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

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
리처드 스티븐스 지음, 김정혜 옮김 / 한빛비즈 / 2016년 3월

가끔 생각한다. '하지 말라면 왜 더하고 싶지?'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재밌으니까!' 하지만 우린 이 재미를 원하는 대로 추구할 수 없다. 왜일까? 우리가 속한 사회는 여러 규칙을 가지고 있으며, 그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사소하게는 한소리 듣고 끝나겠지만 크게 생각하면 사회에서 축출당할 수 있다는 것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는 우리가 크고 작은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왜 Black Sheep에 끌리는지를 뇌과학과 심리적 측면에서 설명해 주는 책이다.(원제 Black Sheep; The hidden benefits of being bad;검은 양, 나쁜 것의 숨은 이점) 그리고 고맙게도 우리에게 '변명거리'를 제공해주기로 작정했다.

섹스, 음주, 욕, 질주본능, 사랑, 스트레스, 게으름, 죽음 - 8개의 파트로 나눠 역사적 사실부터 이것들에 끌리는 과학적 설명과 단점, 이점을 설명한다. 나는 섹스, 욕, 사랑, 게으름에 관한 부분을 다른 부분보다 더 유심히 살펴봤는데, 솔직해지자, 대부분 그렇지 않았을까? 일반화의 오류라고 하면 뭐... 나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난 그랬다.

위험한 것'의 공통점은 뇌의 '보상경로 활성화'다. 불안감을 해소시켜주고, 스트레스와 통증을 완화시켜준다. 물론 과하면 위험하지만, 적정선을 지킨다면 '위험한 것들(Black Sheep)', 즉 일탈행위는 우리에게 오히려 '행복, 느긋함, 친근감'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그렇다면 이것은 나의 자유의지일까, 아니면 단지 뇌의 지령에 불과한 걸까? <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는 여러 일탈행위가, 과학적 실험을 통해, 어떻게 인간을 끌어당기는지를 이야기한다. 왜 오르가슴을 느끼는 순간 얼굴을 찌푸릴까? 왜 욕을 하면 속이 시원한 감정을 느끼는 걸까? 왜 욕을 하면 더 큰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걸까? 사랑은 도대체 뭘까? 불륜은 왜 저지르는 걸까(쿨리지 효과)? 정말 호기심 천국이라고 할 만한 이야기들이 가득 차 있는 즐거운 책이다. 

소중한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해 진통을 겪는 산모에서부터 소중한 목숨이 경각에 달린 마지막 순간에 이르기까지, 욕은 말뜻 그대로 생과 사의 언어이다. - '더럽게 좋다' 중에서 

사랑도 인생사의 다른 모든 것과 다르지 않다. 최고를 적절히 즐기려면 최저를 경험할 필요가 있다. (중략) 고로 당신은 사랑의 식탁에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무조건 붙잡아야 한다. 설령 때로는 입에 맞지 않고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 나올지라도 말이다. 우리는 사랑이 아프다는 것을 안다. 인류가 대중가요를 발명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 '사랑은 해볼 가치가 있어' 중에서

오늘따라 유난히 아무것도 하기 싫다. 격하게 아무것도 하기 싫다. 그러니 껌을 좀 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