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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중계 고래 싸움 ㅣ 일공일삼 82
정연철 지음, 윤예지 그림 / 비룡소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제목만으로도 아들과 나의 지대한 관심을 끈 생중계, 고래싸움.
내용을 읽기전에 집에서 아들과 나의 위치가 고래싸움속의 새우의 처지와 비슷했으므로 더 관심을 끌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에는 생중계, 고래싸움 이외에도 세 가지 이야기가 더 실려있다.
첫 번째 이야기 생중계, 고래 싸움 집에서는 엄마 아빠 사이에서 학교에서는 힘쎈 아이들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경이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읽으면서 고래들은 정말 새우의 마음을 모르는게 정답인것 같다. 자꾸 움추려들고 제대로 말도 못하는 이경이가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나중에 굽은 새우등을 펴는 모습에선 저절로 박수가 나왔다.
두 번째 이야기 새빨간 지갑은 어제의 절친이 오늘의 적이 된 이야기라고나 할까?
엄마끼리 여고동창생사이여서 친하게 지내는 덕에 그 아이들 보라와 규원이도 절친으로 지냈지만 어른들끼리 돈으로 인해 서로 감정을 상하는 문제가 생기자 아이들의 사이도 나빠져버린다. 친하게 지내던 규원이 다른친구와 친하게 지내고 그것도 모자라 자신을 의심하는 행동까지 하는걸 보고 나서 똑같은 고통을 느끼게 해주겠다고 규원이를 의심받는 상황으로 만들어 버린 보라의 행동이 좀 무서웠다.
어쩌면 이건 그냥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우리 아이들의 교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 이야기 김과 고춧가루 는 사귀려고 정성을 들이던 여자아이 엄마와 주인공 기용이네 엄마가 싸우는 바람에 사귀지 못하게 되어서 전전긍긍하는 기용이의 모습이 참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정작 자신을 좋아해주는 아영이의 관심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면서 옆에 있었다면 머리에 꿀밤을 한 대 콩 하고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네 번째 이야기는 블로그, 초원의 집 이야기는 가출한 아빠를 걱정하던 명우가 결국 아빠를 찾아 집을 나가는 이야기이다.
가족은 한 집에 산다고 해서 가족이 아니라 서로 마음속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이해해 주고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 주는게 진정한 가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 모든 이야기는 그래서 주인공은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았습니다.를 선호하는 편이라 네 이야기 모두 결말이 어떻게 되었을까? 를 많이 생각하게 했다. 왜냐하면 모두 결말이 딱 떨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읽는 사람이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경이는 이제 슬비의 보이는 곳에서만 착한척 하는 그런 것들을 다 극복하고 등이 굽은 새우가 아니라 고래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등을 편 새우가 되었을까?
보라의 지갑을 훔친 아이로 의심 받은 규원이의 누명은 벗겨졌을까? 규원이를 의심받게 만들었던 보라는 규원이에게 사실을 말했을까?규원이와 보라는 다시 친구가 되었을까?
기용이는 공주병 말기 환자 혜리를 포기하고 생명의 은인(?) 아영이와 사귀게 되었을까?
명우는 시골집에서 아빠를 만났을까? 엄마와 누나는 서울에 살고 명우는 아빠와 둘이서 시골집에서 살기로 했을까?
요즘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이 책을 통해서 짐작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본인이 고래 싸움에 끼인 새우라고 느끼는 친구들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덧붙여서 새우라고 맨날 고래 싸움에 등이 터지는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