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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에 탄 소년과 곰 ㅣ 벽장 속의 도서관 4
데이브 셸턴 지음, 이가희 옮김 / 가람어린이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보트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소년과 그 옆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곰의 그림이 인상적인 책입니다.
차를 마시는 곰이라니! 과연 소년과 곰은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카피에 나온 <라이프 오브 파이> 라는 책을 읽어 보질 못해서 책과의 비교는 어렵지만 이 책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은 없지만
그냥 바다 위를 떠 다니고 있는 보트에 마치 함께 타고 있는 그런 느낌이 드는 책이었습니다.
이야기는 소년이 곰의 보트 <해리엇 호>에 타면서부터 시작됩니다.
소년은 딱히 갈 곳을 정하지 않았고 곰에게 적당한 곳으로 데려다 주길 바랬습니다. 곰도 소년의 마음을 눈치채고 그러마 하기로 했지요. 배멀미 때문에 깜빡 잠이 들었던 소년은 아직도 바다위에 있다는 사실이 의아해졌고 며칠이 지나도 계속 바다에 떠 있게 됩니다.
곰은 정각 4시가 되면 격식을 차려 차를 마십니다.처음에 소년은 곰을 신뢰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날이 지날 수록 의심이 되기 시작하지요. 과연 제대로 가고 있는건가 하고요. 소년은 곰에게 길을 잃은게 아니냐고 묻지만 곰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배의 선장이고 길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온통 바다만 표시되어 있는 지도를 자랑스럽게 소년에게 보여주지요. 소년과 곰의 티격태격하면서 항해를 계속합니다. 오랫동안 배 위에서 지냈기 때문에 식량이 떨어져서 낚시를 해서 허기진 배를 채우기도 하면서 말이죠. 작은 물고기를 이용해서 큰 물고기를 잡는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다음에 더 큰 물고기를 잡겠다고 하다 바다괴물을 만나 고생을 하기도 하고, 새를 따라 가다 아무도 없는 인어호도 찾고 인어호 탐험을 하다 해리엇 호를 잃어 버리기도 합니다. 소년의 실수로 헤리엇호를 잃어 버리고 발견한 인어호 항해를 하려 했지만 헤리엇호을 잃어 버린 소년이 곰의 기분을 풀어주길 위해 차를 준비하다 인어호도 침몰하게 됩니다. 곰과 함께 근처의 바위섬으로 헤엄쳐가서 그곳에서 침몰된 인어호의 잔해로 뗏목을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번째로 준비했던 뗏목 마저도 항해를 시작하기도 전에 바람에 실려 떠 내려 가고 말지요. 곰은 낙심을 하게 되지요. 지금까지 늘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곰이었는데 말이죠. 그러던 중에 잃어 버린 해리엇 호를 다시 찾게 됩니다.
과연 소년과 곰은 육지에 가게 될까요?
인생은 계획한 대로 되는게 아닙니다.
물론 계획대로 잘 지키는 사람도 있겠지만 알 수 없는 변수로 인해서 생각하지도 않던 일들을 경험하게 되는게 인생이 아닐까요?
소년은 그냥 건너편 아무 데나 가고 싶었지만 더 큰 바다 항해를 하게 된건 예상치 못한 일이 아닐까요?
곰이 바다에서 길을 잃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결국 길을 잃은건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지도에서 잘 보이지도 않았지만 봤었던 바위섬에 갔었으니 말이죠. 많은 모험을 하면서 곰과 소년은 우정을 나누게 되었지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와 제 관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곰은 오랜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과 판단이 옳다고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좀 답답한 면이 있습니다.
소년은 곰의 행동이 처음에는 믿음직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별로 믿음직스럽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배고픔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낚시를 하고 바다괴물의 공격을 물리치면서 함께 뗏목을 만들면서 그리고 거대한 폭풍우 속에서 살아 남으면서 곰과 유대감등이 생깁니다.
그리고 이제 곰은 소년에세 묻습니다.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니?" 라고요. 그리고 소년은 대답하지요 "네." 이렇게요.
처음에 소년은 곰에게 어디로 가고 있는 줄 아냐고 물었고, 곰은 알고 있다고 했지요.
아이와 저도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아이를 끌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는 아이한테 제가 묻게 되는 일들이 많이 생기겠구나 하는 생각을요.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서로의 생각을 공감해 주는게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경험하는것들이 쌓여 좋은 관계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곰과 소년은 지금도 바다 어디쯤을 함께 항해를 하고 있겠지요?
물론 늘 사이좋게만은 아닐꺼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서로에게 큰 의지가 되리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