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장난 - 2022년 제45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손보미 외 지음 / 문학사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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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길의 <복도>는 이번 이상문학상 작품집에서 가장 기대를 하던 작품이었다. 나는 유난히 문학이 표현하는 '불안에 집착하는, 내가 생각해 특이한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불안은 결국 공포의 권력에 굴복하게 되는데 그때 느껴지는 옥죔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겉에서 보기엔 구분하기 힘들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존재를 거부 당하고 있는 듯 보이는 임대 아파트 1단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그곳 100동에 신혼부부인 '나'와 '남편'이 이사를 온다. 1단지 100동 101호ㅡ마치 복도를 연상시키는 좁은 골목길로 분양 아파트인 2단지와 확연하게 구분되는 곳. 분리수거장을 가기 위해 바깥을 경유해 단지로 들어가야 하는 곳. 멀리서 보면 의미 없는 흔한 아파트 단지에 불과하지만 그곳엔 분명히 차별과 고립이 존재했다. 인터넷 지도에서도 검색되지 않는, 그 흔한 배달과 택배마저도 힘겹게 받아야 하는 1단지 100동 101호라는 스위트홈에서 나는 점점 무너져가기 시작한다. 


개인적 욕심으로 저자가 언젠가 불안의 복도에 관해 더 집요하게, 불안에 더 집착하는 그녀의 모습을 확장시켜주길 기대해 본다. 지금의 결말은 아주 마음에 든다. 그리고 그 결말을 향해 가는 길에 불안에 침식당한 그녀의 미소 또한 보고 싶다는 변태적인 욕망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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