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1 - 다시 만난다면 당신이 내려준 커피를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퇴근하다가 가슴이 답답하거나 외롭다고 느낄 때가 있다. 이런 사람들이 가는 곳은 대부분 바. 바텐더에게 칵테일 한 잔을 시키고, 낯선 그에게 일상적인 수다를 떤다......는 건 서양 것들의 이야기고, 나는 동네 카페에 들러 너무나 잘 아는 바리스타 언니와 수다를 떤다.
아오야마가 받았던 감동을 나도 이 카페에서 받은 적이 있다. 커피보다는 일반 티를 더 좋아했던 나에게 밸런스가 잘 잡히고, 태워서 나는 쓴 맛이 아닌, 커피 본연이 가진 쓴 맛을 느꼈을 때. 지금은 주문하지 않아도 알아서 "핸드드립"으로 만든 커피를 준다. 그것도 스페셜 티급으로.
<비블리아 고서점> 시리즈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야기였다면,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은 커피와는 전혀 상관 없는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다. 미드에서 펍에 앉아 바텐더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커피숍에 앉아 바리스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비블리아 고서점> 시리즈와 닮았지만, 확연히 다른 이야기. 똑같이 살인자도 나오지 않고 거창한 트릭도 나오지 않는 서사 추리지만, <비블리아 고서점>은 책을 좋아하는, 다시 말하면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는 '사연'들을 이야기하고, <커피점 탈레랑>의 기리마 미호시와 아오야마는 자신들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사연'을 풀어 나간다.
"그녀가 내려주는 커피를 좋아해요. 그 맛의 비밀을 알아보려고 접근했다고 할까. 나는 그 맛이 변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고 있고, 그러기 위해서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려고 합니다. 섬세한 미각이란 온화하고 인정된 정신이 있어야 비로소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니까요."
관음증인가? 할 정도로 두 사람은 주변 사람들의 사연을 궁금해하고, 시쳇말로 궁예질을 한다. 그러나 섣부르게 관심법을 사용하기보다는 그 사연을 가진 인물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한다.
애초에 커피에 관련된 이야기가 아닌 걸 알고 시작했는데, 졸린 눈 부릅뜨고 다 읽을 정도로 몰입도가 뛰어났다.
커피숍이나 펍의 '문'을 연다는 건 낯선 이에게 내 마음의 '문'을 연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하는 행동 중에 유일하게 몸과 마음이 동시에 만족을 하는 것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이다. 이 카페에 들어오는 사람의 마음이 맛있는 커피와 바리스타와의 다정한 대화로 치유되기를 바랐던 기리마가 손님으로 인해 마음을 닫고, 다시 손님으로 인해 마음을 여는 이야기는 내 일상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
작가는 "범죄에 수수께끼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수수께끼는 평소 생활 속에도 무척 많아서 그것을 의식하는 것에 의해 세계관이 바뀐다"라고 했다더니, 읽고 책장을 덮은 후 곰곰이 생각했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 가면, 일상은 심심해진다. 학교나 직장같이 똑같은 일상을 접하고, 무의미하게 반복된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 책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했다.
나는 내 주변에 일어나는 아주 중요한 수수께끼를 놓치거나 무시하고 가는 것이 아닐까.
우연과 우연이 반복되면 그것은 운명이라는데, 나는 종종 '머피의 법칙'인가 생각할 때가 있다. 부정적으로 이것은 나쁜 운의 징조가 아닐까 하는.
오늘부터라도 뭔가 긍정적인 '행운의 법칙'에 대한 수수께끼를 찾아봐야겠다.
"불합리한 얘기라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공감하는 나 자신이 있었다. 남들에게서 친절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동안에는 누구보다도 그 고마움을 잘 알지만, 막상 친절하게 대해 주면 또 뭔가 부족해서 이런저런 주문을 덧붙이려고 한다. 꼴사나운 일이지만, 이를테면 값비싼 고급 요리의 맛을 알지 못할 떄는 정크푸드도 얼마든지 맛있게 먹을 수 있었는데라고 실감하는 순간이 분명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