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나의 선택 1 - 3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3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스터스 오브 로마’의 7부작 시리즈 중 1부<로마의 일인자>, 2부<풀잎관>에 이어 3부 <포르투나의 선택>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의 주인공이라면 단연 카이사르라 할 것이다. 영어로는 줄리어스 시저, 이집트까지 건너가 클레오파트라를 왕위에 올려놨으며, 그 유명한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주사위는 던져졌다.' 라는 명언을 남긴 정치가이자 장군이다. 카이사르가 전면에 나서기까지 술라와 마리우스라는 인물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 1, 2부에서 그들의 정쟁과 치밀한 전술들을 통한 야망들을 볼 수 있었다. 서로 한 번씩 치고받는 권력게임들 속에서 7번이나 집정관을 지낸 마리우스의 죽음으로 행운의 여신인 포르투나는 술라의 손을 잡은듯했다. 그리고 3부에서 제1차 삼두정치의 거물들 폼페이우스, 크라수스, 카이사르가 등장하고 그중 술라를 등에 업은 폼페이우스의 이야기로 <포르투나의 선택>은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포르투나는 술라의 손을 잡고 있던 터라 3부 1권의 대부분은 술라의 이야기로 끌어가고 있다. 마리우스와 킨나가 죽고 술라가 이탈리아로 진입하고 브루투스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독재관이 된 카르보와 싸움에 돌입한다. 이 싸움에서 술라는 예전처럼, 어렸을 때는 남자들의 시기를 받고 커서는 여인들이 부러워했을 정도의 아름다웠던 그의 외모가 대머리를 감추기 위해 붉은 가발을 쓰고 화상으로 그의 얼굴이 흉측하게 변해버렸듯이 성격 또한 흉포하게 변해 버렸다. 이탈리에 땅에 들어서고 전쟁을 치르며 피가 낭자한 입성이 아닌, 최대한 모두(다수)가 원해서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유지하려 했으나, 그와는 다른 양상으로 자신과 반대편에 선 자들을 소리 소문 없이 처치해 버리는 등 잔인한 모습을 서슴치 않는다. 

"포르투나 여신의 선택을 받은 건 나지! 내게는 늘 운이 따랐어. 하지만 거기에는 치러야 할 대가가 있음을 기억하게. 포르투나는 질투심이 강하고 요구가 많은 애인이야." - 술라 
"
무릇 애인이란 그래야 제맛이죠!" - 카이사르 (p. 426) 


자신을 집정관 위의 독재관이란 지위에 올려놓으며 명실상부 종신 일인 독재체제를 이룩한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는 로마시대 중 가장 곤고한 귀족 중심의 공화정의 역사를 만들어갔다. 하지만 포르투나는 한 사람만 편애하지 않으니, 그를 잡은 손에서 서서히 다른 사람으로 손으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인물이 카이사르겠다. 물론 이 책에서는 알렉산더대왕의 현신이라고 해도 될 만큼 용맹하고 잘생기고, 전장의 신만큼 완벽해 보이는 폼페이우스가 초반을 끌어가고 있다. 그러나 로마를 손안에 쥔 술라의 뜻에 반할 소신을 가진 인물로, 그리고 이 마스터스 오브 로마의 주인공으로 카이사르 주인공 임에야. (사실 술라는 카이사르에게 그의 아내 킨닐라와 헤어질 것을 강요했으나, 술라의 말이 곧 법인 로마에서 목숨을 걸고 반대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고 술라를 피해 도망치기에 이른다.) 


오죽했으면 마리우스조차 그의 위상이 범상치 않을 것임을 예언을 통해 알아보고 굴레를 씌울 목적으로 유피테르 대제관으로 임명하지 않았을까. 포르투나의 행운이 미쳤기 때문일까. 술라는 대제관을 임명한 사람이 마리우스라는 것을 알고 신분을 회복해 준다. 


이제 지는 해라지만 아직은 노련한 정치가 술라에 맞서러면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폼페이우스 말대로 이제 태양의 동쪽 하늘에 뜨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젊고 혈기 왕성하지만 폼페이우스와 카이사르 그리고 삼두정치의 나머지 일인 크라수스가 로마에서 활발한 활동과 입지를 다지기까지 조금은 더 다듬어져야 할 것이다. 


불세출의 영웅이라고 했던가. 그가 다듬어져 자신의 입지를 탄탄하게 내세우게 된다면, 그는 시대를, 세계를 아우르는 영웅의 모습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항상 행운(운명)의 여신이 자신과 함께 한다고 해서 '운명의 총아'라고 불리는 카이사르는 군사적인 지략도 뛰어났지만 뛰어난 웅변술에 민심의 행방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었고, 공화정 실권을 쥔 원로회를 와해시킨 인물로 유명하다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술란과 닮은 듯, 마리우스와 닮은 듯하지만 오히려 이들을 밟고 우뚝 선 영웅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뛰어난 사람은 그 행운을 시기하는 사람이 있듯 브루투스에 의해 짧은 생을 마칠 것을 알고 있기에 그의 생이 아깝고 찬란했던 행보에 안타까움이 함께 드는 것이다. 


이 작품을 쓴 작가가 <가시나무 새>를 쓴 작가 콜린 매컬로란다. 그래서 그런지 이와 비슷한 류의 로마 역사소설 같지 않게 스토리가 짜임새 있고 가독성이 뛰어나서 읽기 수월했다. 매 순간이 재미있었지만 특히 카이사르의 엄마 아우렐리아가 술라에게 느끼는 감정과 엄마로서 카이사르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 등은 흥미롭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생소한 지명과 역시 익숙지 않은 인명들을 읽어 나감에도 막힘이 없었기에 역사소설이 이와 같다면 10권이든 20권이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는 총 7부다. 이제 3부 시작이고, 바야흐로 본격적인 인물들의 각축전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재미는 물론이고 생동감 있는 묘사 덕분에 읽는 내내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찬란했던 로마 공화정 말기, 이번에는 과연 포르투나는 누구의 손을 움켜쥐며 영웅의 반열에 올려놓을지, 또 그 이야기들은 어떤 재미를 선사할지 다음 권의 콜린 매컬로의 매력적인 필치가 더욱 기대되는 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