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민족의 기원 - 기후학.고고학.언어학.유전학 관점에서 살펴본
엘리자베스 하멜 지음, 김재명 옮김 / 글로벌콘텐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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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자신의 특이한 위치 때문에 진화상에서의 높은 우위를 점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정신적인 능력에서 진정한 진전을 이뤘기 때문이다. (36쪽)


빙하기라는 자연재해를 피해 계곡이나 분지에서 생존에 성공한 인류는, 추운 계절을 피해 또는 온난기와 여러 지형의 변화를 겪으면서 지구상 여러 지역으로 이동을 하게 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정착을 하고 농경 사회를 이루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사실은 우리가 기존에 알고 배워왔던 사실과 그다지 다를 바는 없지만, '유럽 민족의 기원'을 읽으니 문득 '한반도 민족의 기원'이 궁금해진다.


768쪽이라는 방대한 지식의 보고인 이 책은, 저자가 서문에 밝혔듯이 '다양한 분야의 내용을 대충 모아서 만든 것'이다. 하지만 '대충'이라는 말을 붙이기엔 엄청난 기록들이 쌓여 있으니 기후학, 고고학, 언어학, 유전학 중 어느 한 분야에라도 관심이 있다면 상당히 많은 자료를 얻을 수 있는 '무덤' 같은 책이다. (왜 이 표현을 썼는지는 2장 '고고학의 기여'를 읽어보면 알 수 있다.)


기후학, 고고학, 언어학, 유전학을 통해 유럽 민족의 기원을 찾는 '유럽 민족의 기원'은 기자 출신의 비전문 저자의 호기심과 학구열이 만들어 낸 10여 년에 이르는 연구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자신의 전문 분야라 그런지 '언어학'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데 언어의 계통성을 파헤쳐 유럽 국가의 언어를 비교 분석한 자료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특히 사라진 언어(사어)에 대한 내용은 전공자가 참고하기에도 좋을 정도로 많은 도표와 단어 분석을 통해 자료를 제공한다.


개인적으로 고고학과 유전학에 관심이 많아 유심히 살펴보며 읽었는데 새삼스레 내가 왜 인문학 도서를 관심 있게 읽게 되었나 하는 이유를 찾은 기분이다. 얕게나마 아는 내용이 나오면 느껴지는 그 짜릿함이란 떨칠 수 없는 중독성이 있다. 엘리자베스 하멜의 '유럽 민족의 기원' 또한 그동안 부지런히 읽어 온 인문 도서에서 익히 봐왔던 내용들이 집대성되어 있는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니, 조금 더 깊이 있는 지식을 얻고자 하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고 소장할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야만 민족이란 있을 수 없다. 단지 우리와는 다른 문화를 가진 민족이 있을 뿐이다. (펠릭스 폰 루샨, '민족, 인족, 언어' 중에서, 571쪽)


'빙하기(기후학)'라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악천후에서 살아남은 인간이 만든 것으로 삶의 발자취를 더듬는 '고고학', 원시인 나름의 소통을 위한 단어로 시작된 '언어학',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분자 단위의 미생물을 통해 인간을 연구하는 '유전학'에 이르기까지 굳이 유럽 민족이라는 한정된 민족의 기원이 아닌 인류의 기원에 대한 노력의 결실이 여기에 있다. 수많은 지도와 도표, 그래픽을 통해 오리진을 담고 있는 '유럽 민족의 기원'은 이제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인류 역사의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멋진 책이다.


하고 싶은 말도, 쓰고 싶은 말도 너무 많은데 한정된 지면이 너무 아쉬울 따름이다. 특히 고고학과 후반부 유전학 분야가 연결되는 많은 이야기들은 어찌나 흥미롭고 재미있는지... 정말 그 모든 것들을 내 눈에 담고, 손으로 만지고, 품어 보고 싶은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인간이 자신의 특이한 위치 때문에 진화상에서의 높은 우위를 점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정신적인 능력에서 진정한 진전을 이뤘기 때문이다.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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