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스미다
김나혜 지음 / 청어람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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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 : 이강준(31세), 변호사

여주 : 한수인(31세), 배우

 

 

탑스타인 배우 수인과 상아그룹 법무 1팀의 배려남 강준은 7년간 연인사이다.

강준은 지난주부터 연락이 되지 않는 수인의 소식을 동료들과 점심 식사 중 TV를 통해 알게된다.

헐리웃의 감독으로부터 주연 배우로 낙점되어 2년간 영화 촬영을 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평온해 보이는 얼굴과는 다르게 강준은 사실 당황한 상태이다.

너는 나를 사랑하는 것일까.

내가 원하는 것만큼 너도 나를 원하는 것일까.

너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저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해.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하고 싶을 뿐.

알아. 너는 결혼따윈 원치 않다는 걸.

그래도, 한번만이라도 날 잡아준다면 나도 결혼따윈 집어치울 수도 있어.

내가 원하는 건 단 하나, 너의 사랑뿐.

 

김나혜 작가님의 <숨결이 스미다>는 7년간 강준의 집착에 가까운 사랑과 2년간의 이별, 그리고 다시 재회하는 형식으로 쓰여진 남녀의 사랑 이야기이다.

처음 프롤로그를 접했을 때는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 강준의 사랑을, 사랑이라고 생각하기엔 넘쳐나는 소유욕을.

그저 수인이 먼저 강준을 타깃으로 정하고, 유혹하고, 자기것으로 이끌어가는 것이라 생각했을 뿐.

그런데 도리어 강준이 수인을 만나면서 욕망하고, 끝없이 집착하는 남다른 행태가 지독해 보이고 당혹스러웠다.

특히나 강준에 대한 묘사를 보고 있노라면 절로 탐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예의범절 철저하고 배려심 강하고 모범생의 전형으로 보이면서도 무심해 보이고 굳게 다문 입술과 단호한 눈빛, 몸에 배인 절제와 금욕적인 모습은 도리어 섹시하게 보인다나.

 이 둘의 사랑은 어찌보면 힘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고아원 출신의 엄마 아빠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끝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홀로 살아야했던 수인에게는 사랑이, 결혼이라는 것이 어찌보면 절대 해서는 안되는 금기였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쌍둥이로 태어났으나 형이 납치를 당한 후 불안한 정신상태를 보임으로 인해, 부모의 기대와 의무만을 짊어지게 된 강준은 의연한 듯 행동하지만 밑바닥에 깔리는 본인의 온전한 사랑을 갈구하게 된다.
그런 수인과 강준은 사랑하지만 추구하는게 다르기에 서로 충돌할 수 밖에 없다.
모든 것을 다 주는듯 하지만 '사랑'이라는 말은 하지 못하는 수인과, 늪처럼 빠져든 수인에게 집착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지만 단 하나 '사랑'을 듣지 못하는 강준의 괴로움은 결국 강준이 수인을 놓아버리는 것으로 끝나는 듯하다.
집착하고, 옭아 매고, 스토킹에 가까운 행동을 하며 수인을 통제하고 싶었던 강준은 본인의 모습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던 차에 이별을 고하게 된다. 글 중반 이후는 강준의 이런 지난 모습들의 면면이 드러나서 읽는 내내 놀라웠다. 특히나 상식 밖의 행동들이란.

 

 

단정하고 반듯한 강준이 수인을 만나면서 변해갔다. 수인은 오히려 그런 모습이 더 좋았다. 저로 인해 변해가는 그를, 오로지 그녀만을 원하는 그를 즐겼다. 하지만 그는 아니었다. 변하는 자신을 못 견디게 싫어했고, 혐오했다. 점점 더 수인에게 독이 되어가는 자신의 모습에 그는 수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핑계로 그녀를 버리고 도망갔다.

P. 169

 

수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준의 집착을 받아들이고 오히려 기꺼워한다. 특히나, 잠시 헤어지고 다시 만나게 되어 강준의 집착이 온전히 실체가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사랑이라 정의하며 수인은 한발자국 더 나아가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강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보면서, 보통사람인 나는 처음에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2년의 시간동안 강준이 본인의 잘못된 점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강준의 집착어린 모습들로 뒤통수를 맞아버린 후였기에 조금은 얼떨떨할 수 밖에.

그러나 결국, 수인의 적극성이 강준과 그의 식구들까지 껴안게 됨으로써 집착으로 인해 빚어졌던 가족간의 오해를 풀게하고,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강준을 위해 자신을 낮추는 수인의 행동이 그 둘을 진정으로 하나됨에 이르게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사랑이란 결국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채움으로 더욱 빛을 발하게 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왜 그리도 아등바등 애를 썼는지.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부모의 자식이 아닌 것도 아닌데. 언제나 옆에 있겠다고 다짐을 했으면서도 그녀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일지도 모르는 자신의 부모님에게 그녀의 존재를 숨겨왔고, 부모님들에게서 지켜주지도 못했다. 오히려 수인이 저를 지켜주려고 한다.

그 모습이 안쓰럽고 애잔하면서도 너무나 사랑스러워 강준의 미소가 조금씩 짙어졌다.

P. 357

 

다만 아쉬운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인과 강준의 사랑이 완벽히 납득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겨우 겨우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나 할까.

그리고, 에필에서 쌍둥이 형인 강훈의 이야기를 꼭 실어야 했는지.

넘쳐나는 19금 장면은 천편일률적인 모습이라 오히려 식상했고, 자리 떼우기식이라는 느낌에 페이지를 설렁설렁 넘기게 만드는 역효과를 발휘했다.

​집착남이 소유욕 가득하지만 사랑으로 결실을 이루려면 좀더 납득 가능한 무엇인가가 있어야 했지만, 그것이 부족했기에 아쉬운 점은 해결되지 못하고 끝을 맺었다.

본 서평은 <청어람 로맨스>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자유롭게 작성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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