에 몰리는 걸 즐기는 거지. 인간은 누구나 그런 사악한 부분이 있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사악한 건 그렇게 타인을 몰고가는 걸세. 부추기는 거야 그게 옳다고 타인의 머리에 새기는 걸세. '
-512

진실과 기만. 삶과 죽음. 사람의 마음의 강함과 약함. 그 대비의 한순간을 잘라낸 이 아름다운 명화를, 하지만 나호코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너무 잔인하다며.
-베드로가 좀 더 겁이 많은 사람이었다면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됐겠지. 용기와 신념이 있었기 때문에 수치로 괴로워하지 않아도 됐어. 옳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죄를 진 거야.
그게 슬프다고 했따.
거짓말이 사람의 마음을 망가뜨리는 까닭은 늦든 이르든 언젠가는 끝나기 때문이다. 거짓은 영원하지 않다. 사람은 그렇게 강해질 수 없다. 가능하면 올바르게 살고 싶다, 착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인간이라면, 아무리 어쩔 수 없는 이유로 한 거짓말이라도 그 무거운 짐을 견딜 수 없게 되어 언젠가는 진실을 말하게 된다.
그렇다면 자신의 거짓말을 거짓말이라고 느끼지 않으며 거짓말의 무거운 짐을 지지 않는 사람 쪽이 차라리 행복하지 않을까?
어떤 베드로에게나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는 예수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거짓말을 견디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에겐 예수 따위 없다, 예수 따위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한테는 무서운 것이 전혀 없으리라.
진실은 결코 아름답지는 않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진실이 아니다. 끝나지 않는 거짓 쪽이다.
-518
"나는 계속 도망쳐도 괜찮았소. 부인한테는 입 다물고 있으라고 말하고 죄를 뒤집어쓸 수도 있었소."
"그건 상책이 아니네요."
거짓말은 끝난다. 언젠가는 끝난다.
"게다가 실제로는 그렇게 하시지 못했어요. 하지 못했떤 일을 두고 이것저것 생각해도 소용없어요."
-51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