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저널리스트 : 카를 마르크스 더 저널리스트 3
카를 마르크스 지음, 김영진 엮음 / 한빛비즈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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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 말이나 함부로 하지 않는다."

 

<더 저널리스트>는 한빛비즈에서 출간한 시리즈의 3권으로, 조지 오웰, 헤밍웨이와 함께 '더 저널리스트' 시리즈를 완성할 마지막 저널리스트로 '카를 마르크스'를 선택했다.

 

마르크스는 자유주의를 표방한 1848년 혁명(프랑스 2월 혁명+독일·오스트레일리아 3월 혁명)이 좌절된 후, 1849년 독일에서 추방되어 영국으로 망명한다. 그 후 생활고에 시달리며 뉴욕 데일리 트리뷴의 런던 특파원으로 취직했다. 그때 신문에 실린 칼럼으로 구성된 것이 책의 '1부 17편의 기사'이고, '2부 임금노동과 자본'은, 1849년 '신라인신문'에 5회에 걸쳐 연재한 기사가 담겨 있는데, 이는 마르크스가 1847년 노동자를 위한 강의 원고의 내용이라고 한다.

 

공산주의·변증법적 유물론·자본론 그것들 외에 내가 칼 마르크스에 대해 아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연관된 검색어처럼 따라오는 엥겔스 정도가 내가 아는 마르크스의 거의 전부다. 책에 실려있는 마르크스의 연보를 보니, 의외로 마르크스는 유대인이었고, 단테와 셰익스피어를 엄청 좋아했다고 한다. 왠지 그동안 알고 있던 마르크스와 모순되는 것 같아 흥미가 생겼다. 당시 지식인이었던 변호사 아버지, 그리고 당시 대우받지 못했던 유대인, 그 자신도 법학도였기에 노동운동가로써 마르크스는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하는 호기심도 생긴다. 거기다 단테야 그렇다 쳐도 셰익스피어라니...

 

<더 저널리스트-칼 마르크스>를 읽어보면 19세기 유럽의 상황, 특히 노동자의 삶을 그대로 접할 수 있다. 요즘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을 읽고 있기에 두 작가의 저서를 연관 지어 보니, 당시 노동자의 삶이 얼마나 피폐했는지 더 잘 알 수 있다.

 

​이보다 더 끔찍한 일을 상상하는 건 어렵다. 건장하고 체격 좋은 한창때의 사내. 런던에서 스토니-스트랫포드에 이르는 멀고 먼 순교길. 주변의 '문명사회'를 향한 그의 애타는 호소. 안식처를 찾아 헤매는 고달픔과 이리저리 내몰리는 상황들. 슬레이드라는 사람의 끝 모를 비인간성, 지쳐 쓰러져 서서히 맞이하는 비참한 죽음. 생각할수록 믿기 힘든 광경이다.

- <굶주림 사망 사건(1853.2.2, 헨리 모건이라는 바늘 제조공이 아사餓死 7일 만에 헛간에서 발견된 사건)> 중에서

 

그 밖에도 1부에는 여러 수치와 증빙자료를 통해 이민·중국의 태평천국의 난·인도·차티스트 운동 등 국내외 사건을 실었는데, 주로 경제와 정치에 관한 논평이며, 그 자체가 한 권의 역사서를 읽는 기분마저 든다.

 

2부는 앞서 말했듯이 노동자를 위한 강의 원고 내용으로 <자본론>의 티저 북 teaser-book쯤 된다. 세계 각국에서 벌어진 노동계급의 투쟁이 연달아 패배하자, 마르크스는 노동 계급의 목표가 계급 투쟁과 상관없어 보인다 하더라도 모든 혁명적 봉기는 혁명적 노동자 계급의 승리가 있기 전까지는 실패를 거듭할 수밖에 없으며, 프롤레타리아의 혁명과 봉건적 반대 혁명이 맞붙어 전 세계적 전쟁을 치르지 않고서는 어떤 사회 개혁도 이상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1848년 혁명 이후 계급 투쟁은 정치색을 가지게 되었고, 따라서 자본가 계급의 존재 기반이자 지배의 토대가 되는 경제 관계를 면밀히 다루어야 할 필요성을 느낀 마르크스는, 임금·노동·자본·계급의 몰락·시장의 독점에 관해 이야기하며, 계급 투쟁에 승리하기 위해 '지식'의 중요성을 주장한다. 마르크스는 '知彼知己, 百戰百勝'을 몸소 실천한 행동하는 학자였다.

 

자본의 이해관계와 노동자의 이해관계가 똑같다는 말은 자본과 임금노동이 동일한 관계의 앞뒤 면이라는 뜻일 뿐이다. 빚쟁이와 채무자가 서로 얽혀 있듯, 하나가 다른 하나를 속박하는 것이다.(167쪽)

 

한창 마르크스에 관심이 생겨 읽어보려 했을 땐 읽지 말라고, 읽지 말라고 위해도서로 지정해 놓더니, 이 세상에 재미있고 읽어야 할 책들이 넘쳐나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현대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르크스를 읽어야 한다'라고 외친다. 이론은 변하지 않는데 받아들이는 정권에 따라 '금서'로, '필독서'로 왔다 갔다 하니 신기하고 재밌다.

 

우리 사회는 소리 없는 혁명을 겪고 있다. 거스를 수 없는 이 혁명은 지진이 자신이 파괴할 건물에 신경 쓰지 않듯, 자신이 파괴할 인간의 존재에 아랑곳하지 않는다.(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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