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고 차가운 오늘의 젊은 작가 2
오현종 지음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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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 차가운>은 문학평론가 권희철의 평론처럼 '선善'이 존재하지 않는 소설이다. 책은 시종일관 어둡고 음습하며 비밀을 가진 축축한 지하실이 연상된다. 재수생 '지용'은 공무원인 아빠,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엄마, 의대 다니는 형, 유학 중인 누나를 가진 삼 남매의 막내아들이다.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유명 대학에 붙었을 때도 '격이 떨어진다'라며 재수를 했다. 

 

재수학원에 다닐 때도 엄마가 만들어 놓은 인생의 레일 위에 있었다. 그러다 '신혜'를 만난다. 신혜는 하류 계급의 엄마에게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도무지 탈출구가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불행이라는 차가운 공통분모로 만나 달콤한 위안이 되어주던 그녀를 지용은 사랑했다. 그리고 신혜는 그녀의 어두운 삶을 고백했다. 신혜를 사랑한 그는 오로지 신혜를 위해 유학 가기 얼마 전 철저한 계획을 세워 그녀의 엄마를 살해한다.

 

<달고 차가운>은 일단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백야행'을 떠오르게 한다. 그 책에서처럼, 결말에 이르는 주인공의 관계는 좀 다르지만,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살인하는 평범한 청년이 주인공이란 설정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소설을 자주 읽게 되는데 어째 '희망'이란 단어가 사라진 느낌이다. 나 또한 밝고 희망을 담은 책보다는 우울한 책을 선호하게 되니 뭐라 딱히 할 말은 없지만, 언제 우리가 이렇게 회색 인간이 되었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달게' 보이는 삶도 막상 나에겐 '차가운' 현실이며 지긋지긋할 뿐이다. 막장 애정극인 <달고 차가운> 또한 달콤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고통을, 아니 그것도 모자라 지옥으로 끌어내리는 당사자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묘하게 쾌감이 느껴진다. 결국 둘 다 지옥으로 떨어져 버린 삶이 그렇게 느껴지다니... 삐뚤어진 내 마음 한구석이 알 수 없는 만족감으로 차오른다. 살인까지 감수하게 만들었던 신혜는 어떤 여자였을까? 자신의 사랑을 위해 또 다른 사랑을 희생시킨 그녀는 두려워했던 것 같다. 자신의 더러움이 오직 혼자만 그렇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그 지독한 외로움에 벗어나기 위해 자신과 함께 지옥에 머물 '친구'가 필요했던 건 아닐까? 또 그것이 지용이 신혜를 죽이지 못한 이유가 된 것은 아닐까?

 

악을 없앨 방법은 악밖에 없을까?(7쪽)

그렇다.

하지만 악을 살게 하는 것도 악밖에 없지 않을까?

신혜와 지용은 서로가 '살아있음'으로 살아갈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곳이 지옥이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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